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remember meeting U here in the good ol' days



한창을 방황하던 2009년 12월 31일, 서른 살을 맞이하던 그날 자정, 나는 더 나은 사람이 되기로 나와 약속했다. 아니 적어도 솔직해지기로 했지.

그런데 사실 난 솔직해 지기 보다는 솔직해보이는 척 요령만 늘었는데, 이제 사람들이 그것조차 잘 믿어주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사실 이 말도 솔직한 말이 아니야)

그간 나는 한번의 휴직, 두번의 이직을 경험했고 수트 몇 벌과 구두 세켤레가 늘었다. 그리고 한번의 이사를 경험했으며, 나를 받아주지 않은 여자의 이름을 내 마음 속에 적어 두었다.

그리고 난생 처음으로 지금 이 순간 내가 맞이하고 있는 나이에 대해서 약간 두려움이 들기 시작했다.

서른다섯살

마침내 난 죽음이 가까워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게 되었다. 이렇게만 살다가 그냥 죽게 되면 어떻하지? 아니 생물학적으로 죽기 이전에 이미 사회적으로 죽은 사람이 되어버린다면? 아니, 모든 사람이 내 좁고 변덕스러운 마음에 진절머리가 나서 등을 돌려버린다면?

아무도 희봉닷컴을 찾아주지 않는다면?
아니 그 무엇보다 내가 대머리가 된다면…?

이렇게 살다가 어느 순간 세상에서 아무런 쓸모가 없는 사람(혹은 대머리)이 되어버린 나를 발견하게 될까바 겁나기 시작했다. 1월 1일이 되어버린 지금, 나는 이 모든 두려움을 인정해야할 것 같다.

그리고 이제까지 내가 그토록 조롱하던 “계획”이나 “다짐”을 해야할 처지에 놓여버렸다. 그런데 그런 계획이나 다짐을 구체적으로 생각해보자니 참 괴로워졌다.

이제 내 맘대로 살던 시기는 모두 지나버린 것을 인정해야 하기에…

희봉

2015.01.02 17:21:50

"왜 남자는 여자를 항상 찾아다니지?"
"그건 아마 태초에 여자를 만드실 때 남자의 갈비뼈를 가져다가 만들어서 뭔가 허전해진게 아닐까요?"

"그럼 왜 한 여자로 만족하지 못하지?"
"그건 어쩌며 죽음이 두려워서 일거에요..."

from 영화 "문스트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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