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remember meeting U here in the good ol' days



약 한달전쯤.. 어느 화요일 오전..

오전 9시에 나는 수원중부경찰서에 향했다.. 도청엔 오전에 한의원에 들려야 한다고 뻥을 치고-_-;;

담당형사에게 찾아가서 인사를 하고, 옆에 플라스틱 의자가 하나 있길래 앉으려고 했더니 대뜸 책상앞쪽에 가서 앉으랜다.. 젠장.. 심리적으로 제압하겠다는 속셈이로군.. (사람은 옆에서 접근하는게 앞에서 접근하는 것보다 훨씬 안정감을 느낀다고 한다.. 즉 정면에서 마주치면 심리적으로 불안해진다는 말.. -_-)

갑자기 대뜸..

"인터넷 아이디가 희봉~ 골뱅이... 한메일쩜넷.. 맞나?"

아뿔싸!! 저건 정말 내 이메일 주소잖아.. ㅠㅠ 뺄래야 뺄수 없고나.. 그냥 싹싹 빌어야지.. 그런데 내가 이제 까지 본 음란물 중에서 도대체 뭐때문에 걸린거지!! (순간 나는 올드보이의 최민식이 떠올랐다.. 자기의 악행을 하나하나씩 기억해야 하는.. -_-;;)

"네.. 맞는데요.."

형사는 무슨 A4용지 십수장을 막 넘기면서 이것저것을 보기시작했다.. 자기도 무슨 내용인지 모르겠다는 듯.. 나에게 다시 물었다..

"너.. 이런저런 내용으로 음란 메일 보낸적 있지?"

순간 깨달았다.. 아... 내가 누명을 쓴거구나.. 내가 잘못 불려왔구나.. 안도감이 밀려오면서 순간 대세는 역전되었다.. 나는 등받이에 털썩 기대며, 형사의 말에 조목조목 개기기 시작했다..

"아뇨..."

형사와 나의 실갱이가 이어졌고.. 그 형사는 좀 젊어뵈는 사람을 데리고 와서 물어봤다.. 그랬더니 그 젊은 형사 왈..

"보내는 이메일 주소는 가짜로 적어놓을 수도 있어서.. 꼭 이 학생이 했다고 볼수는 없어요.."

으하하! 그럴줄 알았어.. 이 게임은 완벽한 나의 승리! -_-v

암튼 그 형사는 조서는 쓰고 가야한면서 나에게 이것저것을 물어보았고, 혹시나 함정 혹은 이중질문에 걸려들까봐 형사가 물어보는 것에 조목조목 딴지를 걸면서 대답을 했다.. 가령 이런거지..

"니.. 인터넷 아이디가 뭐야.."
"아까 물어보셨잖아요. 그리고 여기 적혀있잖아요.."
"니 입으로 말해봐.."
"혹시 제입으로 직접 말하면 범죄를 인정한다거나 뭐 그런것 때문이에요?"
"하하,, 이 자식 참.. "

그리고 사건에 대해 이것저것 알아가던 중 재미있는 사실을 발견했는데, 나를 고소한 사람의 이름도 다름아닌 희봉이라는 거다..

이 희봉 -_-;;;

주소는 희봉@철리안메일... 이었다..

이건 누가 봐도 장난친게 틀림없는데.. 이걸 가지고 경찰서에 신고한 경남 봉화에 사시는 이희봉님.. 참 대단하시다!! 모범시민 상 줘도 되겠어!! 그런데 똥오줌은 가리고 사시라.. 이렇게 꽉 막히셔서야 주위사람들 많이 피곤하겠어!!

아무튼 난생 처음 경찰서 경험도 하고, 조서도 쓰고.. 재미있는 경험이었다.. 특히 퓰리쳐상 뺨치는 형사님의 조서문학도 즐길수 있어서 난데없이 즐거웠다..

그 이후로 희봉이는 음란물을 끊었다나.. 어쨌다나.. (믿거나 말거나~)

희봉

2004.03.02 17:44:20

형사님의 조서문학의 압권은.. 다음 문답이었다..

Q. 당신은 2003년 x월 x일에 이희봉씨에게 음란스팸메일을 보낸 적이 있습니까?

A. 저는 경기과학고를 나와 서울대학교 공과대학에 입학하고 2년 재학후 휴학하고 현재 경기도청에서 공익근무요원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6시 퇴근후에 집에와서는 공부를 하기 때문에 그 시각에 그런 이메일을 보냈을리가 없습니다..

으하하 ㅠㅠ 눈물나.. (물론 지가 다 알아서 친거다-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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