I remember meeting U here in the good ol' days



오랫만에, 아니 근래 몇년 동안에 처음으로 극장에서 볼 만한 한국 영화를 보았다.

가까이는 이중간첩부터, 멀리는 쉬리, 공동경비구역 JSA까지... 수많은 한국영화 걸작이 나왔지만 극장에서 나오는 순간 러닝타임만큼의 감동이 통채로 밀려드는 기분은 가져보질 못햇다.

송강호가 연기했던 형사처럼 허술해보이지만, 유기성있고 치밀한 스토리 전개... 김상경이 연기했던 형사처럼 차분해보이지만, 분노가 한가득 녹아있는 시선..

관객은 감독이 선사하는 수많은 긴장의 끈속에서 웃음과 분노, 냉정, 아쉬움을 뒤로한채 극장을 나와야만 한다.. 그리고 이제 우리는 "살인의 추억"을 공유한다.. 도려내기엔 아프지만, 이미 썩을대로 썩어버린 우리의 커다란 치부 한개..

삼류조폭영화 "친구"에 한국최고흥행신기록이라는 감투를 씌워준 우리 영화관객들에게 "살인의추억"은 다소 아프지만, 우리가 꼭 해야할 숙제가 되어버린 것같다.. 그리고 아마도 그것이 곧 이루어 지리라 믿는다..

언젠가, 흥행과 작품성 모두 다섯손가락안에 드는 영화가 나오게 된다면, 바로 이 작품이 아닐까 싶다..

사족. 영화 후반에 2003년 현재의 모습을 보여주는 씬은 불필요했으리라고 생각된다. 그 장면이 왜 필요한지.. 도저히 알수가 없다.

희봉

2003.05.09 20:38:19

20자평 - 곯을대로 곯아버린 우리 자화상의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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