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remember meeting U here in the good ol' days



2월 21~22일: 이번 시즌 최대의 위기였던 통영출장.. S로 시작하는 모 해양조선... 일단 아침 5시반에 일어나면서 내 몸이 오늘 엄청 망가지겠구나라는 걸 직감.. -_-;; (사실 난 하루 8시간 자고 full-충전해도 출근하면서 절반쯤 잃어버린다 ㅠㅠ) 힘들게 택시를 타고 김포공항으로 향했다. 다시 힘들게 비행기에 몸을 싣고 통영에 도착하니 내 체력게이지는 이미 앵꼬;; -_-;;

도착해서 회사에서 주는 자료를 받아들고, 어렵사리 일을 겨우겨우 하고 나니 어느새 저녁이 되어, 밥과 술을 마시면서 체력 소진.. (내일은 어떻게 버텨낼까하는 걱정은 이미 사치에 불과했다)

다음날 오전.. 매니져가 나에게 어제 한일에 대해 물어보았다. 다름 이슈가 되는 문제여서 그냥 얼렁뚱땅 대답할수 없어서 열심히 설명했다. 그랬더니 하는 말..

"다음주 통영 출장도 니가 와라!"

이 어찌 마른하늘에 날벼락같은 소리가.. 순간 똥꼬가 600헤르쯔의 속도로 부르르 떨렸다.. 머리는 이미 하얘지고.. 무언가 해야한다.. 궁지에 몰린 쥐가 고양이를 물듯이.. 개겨야 한다..여기서 개겨서 나의 그간 모든 이미지가 실추되더라도 다신 오기 싫다.. 통영 출장. ㅠㅠ

"싫어욧!"

순간 정적;; 매니져도 너무 놀라 토끼눈으로 나를 빤히 쳐다봤고 나는 그런 매니져를 다 죽어가는 동태 눈깔로 응대했다.

"왜 싫은데?"
"아.. 저 출장 너무 싫어요..체력이 너무 바닥나서....."

(후일, 시즌 쫑파티때 그 매니져가 회고하길.. 자기도 스텝이 너무 노골적으로 개겨서 흠찟 놀랐다고.. -_-;;)

결국 통영출장은 체력고갈에 따른 간떙이 탱탱 부은 행동으로 넘어갔고, 나는 출장 기피 스텝으로 널리 소문나버렸다-_-;

2월 25일: GE계열의 부동산회사. 여기 회계담당자는 우리 법인의 우리 부서에서 무려 7~8년까이 근무하고 매니져 직함까지 달았던 사람인데 내가 그걸 몰라보고; 만원짜리 셔츠에 몽블랑 끼고 졀라 건방지게 비스듬히 누워서 막 따져물었다.

"아놔, 왜 감가상각 와꾸가 안맞는거야요?!! 네?!!"

그 현장에 있던 우리 시니어들 가슴이 매우 조마조마했다는 --;;; 나의 간떙이 부은 행동은 어디까지인가;; 암튼 여기도 무사히 통과!

2월 26일: GE계열의 유동화 전문회사, 여기는 2년차와 단둘이서 필드엘 나갔는데, 그리 복잡하지 않은 회사 2개라서 서로 한개씩 맡아서 했다. 그간 너무 반복적인 일에 사알짝 지겨울 때쯤 새로운 일을 하려니 약간 도전의식도 생기고 흥미도 붙었다. 점심엔 회 먹고 저녁엔 매드포갈릭 먹고.. ㅋㅋㅋ

2월 27일: 전날과 마찬가지로 또 다른 GE계열의 유동화 전문회사, 이날은 우리 이사님이 친히 출동하시어 여의도에 있는 인도 카레 전문점인 Ganga에 데려가서 럭셔리한 점심을 얻어먹을 수 있었다.

2월 28일: 이번엔 오창으로 출장, 보그워너 TTS라는 자동차 기계부품 만드는 회사였다. 우리 시니어가 자기 승용차를 가지고와서 옆자리에서 편히 수다나 떨면서 갔다왔다. 이 회사도 나름 별거없이 재밌었음..

29일: 자그마한 회사를 세무조정하고 저녁에 또 이사님한테 아욱백을 얻어먹음.. ㅋㅋ 이렇게 2월달은 지나가고, 그간 나갔던 회사들에 밀린 일은 clear되지 않은 채 차곡차곡 쌓여만 갔다.

3월 3일,4일: 부천에 있는 모 노래방기기 만드는 회사, 3년차, 2년차 그리고 나 이렇게 세명이서 갔는데, 회사의 부사장이 너무 -_- 지 맘대로 회사를 해먹어서;; 이슈사항이 한두개가 아니었다. (그래도 우린 TAX니까 책임없지롱..) 세명 모두 쩔쩔 매면서 각자의 계정에서 종합문제에 가까운 세무조정을 한 후... 서로의 표정은 "내년엔 이 회사 꼭 빠지고 싶다 -_-"

3월 13,14일: 이번엔 용인에 있는 과일유통회사, 우리 5년차 매니져 선생님의 차를 얻어타고 소풍가는 기분으로 회사로 향했다. 회사는 아주 작고 간단해서 별 여러움은 없었다.. 특히 바로 직전에 엄청 어려운 회사를 한 탓에 더더욱 그랬을지도.. 나의 시즌 거의 마지막 클라이언트였다.

3월 17일: 드디어 이번 시즌 마지막 출장.. 안양에 있는 모 핸드폰 부품회사. 나와 2년차 단 둘이 나가서 하루 동안 잽싸게 끝내고 돌아왔다. 회사의 회계시스템이 너무 엉망이라 숫자 맞추기 힘들었지만, 중간예납이라서 별로 큰 부담없이 쓱쓱싹싹 끝내버렸따 (결국 제대로 한게 하나도 없다는 소리 -_-;;)

이렇게 3개월간 약 23~4개의 회사를 돌아다니면서 세무조정을 수행하고 이제 남은건 무한 follow-up... 법인세 신고기한인 3월 31일까지 사무실에 앉아 주말도 없이 매일 12시가 되도록 철야농성을 펼쳤다. (2월 중순부터 이렇게 달렸던듯..)

돌이켜보면, 나의 체력과 인내심, 능력이 감당하지 못하면 하고 끊임없이 걱정했건만, 생각보다는 순탄하게 무난히, 주위사람들의 작은 애정과 무한한 도움으로 겨우겨우 넘어갔다고 생각된다.

내년부턴 나도 2년차일테니까 올해만큼 힘들진 않겠지.. 잡일은 죄다 1년차 시키면 되니까 ㅋㅋㅋ(사실 걱정했던 것만큼 올해도 그렇게 힘들진 않았으니 내년엔 정말 할만하겠지..)

썰렁한 결론: 쌩큐 에브리보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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