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remember meeting U here in the good ol' days



7월 16일 자정을 조금 넘긴 시각... 빤스바람으로 키보드를 잡았다..

장시간의 수다로 살짝 지쳤지만...

내 아이폰의 To-Do 어플에 3일 간격으로 my writing에 글쓰기라는 항목을 넣어두었다. 이제 좀 더 자주 글을 쓰기로 했다. 그리고, 글 쓸 거리를 까먹지 않기 위해 생각이 나는대로 즉시 나의 메모장에 글 쓸 소재를 적어두었다. 그래서 현재 나에게는 약 4~5개 정도의 글쓸거리가 있다. 어차피 소재만 있으면 그냥 생각나는대로 주절히 주절히 쓰면 되는 것이므로 별로 어렵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내가 언제는 엄청 고민하고 글을 썼었던가. 그냥 손가는대로 썼지...

첫번째 이야기 - 헤어컷 시기 with playing "Ain't No Sunshine" by Al Green

내 머리를 자를 때가 된 것같은데, 도무지 내가 지난번 헤어컷을 했던 때가 언제인지 기억이 나질 않는다. 분명 나에게는 월급날이었는데, 한두달 전부터 그게 무너졌다. 아마도 너무 바빠서였던듯.. 지금 내 예상은 분명히 지난번 헤어컷을 한지 4주가 된 것같지는 않는데, 머리가 너무 덥수룩하다. 왁스로 떡칠을 해도 잘 안만져지고... 그렇다고 미용실을 쪼르르 달려갈수도 없고...

요즘 심각한 단기기억상실에 시달리고 있는 탓에 조그마한 힌트라도 있으면 좋으련만.. 이번에 헤어컷을 하고 나면 꼭 달력에 표시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메모.. 메모.. 나이를 들수록 메모를 해야한다. 어디에든지.. 빤스줄에다가라도 적어놓아야겠다.. "몇월몇일 머리 잘랐음..."

사실 난 2주 착용 렌즈의 교체시기도 항상 헷갈렸었다. 이번주가 새 렌즈를 착용한지 일주일째인데 2주째인지 헷갈려서 아마 렌즈를 3주 이상 착용한 적도 많고, 1주일만 착용하고 버린적도 많았다. 그런데 이것은 의외로 쉬운 방법이 있었다 -_-.. 그냥 15일과 31일에 주기적으로 교체하면 되는 것이었다. 나는 내 스스로가 머리가 좋다고 생각하면서도 이런 쉬운것조차도 헤메는 것을 보면 참 헛똑똑이인 것같다.

두번째 이야기 - "거짓말의 발명" with playing "You Take My Breath Away" by Queen

영화 "거짓말의 발명"을 보았다. 영화의 소재는 가히 천재적이다. 사람들이 거짓말을 못하는 세상을 가정하는 것이다. 그리고 주인공이 인류 최초로 거짓말을 한다. 그는 통장 잔고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창구 직원에게 돈을 달라고 하고, 거짓말이라는 게 없는 세상이므로 창구 직원은 전상의 오류일 것이라고 사과하면서 돈을 준다.

그리고 어머니의 임종을 지켜보면서 어머니가 "공허함의 무한함"에 빠지는 것이 너무 슬프다고 하자, 거짓말로 사후세계가 있음을 일러준다. 어머니가 너무나 황홀한 사후세계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행복하게 생을 마감하자, 이를 지켜보고 있던 의사와 간호사가 이 이야기를 주위에 퍼트리고, 그 거짓말은 이내 세상으로 퍼져 커다란 종교를 이루게 된다. 살짝 안티-기독교스러운 발상.. 마치 종교가 인간의 불안한 심리를 파고든 거짓말 같은 것이라고 말하는 듯하다..

그런데, 이러한 참신한 소재로 무궁무진한 에피소드를 만들수 있었을거라는 기대와는 달리 그냥 밋밋한 사랑 얘기로 영화 중반부터 흘러버린 것은 매우 아쉽다. (그래도 제니퍼가너의 사랑스러운 표정을 보는 것으로 만족)

더이상의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그런데 내가 일전에 소개했던 영화들과는 달리 막 보라고 권유하고 싶지는 않다.

