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remember meeting U here in the good ol' day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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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출신 포크싱어 “레너드 코헨”이 80번째 생일을 맞이하여 13번째 앨범을 발표했다. 80년대 이후 가뭄에 콩나듯이 정규 앨범을 발매해왔기 때문에 지난 2012년 “OLD IDEA”가 발매된지 2년만에 정규앨범을 발매한다는 소식을 접하고는 많이 놀랐다.

지난 2년간 레너드코헨은 “OLD IDEAS WORLD TOUR” 강행군을 수행해왔기 때문에 더더욱 그렇다. 비록 그의 라이브가 몸에 무리가 가지 않는 중저음 위주의 창법 일색이라 할지라도 말이다. 내일 당장 죽어도 이상하지 않을 나이가 되자 그는 “이제부터 몸에 해롭기 때문에 끊어왔던 담배를 다시 피기로 했다”라고 말하고 있다.

2년전 발표된 OLD IDEA의 크레딧 곳곳에 써있던 프로듀셔 “Patrick Leonard”의 이름을 이번엔 거의 모든 곡에서 찾아볼 수 있다. 지난 앨범이 나왔을 때는 이 사람이 누군지 몰랐으나 (레너드코헨의 친척이 아닐까 하고 생각했었던 내가 참 바보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성이랑 이름도 분간 못하다니..) 마돈나의 프로듀서로 유명한 사람이라고 한다.

그런 까닭인지 평단과 대중 모두에게 커다란 성공을 거두었던 전작 Old Idea의 훌륭한 자매 앨범이 되었다. 따라서 나는 감히 이 앨범을 들어보기 전에 먼저 Old Idea를 들어보길 강추하는 바이다. Old Idea없이 이 앨범을 먼저 듣는건 월광보합을 보지않고 선리기연을 보는 것과 같다. 월광보합을 보지 않고 선리기연을 보는 건 3121을 듣지 않고 ART OFFICIAL AGE를 듣는 것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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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작과 마찬가지로 힘들이지 않고 나즈막히 노래하는 (내뱉는? 중얼거리는?) 레너드 코헨의 미칠듯한 중저음에 적절히 배합된 여성 코러스, 정갈한 반주… 그리고 무엇보다 자신의 운명을 담담하게 읊어주는 가사들 이 모든 것들이 레너드코헨의 앨범을 구성하고 있다. (언제나 그렇듯이 그는 그에게 주어진 운명을 이야기할 때 아버지나 어머니를 언급한다. 그것이 가장 잘 드러난 곡은 역시 Lover Lover Lover)

한가지 특이할 점은 (물론 내 오해일 가능성이 높지만) 이번 앨범에서는 신에 대한 노골적인 갈망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항상 어찌할 수 없는 자신의 숙명, 그리고 욕망을 신을 향한 가사에 빛대어 노래하지 않았던가. 80세에 접어들면서 부터 이제 초월적인 존재에게 의지하는 것조차 벗어던진 것일까?

종교보다 담배? 할렐루야! 아멘…

수록곡 들을 살펴보자면 첫번째로 싱글 컷트된 “Almost Like the Blues”가 역시 멜로디 라인이 가장 강력하게 살아있는 곡이다. 빈곤, 살육, 강간이 벌어지고 있는 참상을 노래하고 있는 가사를 보면 마치 “가자 지구”의 상황을 노래한 것 같은 심증이 들지만, 레너드코헨은 유태인 아니었던가? 누가 만나면 나 대신 좀 물어봐 줬으면 좋겠다

그리고 1번 트렉인 “SLOW”는 앨범의 전체적인 방향키와도 같은 역활을 하고 있는 듯 하고 (역시나 OLD IDEA에서의 1번 트렉인 GOING HOME을 떠올려 보자… 아직 안들었다면 어서 목욕재개하고 좆잡고 들어봅시다), 짧은 노랫말이 반복되면서 짙은 여운을 주는 6번 트렉 “My Oh My”는 앨범 최고의 명곡이라 할 수 있겠다. 왜냐면 내가 제일 좋아하니까… (OLD IDEA에서의 최고 명곡 AMEN과 견줄만한 곡이라 할 수 있다. 왜 AMEN이 명곡인지는 뭐…)

Wasn't hard to love you
Didn't have to try
Wasn't hard to love you
Didn't have to try

Held you for a little while
My, oh, my, oh my
Held you for a little while
My, oh, my, oh my

Drove you to the station
Never asked you why
Drove you to the station
Never asked you why

from “My Oh M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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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레너드코헨을 처음 좋아하게 된 것은 그의 70년대 작품인 Famous Blue Raincoat 때문이었으나, 2012년 신작이 발매되고 나서 OLD IDEA를 들은 횟수가 아마도 전작을 모두 합친 것보다 더 많을 정도로 신작을 나는 좋아했다. 그리고 이번 앨범도 OLD IDEA만큼 많은 재생횟수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프린스 신작이 나오기 전에 마르고 닳도록 들었었다.

레너드코헨은 내가 좋아하는 아티스트 중에 유일하게 전작보다 신작을, 그의 과거보다 현재를 훨씬 더 좋아하는 아티스트이다. (당연히 프린스 빼고)

그는 “시는 인생의 증거이다. 당신의 인생을 잘 불태웠다면, 시는 잿덩이만 남아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의 노랫말은 여전히 잿덩이 그 이상이다. 그리고 그가 불완전 연소하여 재로 사라지지 않은 많은 노랫말들을 앞으로도 더 자주 들려주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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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제발, 내한공연 좀 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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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쓰고 보니 정작 수록곡 9곡 중에서 3곡 밖에 언급을 안한 것 같다. 하지만 곡 한개 한개가 무슨 의미가 있을까. 이 앨범은 한곡씩 따로 떼어들을 수 없다. 절대 랜덤 재생하지 말고 처음부터 끝까지 차근차근 들으시길

희봉닷컴 평점 - 별4개 반 (별4개 만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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