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remember meeting U here in the good ol' days



왜 이토록 글을 쓰는데 오랜 기간이 필요했을까?

그의 이름이 아직도 금기의 상징이어서일까
아니면 내가 전라도 사람이라서 일까? (과연 전라도 사람을 규정하는 정의는 무엇일까... 서울에서 태어나 성남/수원에서 자랐음에도 난 왜 전라도 사람인걸까.. 부모님이 전라도 사람이기때문이라면, 이승엽도 전라도 사람인걸까..)

87년, 내가 기억하는 순간보다 기억하지 못하는 순간이 몇십배는 더 많은 어린 시절, 나는 DJ의 대통령 선거 유세현장에 갔었던 기억이 있다. 그곳이 유세현장이라는 것을 어떻게 난 기억하고 있을까.. 나는 그의 모습이나 목소리를 보고 들은 기억이 없음에도 말이다.

92년, 12월 18일 대선이 끝난 날, 안방에서의 아버지의 쓸쓸한 뒷모습을 기억한다. "김영삼 보기 싫어서 이제 뉴스 안봐야겠다"고 푸념하시던 아버지... 그 이후로부터 나는 아무 이유없이 가장 존경하는 인물에 "김대중"이라는 이름을 적기 시작하였지만, 머리가 크고 투표용지에 내 도장을 찍을 수 있게 될 무렵 "노무현"으로 바뀌었다.

김대중은 아무런 이유없이 존경해야할, 그래서 무언가 창피스러운... 그런 껄끄러운 사람이었다. 그의 이름에는 전라도, 해태타이거즈와 같은 것들이 부차적으로 달라붙었다. 그의 민주화 투쟁을 직접 목격하지 않은 세대로써는 너무나 당연한 것이겠으나, 그를 삼김으로 묶여진 구세대의 상징이었다. 그를 존경한다고 말하는 것은 너무나 저열하고 유치한 정치적 수사와도 같아서, 오늘날 개혁적이라 꽤나 자부하는 사람들조차 "나는 김대중을 존경한다"라는 말을 하기 앞서 여러가지 단서조항을 붙여야만 했다.

그의 죽음 이후 수많은 기사와 칼럼을 읽으며 그의 과거 행적(?)을 공부할 수 있게 되었다. 그의 업적은 이런 허접한 홈페이지에서 2~3줄로 요약할 수 있는 그런 수준이 아니었다. 대통령이 되기 전 그의 연설이나 글을 읽어보라. 당시 위정자들이 얼마나 그를 "위험한 인물"로 생각했을지 느낄 수 있다.

더군다나 그는 자신의 목숨을 내던져가며 투쟁한 사람아닌가. 그는 어설픈 겁주기 정도로는 신념을 꺾을 만한 인물은 아니었다.

나는 이 점이 너무나 아쉽다. 이 세상에 똑똑한 사람이나 신념이 강한 사람을 많으나 이를 모두 갖춘 사람은 많지 않다. "진정한 남자"는 이제 모두 떠나고 없다..

안녕히 가십시오, 김대중 선생님
우리의 첫번째 대통령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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