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remember meeting U here in the good ol' days



요즘 내 머리 속은 온통 야구 생각뿐이다. 사람들은 국가대표 축구, 김연아 등에 열광하지만 나에게 있어 29년을 살면서 변하지 않은 것은 야구 밖에 없었다. 비록 20대의 거의 대부분을 야구에 신경을 끈 채 살아왔지만, (그 기간이 정확히 나의 팀, 타이거즈의 부진과도 일치한다) 나의 유년시절 나에 손에 땀을 쥐게 했던, 커서 꼭 야구선수가 되고 싶다고 느끼게 만들었던... 그것은 프로야구였다.

지난 금요일과 토요일의 경기는 단순한 스포츠 경기 그 이상이었으며, 야구가 왜 인생을 압축해서 보여주는지 절실히 느끼게 해주는 경기였다.

한국 시리즈 2연승으로 출발하여 우승에 대한 기대감을 한껏 고조시킨 어제 오후.. EBS에서 케빈 코스트너 주연의 "꿈의 구장"을 방영하였다. 그리고 이 영화는 내가 (혹은 수많은 성인 남성들이) 왜 야구에 열광하는지 차분하게 이야기한다.

주인공은 "야구장을 만들면, 그의 고통을 덜어줘라.. 그러면 그가 올 것이다"라는 환청(혹은 계시)에 의해 자신의 옥수수 밭을 밀고 야구장을 건립한다. 그리고 부정 게임 논란에 휩쓸려 메이저리그에서 제명당한 "조 잭슨 (별명은 맨발의 조)"와 그의 동료(심령학적으로 따지면 유령)들이 그가 건립한 구장에 찾아와서 야구를 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그"는 바로 이름없는 야구 선수를 하다 중도에 그만두고 아들에게 야구를 강요했었던 그의 아버지였다. 맨발의 조, 조 잭슨은 그의 아버지가 가장 존경하는 야구 선수였다. 17살이었던 아들은 아버지에 대한 반항심으로 "범죄자를 존경하는 사람은, 이해할 수 없다"라는 말로 아버지에게 상처를 주고 집을 떠난다. 그리고 아버지는 그에게 용서를 빌 기회도 주지 않고 세상을 떠나고 만다.

"맨발의 조"가 데리고 온 유령 야구선수들이 모두 퇴장한 후 포수 마스크를 벗은 사람이 다가오자, 주인공은 그가 자신의 아버지임을 알게 된다. 아버지는 평생 삶에 찌든 채 어두운 표정을 가진 사람이었지만, 지금 아버지의 모습은 야구에 대한 열정만을 간직한 젊은 청년이다.

청년(아버지)는 주인공에게 묻는다

"이곳이 천국인가요?"
"아니.. 이곳은 그냥 아이오와에요.. 그런데.. 천국이 있긴 합니까?"
"꿈이 이루어지는 곳이 바로 천국이지요.."
"그럼 바로 이곳이군요,.."
"그럼 잘 있어요.."
"아.. 아버지.. 혹시 저랑 캐치볼 하실래요?"
"그거 좋지..."

젊은 시절 나의 아버지는 야구장에서 목포의 눈물을 열창하시던 전라도 남자였다. 아직도 어렸을 적 아버지가 나에게 해준 가장 재미있는 이야기는 "해태타이거즈의 4년 연속 우승 이야기"였으며, 아버지는 잠실구장에서 우승하는 순간을 지켜보셨다는 말을 자랑스럽게 늘어놓으셨다. 따라서 난, 시험에 1등 했을때 아버지에게 바라는 보상이 "레스토랑에서의 돈가스"이 아닌 "잠실구장 올스타전 관람"이었고, 난생 처음 간 잠실구장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던 한대화 선수의 싸인볼을 구입했을 때의 감동을 잊을 수 없다.

어렸을 적 아버지의 손을 잡고 야구장을 찾은 소년들이 야구에 대한 사랑을 버리지 못하는 이유는,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 속에서 유일하게 변하지 않는, 야구.. 그리고 그곳에서 젊은 시절 나의 아버지.. 즉, 나를 찾아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비록 모든 사람들이 자신의 꿈을 이루며 살순 없지만, 인생의 단 한번 뿐인 기회, 대투수를 상대로 타석에 들어설 수 있는, 그리고 그 투수를 향해 “무언가 알고 있다는 듯이 윙크를 한번 날려 줄 수 있는” 그런 여유로움을 한번쯤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짜릿함을 선사해주는 것이 바로 야구이기 때문이다.

p.s. 노파심에서 얘기하지만 꿈의 구장은 절대로 야구 영화가 아니다. 단지 야구를 매게로 이야기를 하고 있을 뿐... 나는 꿈의구장이 팀버튼 감독의 Big Fish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희봉

2009.10.20 00:04:05

내가 설레발을 쳐서인가. 오늘 기아가 졌다 ㅠㅠ 이제 설레발 치지 말아야겠다.. 타이거즈의 V10을 위해서!!

희봉

2009.10.22 17:23:08

오늘은 제발 이기자! 기아 ㅠㅠ 플리즈!!
List of Articles
공지 [기록] 인간 박희봉에 대한 짤막한 소개... [1] 희봉 2013-08-07 43828
공지 [목록] 갖고 싶은 것들 [20] 희봉 2015-06-26 36416
공지 [링크] 몇몇 장문의 일기 들.. 희봉 2014-01-28 28531
951 염병 치유 중... 희봉 2010-04-05 2140
950 시즌 끝나기 열흘 전.. [9] 희봉 2010-03-22 2295
949 시즌 끝나기 한달 전... [2] 희봉 2010-02-28 2306
948 응급실에 실려간 경험... [1] 희봉 2010-02-16 2306
947 3일 연속 Coffee & Working... 희봉 2010-02-01 2312
946 12:04 [2] 희봉 2010-01-26 2103
945 세상은 "너무나도" 균형이다.. [1] 희봉 2010-01-10 2306
944 굳바이 나의 20대여... [1] 희봉 2009-12-31 2320
943 허브티 한잔 마시며... 희봉 2009-12-24 2136
942 Prince - There'll Never B (Another Like me) [1] 희봉 2009-12-11 2065
941 사람은 보수화가 되어간다. 희봉 2009-11-12 2381
940 남들과 조금이라도 다르다는 것은... 희봉 2009-11-02 2268
» 꿈의 구장 [2] 희봉 2009-10-19 2165
938 유니클로 + 질샌더 구입기... 희봉 2009-10-09 2741
937 MIKA 2집 감상... 희봉 2009-09-25 26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