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remember meeting U here in the good ol' days



난 시리즈물을 참 좋아하는 것 같다.

반지의제왕, 스타워즈, 록키(!!!), 혹성탈출(!!!!), 람보 등등

그리고 최근 또 하나의 시리즈물을 순서대로 보게 되었는데 바로 매드 맥스!

이야기는 어떤 이유에선가 무질서와 폭력이 사회를 지배한 모습을 보여준다. 오일 쇼크로 인해 가난해진 정부가 공권력을 행사하지 못하자 갱들이 고속도로를 점령한 세상이라던지, 핵전쟁이 벌어져서 문명이 파괴되어버린 그런 세상

자동차 추격 액션으로써의 쫄깃함과 별개로 이 영화를 보면서 내 마음을 무겁게 짓눌렀던 것은 바로 “기술(자)의 종말”이었다.

오리지널 매드맥스 3편에서 주인공(맥스)이 미개한 부족사회에 떨어졌을 때 사람들이 맥스를 메시아로 여기고 자신을 고향으로 되돌아갈 수 있게 해달라고 부탁하면서 데려갔던 그곳에는 커다란 여객기가 모래에 반쯤 파뭍혀 있었다. 기술(자)의 종말과 함께 커다란 고체덩어리일 수 밖에 없는 여객기의 모습이 화면에 가득 담기자 항상 나를 괴롭혔던 어떤 망상이 폭발해버렸다.

지금 내가 가진 테크놀로지 기기를 언제까지 쓸 수 있을까? 고쳐줄 수 있는 사람이 모두 사라져 버리면 어떡하지?

가령 이런 것들...

내 턴테이블과 엠프, 그리고 스피커는 고쳐줄 수 있는 기술자가 있긴 한걸까? 수백장을 모아놓은 내 LP가 그냥 까망 김치 부침개일뿐이라면? (난 지금은 더 이상 플레이할 수 없는 LD 몇장과 VHS 비디오 테잎을 십여개 가지고 있다)

내 하드드라이브가 모두 망가져버린다면? 또는 미래에 아무도 USB를 쓰지 않아서 외장하드드라이브의 내용을 읽지 못한다면? (나는 몇개의 플로피 디스크를 가지고 있지만 이 내용물을 죽기 전에 한번이라도 열람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내 외장하드에는 2002년부터 쭈욱 찍어온 사진들이 있다. 이 사진들을 모두 분실하게 된다면 내 인생 기록의 대부분이 사라지게 된다. (물론 3중 백업에 분실대비용 하드디스크까지 마련해놓긴 했다)

그리고 의심할 여지 없이 가장 중요한 것! 희봉닷컴을 운영하고 있는 서버가 고장나거나, 프로그램 에러가 발생하였는데 아무도 복구해주지 못한다면?

나는 이러한 강박 때문에 이제까지 찍은 모든 사진을 인화하고 희봉닷컴에 있는 내 모든 글을 프린트 아웃 할까도 생각하였지만 그 프로젝트의 방대성으로 인해 포기한바 있다. (누군가 대신 해주면 좋겠다는 뜻이다. 열정페이를 지급할테니 어서 오라!)

결국 기계와 디지털은 믿을 것이 되지 못 한다는 것인가?

희봉

2015.06.02 21:52:48

일렉기타는 몰라도 어쿠스틱 기타는 매드맥스 세상이 오더라도 연주할 수 있을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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