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remember meeting U here in the good ol' days



서지영이라는 모임, 서울대학교 지구환경시스템공학부 00학번의 준말이었나? 뭐 딱히 하는건 없고, 일년에 두어번 동기 모임을 주최하고, 결혼식때 축의금과 화환을 보내는 것이 전부..

그런데 별거 아닌 것 같지만 결혼식때 직접 찾아가 축의금을 전달하고 화환을 준비한다는게 여간 귀찮은게 아니다. 사실 총무를 맡기 전에는 동기 결혼식에 소홀했던 것이 사실이니까;

내가 (남의) 결혼식을 기피했던 이유는 10034가지 정도 들수 있는데

우선 나로 하여금 시간을 낭비하기 딱 좋은 주말 오후 시간을 할애하여야 한다는 점, 격식 있는 옷을 갖춰입고 외출을 하여야 한다는 점. 그리고 그 차림으로 음식을 떠먹으러 여기저기 돌아다녀 한다는 점. (아이 헤이트 부페!) 그리고 내가 주인공이 아니라는 점. 마음에도 없는 남의 행복을 빌어줘야 한다는 점.. (사실 결혼하는 친구의 행복을 진심으로 빌어준 적은 한번도 없다. 저주를 내리고오지 않은 걸 천만다행으로 알라고)

하지만 내가 결혼식을 기피했던 가장 큰 이유는 현실에 뒤쳐진 내 자신을 인식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남의) 결혼식장에 들어서는 순간 마치 사회가 정해놓은 채점표에 의해서 카운트된 내 사회적 서열이 내 머리 위로 나타나는 것만 같았다.

그러다가 총무직을 맡고나서 억지로, 결혼식을 두어차례 나가게 되었는데 (아마 올해 내가 출석한 유일한 결혼식인듯) 아니나 다를까, 10년만에 선배를 만나고, 친구들을 만났다

그리고 아니나다를까, 이 양반들이 오리엔탈특급살인의 범인들 처럼 나를 작은 칼로 한번씩 쑤셔댔다.

"희봉아, 너는 결혼 안하니?"

희봉

2013.11.19 23:56:38

이에 대한 나의 대답은 "할거야! 걱정마!"

희봉

2013.11.19 23:57:05

Don't Play Me, I'm Over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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