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도시 경계 밖에 감옥이 있다 2
-장석주
명석한 슬픔은 은폐되지 않는다
그러나, 이를 악물고 울음을 참는다
모포 몇 장을 겹쳐 깔아도
마룻바닥에서 올라오는 냉기는 막아지지 않는다
무위와 권태라는 병균이
내 삶을 갉아먹는다
난 넝마처럼 너덜거리는 껍데기만 남았다
관제 모포를 끌어당겨
머리 끝까지 뒤집어쓰고 억지로 잠든다
관제 모포를 뒤집어쓰고 잠들면
꿈도 관제 꿈을 꾸게 될까
온갖 잡음들이 자자든 새벽녘
기억할 수도 없이 많은 허망한 꿈에서 놓여나면
오래 다시 잠에 들지 못한다
나는 한 마리 물고기처럼 차가운 벽에 머리를 기댄다
이곳이 내가 도달한 삶의 바닥일까
방향을 가늠할 수 없는 이 늪지
난 너무 오래 길을 건너지 못한 채
횡단보도 앞 붉은 신호등에 묶여 있다
간통으로 들어온 젊은 친구가 잠결에 돌아누우며
해독할 수 없는 잠꼬대를 한다
내 삶의 문맥을 읽기 위해
나는 고통의 문지방을 넘었다
그들이 원한다면
난 내 삶을 더 낮게 할 수 있다
더 낮은 곳으로 내려가 포복할 수 있다
낮은 곳에서 환하게 더 잘 보인다
이 깊고 깊은 어둠이, 어둠에 감싸여 있는 이 세상이
기상 나팔이 불려면 아직 멀었다
몇백 번의 꿈을 꾸고 다시 깨야
이 미망으로부터 풀려날 것인가
-장석주
명석한 슬픔은 은폐되지 않는다
그러나, 이를 악물고 울음을 참는다
모포 몇 장을 겹쳐 깔아도
마룻바닥에서 올라오는 냉기는 막아지지 않는다
무위와 권태라는 병균이
내 삶을 갉아먹는다
난 넝마처럼 너덜거리는 껍데기만 남았다
관제 모포를 끌어당겨
머리 끝까지 뒤집어쓰고 억지로 잠든다
관제 모포를 뒤집어쓰고 잠들면
꿈도 관제 꿈을 꾸게 될까
온갖 잡음들이 자자든 새벽녘
기억할 수도 없이 많은 허망한 꿈에서 놓여나면
오래 다시 잠에 들지 못한다
나는 한 마리 물고기처럼 차가운 벽에 머리를 기댄다
이곳이 내가 도달한 삶의 바닥일까
방향을 가늠할 수 없는 이 늪지
난 너무 오래 길을 건너지 못한 채
횡단보도 앞 붉은 신호등에 묶여 있다
간통으로 들어온 젊은 친구가 잠결에 돌아누우며
해독할 수 없는 잠꼬대를 한다
내 삶의 문맥을 읽기 위해
나는 고통의 문지방을 넘었다
그들이 원한다면
난 내 삶을 더 낮게 할 수 있다
더 낮은 곳으로 내려가 포복할 수 있다
낮은 곳에서 환하게 더 잘 보인다
이 깊고 깊은 어둠이, 어둠에 감싸여 있는 이 세상이
기상 나팔이 불려면 아직 멀었다
몇백 번의 꿈을 꾸고 다시 깨야
이 미망으로부터 풀려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