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metimes it rains, sometimes it snows...




 Life In Cartoon Motion
 
4,5옥타브를 넘나드는 유려한 보컬의 극적인 퍼포먼스는 '퀸'의 프레디 머큐리(Freddie Mercury)인데, 관능적이고 유혹적인 팔세토는 어느 순간 프린스(Prince)가 되어있다. 그런가 하면 'And the house fell down'에서 나올 법한 섬세한 피아노 터치는 꼭 엘튼 존(Elton John)인데 기타의 록킹 사운드를 타고 흐르는 파워풀한 보이스는 영락없는 로비 윌리엄스(Robbie Williams)이다.

싱글 'Grace kelly'로 단번에 영국 차트를 꿰찬 신성 미카(Mika)에게 언론들은 굵직한 선배들의 이름을 명명하며 최근에 씨저 시스터즈(Scissor Sisters)와 '루퍼스 웨인라이트(Rufus Wainwright)'에 이르기까지 갖가지 뮤지션들을 언급했다. 그리고 이 뉴페이스의 분발을 두 손 들어 환영하는 동시에 당찬 행보에 슬쩍 제동을 걸기도 했는데 바로, 여기저기서 조금씩 떼어 퍼즐을 맞춘 듯한 그의 정체성이 문제였다.

상기하듯, 미카의 음악은 분명 위의 언급한 뮤지션들의 계보를 충실히 따르는 전형적인 카테고리에 공유된다. 허나, 조금만 관점을 달리한다면 기성과 분리선을 치는 그만의 독자적 영역을 들여다 볼 수 있다. 지금까지 들어보지 못한 생경함이 아닌 참신함, '독창성'의 문제가 아닌 구석구석 남겨진 잔영들이 이루는 '독특함'이 관건이다. 로비 윌리엄스, 엘튼 존, 퀸, 디스코, 뮤지컬, 록 등 절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온갖 요소들이 뒤섞여 절묘하게 결합하는 것, 그래서 오묘한 빛을 발하는 것이야말로 미카의 정체성이다.

1983년생인 그는 어렸을 적부터 존 바에즈(Joan Baez), 밥 딜런(Bob Dylon)의 포크에서부터 세르주 갱스부르(Serge Gainsbourg)와 플라멩코(Flamenco)에 이르기까지 실로 다양한 음악적 자양분을 섭취했다. 해리 닐슨(Harry Nilsson), 프린스(Prince)등의 뮤지션들을 동경하며 그가 꿈꾼 것은 바로 '자유로움(freedom)'이었다. 자신의 확고한 마인드가 관통하며 지금껏 누구도 실행해보지 않은, 그러나 친숙하고 잘 들리는 선율이어야 한다는 것을 위대한 팝 앨범의 조건으로 삼았다. 거기다가 'Why not?'을 인생의 모토로 내걸었으니 이것저것 해보고 싶은 것을 모두 담아내려 한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 그것이 설사 비평의 잣대로는 만족스럽지 못하더라도 말이다.

그가 세상을 보는 눈은 그야말로 유쾌, 발랄이기에 수록곡 모두를 여기에 초점을 두고 듣는다면 이해가 쉽다. 하나같이 음들을 가지고 노는 듯한 인상도 여기에 기초한다. 그 넓은 음역대 위에서 미끄러지고 통통 튀며, 마구 던져내듯 흐르는 보컬이 그렇고, 조금은 장난하는 듯한 재치들, 어디로 튈지 모르는 '예측불허'의 편곡들이 그렇다. 만약 이런 귀여움이 사운드까지 전해졌다면 실없이 가볍기 만할 수도 있었는데 미카는 여기에 아주 영민한 보신책을 마련해 놓았다. 아주 탄탄하고 빼곡히 짜여있는 소리샘은 이런 가벼움을 의식하지 못할 만큼 정제되고 다듬어진 느낌이다.

음악 또한 결코 어렵지 않다. 당장 타이틀 곡'Grace kelly'만 보더라도, 단순한 코드워크 탓에 흔히 동요적 진행이라고 일컫는 코드(G-C-D)를 돌려가며 뽑아내는 주요 멜로디도 고작 4마디뿐 이다. 그런데 이 속에서 이뤄지는 변주, 다양한 편곡을 듣는 재미가 아주 쏠쏠하다. 베이스, 기타, 코러스로 차곡차곡 쌓아올려 규모를 키워내더니 어느 순간에는 피아노만 남겨놓고는 느닷없이 다 없애버리고 만다. 루즈하게 흘러가다가는 갑자기 사운드를 타이트하게 쥐고, 느릿느릿 발라드를 연주하는가 싶더니 어느 순간 록 적인 터치로 탈바꿈해버린다.

이런 '가변성'이야 말로 < Life In Cartoon Motion >의 가장 큰 미덕이다. 한동안 '데미언 라이스(Damien Rice)', '제임스 블런트(James Blunt)' 제임스 모리슨(James morrison)의 계보로 이어지는 싱어 송 라이터들의 복고적이고 진지한 음악들에서 나이에 어울리지 않는 '깊이'를 얻었다면, 이번에는 이 젊은 신인에게서 기대할 수 있는 패기와 번뜩이는 아이디어들의 세례를 대중에게 맘껏 퍼붓는 것이다.

그의 높은 키(key)의 포용력을 가장 잘 보여주는 곡이자 베이스의 옥타브 진행으로(역시나 장난스럽게) 흘러가는 'Love today'는 그의 말마따나 '정신없이 행복했을 때'나온 곡이니 만큼 신보의 성격을 가장 잘 대변해주며 '커팅 크루(Cutting Crew)'의 히트곡 '(I Just) died in your arms'를 샘플링 한 디스코 넘버 'Relax(take it easy)'와 여자의 성적 매력을 찬양하는 'Big girl(you are beautiful)'은 'It's only us', 'Rock DJ'를 부르던 로비 윌리암스의 완벽한 재현이다.

그 중 캐치한 코러스를 절대 놓치지 않는 'Billy brown'은 단연 발군이다. 바로 전 곡 'Any other world'에서 오아시스(Oasis)의 'Whatever'를 연상시키는 굵직한 오케스트라로 사뭇 진지함을 담아냈다면 이 곡에서는 곳곳에 숨겨놓은 브라스 장치의 펑키함에서 부터 뮤지컬적인 스윙감으로 스펙트럼을 넓히고 있다. 아내와 아이들과 함께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는 한 가장이 어느 날, 한 남자에게 끌려 밀회를 즐긴다는 한 편의 재밌는(?) 이야기를 담은 가사도 눈여겨 볼만 하다.

무엇보다 이 신성은 아주 재밌고 즐기면서 노래하는 법에 대해 실하게 풀어내고 있다. 'Love today', 'Lollipop에서 흘러 다니는 선율은 바로 그런 그가 던져놓는 희망의 단상들이다. 마땅히 기대되는 예측들을 조심스럽게 피해가며 즐기는 기발함은 뚜렷한 기승전결의 형식적 미학보다 긴장감을 주는 법이다. 신인이 해주어야 할 톡톡 튀는 이 아이디어에 팬들은 빛나는 차트성적으로 화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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