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remember meeting U here in the good ol' days



벌써 10일이나 흘렀구나.. 지지난주 토요일 아침.. 눈을 뜨자마자 알 수 없는 고통이 등 뒤에서 느껴졌다.. 아니 고통에 눈을 뜬 것일까...

30분 가까이 꼼짝할 수 없는 고통에 몸부림쳤다. 불과 5미터 거리에 핸드폰이 있었지만 그냥 몸부림칠 뿐이었다. 내가 할 수 있는건, 그냥 이 고통이 사라지기만을 바랄뿐이었다. 마치 다리에 쥐가 났을때 조금만 참으면 사라지는 것 처럼 말이다. 하지만 고통은 조금도 수그러들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사력을 다해 벌떡 일어났다. 허리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지만 통증은 더 심해지거나 하지는 않았고 걷는데도 문제가 없어보였다. 핸드폰을 집고 119를 눌렀다..

"저기.. 허리가 너무 아파서.. 일어나질 못하겠어요.. 와주세요..."

아파 죽을 것 같은 순간에도 난, 119앞에 지역번호 02를 눌러야 하는지 여부의 짧은 고민과, 어떻게 말을 해야 장난전화가 아닌 진짜 아픈사람인 것같이 상담원이 느낄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을 했다..

119는 빨랐다.. thanx to 이명박... 코리아 이즈 게이. 벗 아이 러브 코리아...

그 와중에 내복만 입고 응급실에 실려갈 수 없어 옷을 줏어 입었고, 지갑과 핸드폰을 챙겼다. 그리고 용산 중앙대 병원으로 향했다. 차창 너머로 국제센터빌딩(내가 근무하는 그곳)이 보였다..

"아.. 씨발.. 내가 이렇게 된게 다 회사때문이야..."

난 꼼짝없이 죽을 병이라고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에, (아니면 지독한 허리 디스크 발병 쯤?) 내가 과연 얼마나 입원해야 할까 궁금해졌다. 과연 2010년 winter busy season을 무사히 날 수 있을까... 적어도 며칠은 입원하겠지? 그리고 왜 하필이면 주말에 쓰러졌을까.. 남들 다 보는 와중에 들것이 사무실로 들어왔으면 굉장히 멋졌을텐데 말이다.. 마치 과로로 쓰러진 사람처럼..

하지만, "다행이도" 나의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다. 병명은 신장결석이었으며, 엑스레이 찍고 한시간 정도 있다가 퇴원하라는 의사의 소견을 들었다..

"아... 제기랄.. 큰병도 아닌데 괜히 몸만 아팠군.."

한바탕 호들갑은 응급실 이용비용 7만원과 다다음날 CT촬영 13만원의 비싼 레슨료로 마무리지어졌다. (아.. 이럴줄 알았으면 진작 보험 좀 들어놓을걸.. 3월 지나면 꼭 보험들어야지...)

살다보니 정말 내가 이런저런 경험을 다 해보는구나.. 경찰서에도 끌려가보고.. 119 구급차에 실려서 맨발에 병원 응급실에도 가보고...

아.. 난 그냥 조용히 살고 싶다.. 평범하게.. 아프지 않고...

희봉

2010.02.16 19:47:49

등(허리?)는 그 이후 아프진 않았지만 강력한 진통제가 유발한 두통에 일주일을 고생했다.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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