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remember meeting U here in the good ol' days



지난주 토요일 새벽에 채널을 돌리다가 우연히 오프닝이 심상치 않은 영화를 발견했다. 영화 첫 장면에서 신사화를 만드는 장면이 지나가고, 중년의 아버지가 아들에게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을 너에게 보여주마.."라고 하자 아들이 "SHOE!"라고 대답하고, 아버지가 구두를 선물한다. 그리고 아버지는 아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사람을 볼때는 구두를 보면 된단다"

이 부분에서 나는 짜릿한 감동을 느끼면서 이 영화를 끝까지 다 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나도 사람을 볼때 구두먼저 보기때문에;; 패션의 시작은 구두!!

암튼... 그 아들이 커서 성인이 되고, 아버지가 갑자기 죽게되자 3대째 이어온 구두공장이라는 가업을 물려받는다. 여기까지는 별로 특이한 점이 없다..

하지만, CEO의 자리에 올라와보니 정리해고를 할수밖에 없는 최악의 경영난을 격게되고, 우연히 치한으로부터 구해준 드랙퀸(여장남자)으로부터 영감을 얻어 드랙퀸을 위한 부츠를 만들기로 한다.

오호라.. 여기서부터 슬슬 스토리와 화면이 니나노스러워지기 시작한다. 영화 줄거리야 뭐 뻔하다. 결국에 그 드랙퀸의 도움으로 회사는 밀라노에 부츠를 출시하고 대박을 거둔다는 내용..

하지만 영화 내내 나의 관심을 끈건, 드랙퀸이었다. 일단 남자같은 체구를 가졌지만, 빨간 드레스를 입고 뽕브라를 차며, 치렁치렁한 가발을 쓰고 반짝이는 메이크업으로 자신의 성정체성을 치장한다. 그리고 이렇게 말한다..

"여자들은 겉은 남자지만, 속은 여자인 사람을 원해.."

"여자들이 바라는건 배려, 섬세함, 그리고 이해심이야"

"내가 어려서부터 남성성을 강요당해왔기 때문에 이렇게 되었는지도 모르지..."

아무튼 나는 영화의 이 인물에게 푹 빠져버렸다. 재치있고 유쾌하고 힘쎄고(!) 노래도 잘부르며 유머러스하면서 여자의 감성을 잘 알고있는 남자. 그리고 난 드랙퀸이 여장분장을 했을때도 전혀 거부감(!) 따위는 느끼지 못했다!!

그것은 바로...

한줄로 줄이면..

드랙퀸 한번 쯤 해보는 것도 재밌겠당;;

아무튼 너무나 유쾌하고 재밌는 영화를 간만에 보게되어서 기분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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