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remember meeting U here in the good ol' day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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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 새벽 2시, 전화가 울렸다.

1시쯤 라면을 먹고 잠들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새벽에 울린 전화기를 쳐다보면서 속으로 화를 내면서 전화기를 뒤집어 내려놓았다. 새벽 3~4시쯤 잠깐 눈을 떠 핸드폰을 쳐다보니 카톡 몇개와 트위터 알람이 몇개 떠있었다. 다시 잠들었다가 아침에 눈을 떴다. 프린스가 죽었다는 소식이 내게 전해졌다. 잠결에 난 그럴리 없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어찌되었든 너무 졸려서 좀 더 자야 했다. 그리고 다시 잠들었는데 꿈속에 프린스의 사망소식이 오보라는 얘기를 들었다. 너무나 당연했다. 프린스가 죽을리가 없잖아…

그리고 9시쯤 눈을 뜨자 모든 것이 분명해졌다. 프린스가 죽었다는 것… 그리고 난 어찌해야할지 몰랐다. 기사 몇개를 읽었지만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것들 투성이었다. 일단 씻고 나가야 했다. 다음날 아침 예정된 강의를 하기 위해 전주까지 내려가야 했다.

차를 몰고 나가면서 무얼 들어야할지 생각이 나질 않았다. 죽기 7일전 아틀란타 공연 음원을 듣다가 이내 힛트곡 모음집으로 바꿔틀었다. 음악이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왜 죽었는지가 너무나 이해가 가지 않을 따름이었다.

나는 불과 두달 전에 그의 불멸을 목격했다.

그리고는 이내 화가 났다. 왜 자신의 집에 “혼자” 있었을까. 죽던 순간에 누군가에게 도움을 요청했었을까. 그때 자신의 죽음을 어떻게 받아들였을까… 그 커다란 페이즐리 파크 저택에 왜 아무도 없었던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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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린스를 처음 알게 되었을 무렵은 이미 프린스 커리어에서 가장 침체기였으나 그 이후로도 프린스는 매년 새 앨범을 내주었다. 사람들은 프린스를 퍼플레인으로 기억하겠지만 내게 있어서는 실시간으로 접했던 “망했던 수많은” 앨범들 역시 퍼플레인 못지 않게 소중했다.

프린스의 새앨범이 나오는 것은 내 일상에서 가장 큰 이벤트였다. 새 앨범은 내게 언제나 또 하나의 퍼플레인이자 사인오더타임이었다. 프린스의 앨범이 발매되면 거의 1년 남짓 가량은 그 앨범을 가장 많이 재생했다. 프린스의 신작이 지루해질 무렵이면 프린스는 이내 곧 다른 신작을 내주었다.

프린스가 페이즐리파크에 정착했듯이 나는 프린스의 음악에 정착했다. (프린스의 음악에 잘 적응하지 못하는) 다른 사람들과 함께 있는 자리에서 프린스의 음악을 잘 틀지 않았으므로 프린스의 음악이 크게 울려퍼지는 곳은 항상 나의 가장 개인적인 공간(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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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린스와 나를 비교하면서 공통점을 찾는 일은 언제나 즐거운 소일거리였다. 완벽주의자이고, 혼자 있기를 좋아하는 것, 그리고 타인에게 친절하고 유머러스했던 점. 무엇이든지 금방 질려한다는 점, 자신을 사랑한다는 점 등

따라서 “위대한 아티스트” 프린스를 좋아한다는 것은 매우 뿌듯한 일이었다.

“제임스 브라운 처럼 노래를 하면서 지미 헨드릭스의 기타 솔로를 칠 수 있는 가수가 프린스 말고 누가 있어?”

프린스는 지치지 않는 불멸의 슈퍼히어로이자, 내 인생의 멘토였으며, 마지막으로 또 다른 평행우주 속의 “나”와 같았다. 프린스가 왕성하게 활동을 하는 한, 나 자신 또한 늙어가거나 죽어간다는 것을 상상할 수 없었다. 그는 내게 죽음의 공포를 이겨낼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반증이었다.

따라서 프린스가 아주 오랫동안 “행복한 왕자”로 빛나주길 바랬다. “불멸의 왕자”가 이렇게 허망하게 떠나버리자 나는 이제 죽음과 외로움에 아무런 대비없이 노출된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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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주 빌보드 앨범챠트 1위와 2위는 모두 프린스의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이런 것들은 전혀 내게 위안을 주지 않는다. 그의 신작 발표와 투어 소식에 귀를 기울이고, 언제쯤 공연을 보러 갈 수 있는 스케줄이 될까 하는 기대 마져 이제 가질수가 없으니…

그 어느 것도 프린스를 대신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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