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remember meeting U here in the good ol' days



1

어른 놀이란 참 재밌는 것이다.

조니미첼의 블루를 턴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발베니 언더락 한잔과 함께 오늘은 어떤 거짓말과 농담으로 일기를 써볼까 하는 흥분에 맥북을 천천히 여는 것. 이것은 분명 어른 놀이야 (어렸을 적 나의 꿈은 언제든지 원할 때 레스토랑에서 돈가스를 먹는 것이었는데..)

하지만 진짜 어른이 되는 것은 그다지 재미있는 경험이 아니다. 많은 것들과 (진짜로) 싸워야 하기 때문이다.

왜 두뇌의 명석함이 인생살이의 지혜로움과 성공, 그리고 싸움의 승리를 보장해주지 않는 것일까?

좀 더 똑똑해져야할 필요가 있겠다. 나의 무식함을 완전히 감출 정도로 고도의 똑똑함

2

내 인생은 점점 더 단조로워 지고 짧아 지고 있다. (죽음을 향해 달려가는 중이겠지?) 다음날을 위해 밤 11시면 침대에 누워버리니 차분하게 앉아서 생각을 정리하고 거짓말과 농담을 꾸며낸 다음에 글을 하나 올릴 여유조차 가지기 힘든 것이다.

감상에 젖어들거나 삶의 의미에 대해서 생각할 시간이 없거나, 아니면 그럴 필요가 아예 없어졌거나…

그런데 기억(기록)되지 않는 삶이 의미가 있는 것일까? 불과 몇개월 전에 쓴 나의 글 조차도 내겐 너무나 생경하다. 그때의 나와 지금의 나는 왜 이렇게 다른거지? 그리고 지금의 내가 언제까지 이렇게 지속될 것이라고 장담할 수 있는 것일까? 나의 변덕이 나조차도 무섭다.

내 작은 몸이 여행을 싫어하는데, 내 작은 마음만은 정착하지 못하고 항상 어딘가를 떠돌아 다니고 있었다.

희봉

2015.12.20 02:25:52

내 무식함이 들키지 않을 때까지 살아야지

희봉

2015.12.20 02:29:23

유머러스함을 유지하고 싶다.

유머야 말로 삶을 여유롭고 위트있게 사는 사람들만이 할 수 있으니까…

비록 삶의 여유는 없지만 남들보다 위트는 훨씬 더 많으니까 유머러스함을 유지할 수 있다고 믿어왔는데 사실 그 위트는 모두 내 기억(력)에 기초했다. 나 자신과 상대방에 대한 기억력… 공통된 경험, 상대방이 내뱉은 말 등등

따라서 나의 유머는 모두 당신에 대한 애정에 기인한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나 자신에 대한 유머가 가장 많은 이유이기도 하고…

희봉

2015.12.20 02:34:31

어렸을적 나는 망상하길 좋아했다. 그리고 불면증을 망상을 펼쳐놓기 위한 최고의 놀이터였지
그리고 이젠 더 이상 망상을 하지도 않고 불면증에 시달리지도 않아. 나의 뇌는 이제 일하는데 특화되어 버렸다.
List of Articles
공지 [기록] 인간 박희봉에 대한 짤막한 소개... [1] 희봉 2013-08-07 43695
공지 [목록] 갖고 싶은 것들 [20] 희봉 2015-06-26 36302
공지 [링크] 몇몇 장문의 일기 들.. 희봉 2014-01-28 28423
1281 기분이 별로일 땐 희봉 2015-12-21 1025
» 일기 2015.12.20 [3] 희봉 2015-12-20 1054
1279 무제일기 2015.12.08 희봉 2015-12-09 940
1278 밀린 일기 12월 6일 2015년 [1] 희봉 2015-12-06 1183
1277 내 생애 최악의 상사를 만났다. 희봉 2015-11-09 1310
1276 개업 7일째 [1] 희봉 2015-10-19 1263
1275 아무것도 하지않는 것의 불가능성 희봉 2015-09-16 1294
1274 여행은 안가? 희봉 2015-09-15 1057
1273 내 인생 처음으로 내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 희봉 2015-09-13 1252
1272 프린스 신작 Hit N Run Phase One 리뷰 희봉 2015-09-10 1276
1271 사람은 누구나 혼자서 모든 걸 판단할 수 없으니 [4] 희봉 2015-08-28 1187
1270 1994년의 여름을 기억한다 희봉 2015-08-07 1197
1269 소설 박희봉 [2] 희봉 2015-07-29 1607
1268 2015.07.22 무제일기 [2] 희봉 2015-07-22 1167
1267 자기가 좋아하는 것에 대해서 자신 있게 말하기 희봉 2015-07-07 12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