세번째 이야기 - "디테일" with playing "I Still Love You" by Terence Trent D'arby

이 세상에 모든 이야기는 다 똑같다. 크게 나눠봤자 20가지 남짓의 이야기로 나뉜다는 말도 들었다. 그리고 그 모든 것들의 이야기는 단 한가지 교훈으로 귀결된다고 했다. "이 세상에 공짜는 없다"...

암튼 그렇다고 생각하다보니 나는 어떤 거창하게 새롭거나 참신한 것을 기대하지 않는다. 그 대신에 나는 디테일 속으로 파고들어 작은 재미를 찾기 시작했다. 디테일을 보기 시작하면 무궁무진한 세계가 열린다. 그리고 명작(영화든, 음악이든, 뭐든지..) 들은 절대 디테일에 소홀하지 않는다. (사실 내가 요즘 보는 디테일은 등장인물의 기껏해야 의상따위 정도이긴 하지만)

"신은 디테일 속에 산다"

단, 단점도 있다. 가끔씩은 디테일만 또렷하게 기억나고 나머지 전체적은 흐름이나 줄거리, 결말이 기억안난다거나 할때.. -_-;;

추신. 얼마전에 누군가 영화 "퍼플레인"속의 명장면을 나에게 얘기해줬는데, 내가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디테일이었다. 내가 그것을 캐치하지 못했다는게 너무 분해서 이 글을 쓰는거다.. 퍼플레인 잘근잘근 씹어먹어야겠다..

네번째 이야기 - 맨프롬어스 - "음악의 역사" 버전 with playing "Five to One" by The Doors

내가 올해 본 영화 중에서 제일 재밌다고 감히 말할수 있는 "Man From Earth".. 이 영화는 자신이 선사시대부터 살았다고 주장하는 한 남자와 그의 주장을 반박하는 석학들의 이야기로 이끌어가는 작품이다. 단순히 밀페된 공간안에서 인물들의 대사로만 이야기가 전개됨에도 불구하고 매우 짜임새있는 구성으로 영화를 보는 내내 눈을 뗼수가 없다.

그러다가 문득... 이 영화를 History of Music버전으로 재구성해보는 것도 재밌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수백년을 사는 남자. 그는 애초에 모짜르트를 시기했었던 살리에리이기도 했고, 흑인들이 목화밭에서 부르던 송가와 교회 영가를 블루스로 바꿔부른 블루스 기타리스트도 되고.. 지미헨드릭스에게 기타를 어떻게 치는지도 알려주고, 존레논과 폴매카트니가 만남을 갖도록 주선도 하기도 하며... 장님으로 태어나 낙담하고 살던 스티비원더에게 음악적 재능을 일깨워 주기도 한다. 그리고 마이클잭슨의 아버지를 찾아가 당신의 아들이 엄청난 재능을 가지고 있으니 가수로 데뷔시키면 엄청난 돈을 벌거라고 귀뜸을 해주기도 하고...

아 이건 내가 생각해도 너무 참신한데!! 사실 건드리기 시작하면 건드릴게 너무 많아서... 아니면 적어도 락앤롤의 역사만이라도 이런식으로 10부작 정도로 구성하면 매우 흥미로운 시리즈가 될 듯한다..

어.. 이거 미드나 영드로 만들면 흥할듯... 내가 각본써서 팔아먹어볼까..

다섯번째 이야기 - 기타

살짝 적지 않은 돈이 꽁으로 생길 기회가 생길 것이 거의 90% 확정적이어서, 실제로 돈을 받았을 때 무얼 살까 고민하다가, 내가 성격이 워낙 급한 탓에 그냥 사기로 마음먹었다..

그건 펜더 텔레케스터인데.. (얼마전부터 사고싶다고 노래를 불렀었지.. 이곳 희봉닷컴 게시판에서도 엄청 많이 주절거린 것으로 기억한다)

트위터에 기타를 산다고 하자 사람들이 "보라색으로 사라"고 주문했다. 사람들이 나에 대한 엄청난 오해가 있는 듯한데, 나 사실 되게 평범한 사람이라는 거다. 패션에 엄청 신경을 많이 쓰는 것같아 보이지만 결국 내가 관심갖는 것은 제일 평범한 정통 클래식 수트일뿐이고, 결국 기타도 제일 흔하디 흔한 펜더 기타를 갖겠다는 거다.

클래식은 영원하다.

그리고 나는 사실 한국 표준형 남자다. (키만 살짝 미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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