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remember meeting U here in the good ol' days



1

어젠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무언가 운동을 하려고 스쿼드를 10회 정도 하였으나 A면이 다 돌아간 LP를 뒤집으려고 잠시 엘피장을 보다가 어느새 “내 음악 라이브러리의 세계”에 빠지고 말아서 빠져나와보니 2시간이 흘러있었다. (사실 지금도 슬라이스톤의 힛트곡 모음집 LP가 A면이 다 돌아간 상태로 나를 유혹하고 있다. 하지만 참아낼거야.. 일단 머리속에서 흘러나오는 이 것을 다 토해낸 다음에 음악을 바꾸러 가겠어)

그리고 영화를 한편 보았다.

뭔가 심각한 영화를 볼 기분이 아니었다. 그냥 깔깔거리는 로맨틱 코메디를 보고 싶었는데, 그래서 찾아낸 게 문스트럭… 니콜라스 케이지와 셰어가 저렇게 젊고 예뻤던 적이 있었구나. 나는 누군가를 처음 보았을때 모습 그대로 영원히 각인하려는 습성이 있는 것 같다. 내 제일 친한 친구는 여전히 20살 신입생의 모습 그대로이다.

물론 지금의 내 모습도 나는 여전히 20대 후반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하는데 어느 순간 내가 진짜 35살의 모습으로 보이기 시작한다면 그것은 참 우울할 것 같다. 무언가 내 자신이 그동안 생각해왔던 나와 다르다는 것을 깨달은 날 처럼 비참한 것은 없을테니까…

하지만 이것을 유예할 수만 있다면 영원히 유예하고 싶다. 내 자신이 나를 멋있다고 생각해주지 않는다면 누가 감히 날 예뻐해주겠어. 지속가능한 에고와 실존주의… 난 이것으로 겨우 작은 체구의 내 몸뚱아리를 힘겹게 버티며 산다.

2

몽블랑 펜을 수리했다.

알수없는 이유로 펜의 잉크가 나오지 않았는데, 리필를 바꿔보아도 헛수고였다. 결국 신세계 몽블랑 매장에 맡겼는데 운좋겠도 무상수리를 해줬다. 스웨덴까지 날아간 지인을 졸라 면세점 쇼핑을 강제하여 추가로 파란색, 검정색 리필을 더 구해냈다. (파란색은 퍼시픽블루, 검은색은 미스테리블랙이라고 부른다. 참 멋진것 같다. 나도 그냥 희봉이라고 부르지말고, 사파이어희봉이라고 부르면 어떨까? 물론 내 앞에 봄베이 사파이어진이 있기때문에 급조해서 지은것은 절대 아니다)

3

몰스킨에 몽블랑.

너무나 멋진 조합이지만 디지털시대에 살고있는 나로썬 종이수첩과 명품펜은 제아무리 노력을 해보아도 스마트폰을 이겨낼 수 없는 것이 약간의 비극이지만… 내가 가장좋아하는 까페에 앉아 무언가 끄집어 내려고 해도 쓸 것이 없어서 내가 좋아하는 아티스트와 노래 제목을 몇개 적는 것으로 끝냈다.

Joni Mitchell - River
Leonard Cohen - Famous Blue Raincoat
Chet Baker - Almost Blue
Norah Jones - Miriam
Outkast - Take Off Your Cool

그림이라도 그릴 수 있다면 참 좋을텐데.. 가끔은 내 글씨를 보고 내 스스로 감탄할 때가 있다. 이렇게 글씨를 잘 쓰는 사람이라면 과연 그림도 잘 그릴 수 있지 않을까? 나의 몹쓸 에고는 이렇게 나를 착각의 늪으로 한없이 몰고가지만 결국 귀차니즘의 장벽에 부닥쳐 아무것도 하지 않게 된다.

4

내일은 호빗을 보기로 했다.

용산CGV의 상영관을 찾았는데 시간대가 애매한 2D 상영관과 아이맥스3D가 있어서 아이맥스3D 오전 시간대로 예매했는데 사실 도무지 내키지 않는다.

3D 영화란 도대체 누가 만들어 놓은 것일까? 우리 망막이 2D인데다가, 진정한 입체도 아니잖아. 그냥 레이어 몇겹으로 표현한 것일뿐… 괜히 내 정신만 사납게 만든다니깐..

그래도 반지의제왕 시리즈의 대단원의 막이니까 극장에서 봐줘야지…

희봉

2015.01.02 23:35:34

3D 영화는 5년전 크리스마스날 아바타로 처음 접했을 때부터 맘에 들지 않았어

그리고, 그날 이후로 한동안 내 인생이 내리막길이었으니깐!!

그걸 끌어올리는데 무려 3년이나 걸렸다고!! 그리고 아직 다 회복되지 않았지!!

희봉

2015.01.02 23:39:59

몽블랑펜을 사서 희봉닷컴에 글 쓸게 많아진 느낌이다. 이것이 디지탈-아날로그 하이브리드!

희봉

2015.01.07 09:48:40

호빗 짱 재밌다. 역시 반지의제왕은 나를 실망시키지 않아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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