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remember meeting U here in the good ol' days



2015년이 시작하자마자 몸살감기를 접했다.

주말부터 어제(화요일)까지 한 3~4일을 몸살로 고생한 끝에 다행히 오늘(물론 수요일)은 어느 정도 진정된 듯 하다. 다행이 이번에도 목숨이 끊어지지 않고 생존을 이어갈 수 있다는 것을 하느님께 감사해야겠다 (연초부터 하느님을 찾는 걸 보니 제정신이 아닌 것 같다)

참 그럴싸한 한 해의 시작이다.

몸이 아프면 여러가지 불편한 점은 있지만 백프로 나쁜 것만은 있는 것은 아니다. 일단 신체적인 치유에 집중하다 보니, 다른 근심걱정 따위 (특히 외로움)은 잠시 접어둘 수 있게 되니까

하지만 그 와중에도 이사 준비를 게을리한건 아니다. 무언가를 열심히 버렸다는 뜻이다. 물건버리기 경시대회가 당장 열린다면 당장 수석 입상이 가능할 정도로 무진장 버려댔으니까… 컴퓨터1, 컴퓨터2, 다신사지않을삼성레이져프린터, 내가옷안좋아할때샀던핏안맞는옷들, 세계평화를위해서제작중이었던무공해핵무기, 오즈웰에추락한유에프오잔해, 나를에릭클랩톤으로만들어줄거라믿었던통기타1, 월드시리즈우승반지2개, 샘과함께모르도르까지갔지만버리고오지않았던절대반지1개, 박근혜도모르는정윤회문건300페이지, 140자짜리이건희와이재용의삼성승계플랜비밀문건, 윈도우XP 설치시디(?!!) 등등

하지만 모든 이야기에는 밝은 곳과 어두운 곳이 같이 있는 법… 이사가면서 내가 장만해야하는 것들도 있다. 가령 소파, 티비장, 커피테이블, 그리고 세탁기

오늘 세탁기를 고르다가 중요한 것을 발견했는데 어떤 드럼세탁기에는 건조기능이 내장되어있다는 것! 건조기능은 미국에서 빨래방(?)에서 빨래할때 되게 편하다고 생각했던 것인데 이미 우리나라에도 도입(?)되어 있었군. 선진문물은 참 내가 알지 못하는 사이에 많이도 침투했잖아. 예전에는 빨래가 끝나자마자 건조대에 널어야 했기 때문에 상당히 귀찮았었는데 이제 그러지 않아도 되는군. 난 건조기능이 있을때의 내 삶의 변화를 잠시동안 상상했다.

1. 빨래를 돌려놓고 잠들 수 있다
2. 빨래를 돌려놓고 출근을 할 수 있다
3. 빨래를 돌려놓고 이태원에 술을 마시러 갈 수 있다
4. 빨래를 돌려놓고 커피를 마시러 갈 수 있다
5. 빨래를 돌려놓고 몽트뢰 재즈페스티발을 갈 수 있다
6. 빨래를 돌려놓고 반지의제왕 트릴로지를 끊기지 않고 볼 수 있다.
7. 빨래를 돌려놓고 대선에 출마해서 단일화 협박에 굴하지않고 완주할 수 있다.
8. 빨래를 돌려놓고 중력이 4배 쎈 곳에 가서 웜홀을 경험하고 돌아올 수 있다.
9. 빨래를 돌려놓고 빌보와 함께 외로운 산에 가서 아르켄스톤을 찾아 돌아와 프로도와 절대반지를 버리러 여행을 떠날 수 있다.
10. 빨래를 돌려놓고 희봉닷컴에 장문의 쓸데없는 글을 쓸수 있다. 바로 이 글 처럼…

몸은 나으면서 병신력이 증가한 것 같다

희봉

2015.01.07 21:56:05

몸이 나으니 라면을 원하는군... 그래 원하는 데로 부어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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