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remember meeting U here in the good ol' days



1

이사짐을 정리하고 있다.

아니 정리를 하려고 마음만 먹고 있고, 싸구려 버드와이져 한 캔을 들이키고 있고 어떤 음악을 틀어야 할지 몰라서 내 10평 남짓한 원룸은 정적에 휩싸여 있다.

이제까지 한번도 큰 집에서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적이 없었는데 이번에 집을 알아보러 다니면서 난생 처음으로 거실이 있는 집에서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왠지 서른다섯이라는 나이에는 퇴근 후 황망히 옷을 벗고 샤워를 하지 않아도 (왜냐하면 샤워를 하지 않으면 절대 침대 위로 올라가지 않는다는 철칙이 있기 때문에) 수트를 입은 채로 소파가 있는 거실에 앉아 넥타이를 풀어해치며 티비를 봐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물론 냉장고에서 꺼내든 버드와이저 맥주 한캔과 함께일테지만

2

20살때 상상했던 30살의 박희봉은 매우 현명하고 모든 사물과 현상에 대해서 뚜렷한 생각을 가진 인간이었으나 나는 결국 그것을 이루지 못했다. (20대에 혼란스러웠던 것은 여전히 혼란스럽고 나 자신에 대한 조롱과 타인에 대한 혐오가 덧씌워졌을 뿐이었다. 나를 자살하지 않도록 막아준 나의 에고에게 찬사를!)

그리고 5년이 더 흘러버린 35살.
지금 나는 그냥 단지 소파에 기대어 앉아 내 작은 몸뚱아리를 쉬게 하고 싶을 뿐이다.

그냥 내 몸뚱아리를 조금 쉬게 할 수 있다면, 내 마음과 머리 속이 조금이라도 여유를 가지게 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다.

생활 양식이 조금 바뀌게 된다면 내가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이 조금 달라지지 않을까?

3

문득, 오래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올해 들어서 부쩍 드는 생각이다.

“나의 죽음과 탈모를 인정하고 싶지 않는 것…”

그리고 죽음이 가까워진다고 생각이 될수록 나는 더 어리석어 질테지

어리석어 지는 것은 참을 수 있어, 그건 연기할 수 있으니까…

하지만 내 몸에서 냄새가 나고 탈모가 시작되는 건 참을 수 없을 것 같다

희봉

2015.01.29 23:23:06

조용하고 어질러진 내 작은 원룸에서 맥주 한캔을 들이키자, 문득 낯선 사람에게 말이 걸고 싶었다

희봉

2015.01.29 23:24:07

meet me in Mauntak

희봉

2015.01.29 23:32:34

내가 쓴 글이 아니다, 버드와이저가 쓴 글이다

희봉

2015.01.29 23:35:52

요즘 왜 이렇게 제목이 블루스라는 말을 쓰지?

희봉

2015.01.29 23:39:13

잠이 안오니 2010년 희봉닷컴 글이나 한번 읽어볼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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