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remember meeting U here in the good ol' days



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회계사들에게 1~3월은 시즌이라 불린다. 그만큼 업무가 집중된 기간이라는 거고, 이 시즌을 견뎌내기가 체력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만만치 않다.

나의 시즌은 바로 어제부터 시작된 것같다. 물론 지금 이렇게 글을 쓰고 있는 걸 보니까 아직 본격적인 시작은 아닌 것같지만;;

다행히, 어제의 하루는 매우 무난하게 흘러갔다;;

아침 8시 반... 창문사이로 쏟아진 햇빛에 눈을 비비고 일어나 "옴마야! 늦었다"를 연발하며 15분만에 후딱 챙겨입고 회사에 가니 9시 반쯤... 4년차 Senior 자리에 가서 갈 준비가 되었다는 인사를 하니..

"응? 선생님(나를 지칭)이랑 가는 거였구나?!"

-_-;;

매니져 선생님의 늑장으로 약 10시쯤 여의도에서 클라이언트로 출발... 안양에 있는 회사에 11시 반쯤 도착했다.. 회사가 준 자료를 받아들고는 일을 시작하려는데 아무리 봐도 숫자가 이상해서;;; 감사하러 나온 다른 부서 회계사들을 붙잡고 막 꼬치꼬치 따져물었더니.. 이 사라들이 얼굴이 시뻘게 져서 당황을 했다;; -_-;;

결국 나의 잘못임이 밝혀졌고... 사과는 안하고, 난 그냥 뻔뻔하게 있었다.. 내가 하는 일이 뭐 항상 그렇지 뭐-_-;; 자그마한 거에 낚여서 팔닥팔닥 거리는 꼬락서니란.. 쩝...

12시 반쯤이 넘어서 청계산에 가서 꿩 샤브샤브(당췌 이런걸 먹어본적이 없어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전혀 맛있지가 않았다. 배가 부르지도 않았고..)를 먹고 회사에 오니 3시 -_-;;

"아.. 일은 언제하지.."라는 탄식이 흘러나오기가 무섭게;; 약 1~2시간후 일을 모두 끝마치고 빈둥빈둥 거리는 내 자신을 발견.. 필시 나는 천재이거나, 일을 대충했거나 둘 중에 하나일거다..

시니어 선생님도 일 다 끝마치시고 5시 반경.. 시니어의 "가자!" 외마디 비명과 함께 초당 500rpm의 속도로 주변집기를 정리하고 클라이언트에 인사하고 허둥지둥 택시에 몸을 실었다..

어제 하루는 그렇게 흘러갔다. net-worktime은 2시간 남짓? 나머지는 꿩 샤브샤브 식당에서, 택시에서, 중국집에서... 그리고 사무실에 돌아와 내가 한 만행을 정리하는데 약 1시간 정도 소요...

더도말고 덜도말고 오늘같은 클라이언트만 걸린다면 이번 시즌은 쉽게 나겠지만, 시니어 선생님의 말씀 한마디가 뇌리를 맴돈다.

"그레이코(오늘 나간 회사 이름)같은 데 나가서 몸풀고 담부터 빡시게 하면 되지 뭐.. ㅋ"

웬지 나중에 리뷰볼때 엄청 깨질 것같아.. ㅠㅠ

"도대체 회사가서 꿩고기 먹은거 말고 한게 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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