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remember meeting U here in the good ol' day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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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에 엉망으로 쓴 글은 아무리 고쳐봐야 소용이 없다. 그럴싸한 멘트를 넣어야하겠다고 마음 먹고 쓴 글일수록 더더욱 그렇다.

일요일 밤 11시 30분, 바보같이 30분을 끙끙대며 쓴 글을 미련없이 “전체 선택” & “삭제”해버리고 다시 손 가는대로 글을 쓰고 있다. 역시 나의 손이 내 머리보다 똑똑한 것이 틀림 없다.

이 글은 과연 희봉닷컴에 실릴 수 있을까?

2

지난주 월요일엔 프린스의 신작이 발매되었다.

솔직히 프린스의 신보가 얼마나 좋은지 안좋은지, 2015년의 팝음악 시장에서 썩 괜찮은 작품인지 여부는 잘 모르겠다. 내가 프린스만 들어서 말이지. 난 프린스가 낸 앨범은 그냥 무조건 좋다.

일주일째 신작만 줄창 플레이하고 있는데 아직도 질리지 않았다.

시디, 엘피 (최소 2장), 티셔츠, 모자, 선글라스 나오는 족족 다 구입해야겠다.

3

그보다 덜 중요한 사건으로는 나의 사직 통보가 있었다. 정확히 딱 1년밖에 다니질 않았다. 내가 무언가 진득하게 오래한 것이 있었나?

이번에도 보기좋게 실패했다.

미분된 선택의 적분이 인생이라고 하였던가? 그때그때 최선의 선택만을 모아서 인생을 적분해도 인생은 망가지게 되어있다. 하물며 나처럼 최악의 선택만 모아서 적분된 인생은 오죽할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생은 알 수 없는 것”이기에 가끔씩은 나의 어리석은 선택의 합이 언젠가 재미있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을거라는 막연한 기대를 해본다.

“내 인생 처음으로, 내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라는 싱글맨의 대사가 이젠 그닥 절망적인 멘트로 다가오지 않는다.

어느 회사의 직원이 아닌, “회계사 박희봉”이라는 개인 사업자로써 내 인생이 어떻게 전개될지 흥미롭다. 그 어느 누구보다 걱정이 많은 인간이 나인데, 왜 정작 가장 중요한 의사결정을 할땐 걱정 프로세스를 빼버리는지 잘 모르겠다.

어찌되었건 선택은 이미 내려졌고, 이 선택대로라면 이제까지의 삶과 다른 삶을 살아야 한다.

열심히 살아야 할 시점이 와버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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