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remember meeting U here in the good ol' days



1. mp3의 랜덤 재생...

학교가기 전에 항상 고욕인 것이 있다.. 예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은데.. 예전에 CD 플레이어를 쓰던 시절에는 시디 진열장의 수십장의 시디들 중에서 오늘 밖에서 들을 만한 시디 2~3장을 고르는 것이 큰 고욕이었다. 지금 아이팟을 쓰고 있는 현재도 비슷한 고욕을 치른다. 외출하기 전 10분간 컴퓨터를 붙들고.. 오늘은 어떤 음악을 넣어가지고 갈까 고민한다. 오늘도 여지없이 온갖 잡것들을 죄다 섞어서 무심코 집을 나왔다.. 오늘 내 손 잡고 외출한 애들은..

프린스, 레니크라비츠, 엘리엇스미스, 마일즈데이비스, 듀크엘링턴, 죤콜트레인, 플라시보, 쳇베이커, 퀸...

한가지 나에게 나쁜(?) 버릇이 있다면 항상 mp3를 랜덤으로 플레이한다는 것이다. 프린스 노래 한곡 나왔다가 퀸 노래 나오고, 그리고 마일즈 데이비스 노래 나왔다가.. 하지만 나는 쉴새없이 "다음"버튼을 눌러댄다.. 나오는 곡 족족 맘에 안들기 때문이다. 음악이 질린걸까

요 근래 들어 나의 음악청취가 예전만큼 즐겁지 못한 이유가 어디있을까 생각하다가 문득, 나의 랜덤플레이때문은 아닌가 생각했다. 그리고 랜덤기능을 해제한다음 앨범 단위로 1번트렉부터 들어보았다..

결과는 자명했다. 나는 "곡 자체"에서 뿐만 아니라 앨범을 만들면서 곡 순서를 "배치"하기 위해 고심했을 아티스트의 노고를 싸그리 무시하고 있었던 것이다.

2. "배치는 오래 가지 않는다. - Arrangements don't last"

서울대미술관에서 상영한 "무엇이 예술을 규정하는가"라는 다큐멘터리에서.. 맨 마지막 챕터의 제목었다.. 그 다큐멘터리의 주인공격이라 할수 있는 뉴욕의 유명한 큐레이터 "헨리"는 죽기 바로 직전에 친구들에게 자신을 1층으로 데려다 달라고 부탁했다.. 그리고 자신의 1층에 놓여져있는 작품(그림,조각 따위)들을 자신이 원하는 대로 재배치 시켜줄 것을 요구했다.. 그리고 그는 2층으로 올라가 숨을 거둔다..

첨에 이 영상물을 감상했을때, 단순히 "괴짜는 역시 다르구만"이라고 생각했을 뿐인데, 시간이 지나고 보니 자꾸 그 의미가 새로와 진다. 죽기 직전까지도 그는 재배치를 통해서 예술작품이 "제대로" 위치해있기를 바란 것이다. 따지고 보면 그의 죽음도 일종의 재배치라고 할수 있지.. 이세상에서 저세상으로의 재배치 -_-;;

3. 나 역시 끊임없이 재배치한다.

이전까지만 해도 이것은 전적으로 나의 정리벽 내지는 결벽증때문이리라 생각했지만, 생각을 약간 고쳐먹어서 나의 심미적/미학적 취향때문일거라고 자위하기로 했다. 시디/책/기타/컴퓨터.. 내 것이라고 할 수 있는 것들은 수도 없이 재배치된다. 대개의 경우 "제대로 기능"하기 위해 재배치되지만 나의 기분에 따라 "제대로 위치하여 보기 좋게" 재배치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웹사이트역시 끊임없이 재배치한다. 희봉닷컴은 사실 선뜻 디자인을 바꾸기가 껄끄럽다. 많은 사람들이 보아주는 것이기도 하고.. 사실 여기에서 재배치하고 말것도 없기도 하고.. 게다가 현재의 디자인에 4년이 흐른 지금까지도 만족하고있단 말이다!! (내 인생 최대의 걸작이여!)

사실 희봉닷컴보다 더 자주 이용하는 사이트는 "희봉닷컴 모바일" - http://heebong.com/m 이다. 일종이 포탈사이트(쉽게 말하면 즐겨찾기 모음)인데.. 이곳은 어떻게 보면 나 혼자만의 공간이므로 끊임없이 바꾸고 재배치시킨다. 가끔은 알파벳에 대문자를 소문자로 바꾸는 것 하나때문에 죄다 뜯어고치기까지 한다. 그리고 사이트의 순서나 위치를 끊임없이 바꾸기도 하고.. 나의 이러한 소소한 움직임들도 모든 인간들에게 내면해 있는 "아룸다움"을 추구하는 본성일거라 믿는다.

4. 결론

현재 나 자신이 심각하게 잘못 배치되어있다.. 얼렁 재배치 시켜야지.. -_-;;
섬바디 헬푸 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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