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remember meeting U here in the good ol' days



1. 맹장수술 이야기 pt.2

병원에서의 3박 4일은 너무나 지루했다. 8인 병실에서 나를 제외한 나머지 사람들은 나이가 지긋하고 쉽게 낫지 않는 병을 가진 분들이었다. 그리고 남자가 나이들고 아프면 얼마나 초라해지고 유치해지는지를 목격하고 나자.. 나는 절대로 저렇게 되지 말아야지 라고 다짐했다.

질병은 본인뿐만 아니라, 그 가족까지 몹시도 괴롭힌다. 서로에게 짜증을 내는 사람들을 (억지로) 구경해야 하는 것은 매우 곤욕이었다. 생각해보니까 나도 엄마에게 한번 짜증을 내긴 했었다.

어쩔수 없나보다. 아프면 어려지는 건...

그러니까 아프지 말아야지..



2. 애수

지난주 토요일에 광화문에 갈일이 있어서 핫트렉스를 들렀다. 물론 사고싶은 시디와 LP가 즐비했지만 어느새부턴가 나는 CD와 LP사는데 살짝 인색해져버렸다. 근 몇년 사이에 내가 돈주고 산 가수는 Amy Winehouse, MIKA, SADE, Norah Jones가 유일한 것같다.. (물론 PRINCE는 당빠 들어가고..) 그래서 매장 밖 진열대에 누워있는 고전 영화 코너를 뒤젹거렷는데..

(내가 고전영화 DVD코너를 좋아하는 이유는, 매우 훌륭한 작품을 매우 싼 가격에 만날 수 있다는 장점때문이다)

비비안리의 애수가 눈에 들어왔다. 살까 말까 살까 말까.. 거의 10분 가까이 망설이다가 결국 사지 않고 몬테그리스토백작이라는 작품을 샀다. (이 작품을 사게된 게기는 브이포벤데타를 보면 주인공인 액션가면(?)이 항상 우울할때쯤이면 대사까지 줄줄 외워가면서 보는 영화가 이거라서..)

그리고 집에와서 보니까 이미 애수 DVD가 집에 고이 모셔져 있었다. 분명 그 언젠가 옛날에도 똑같은 고민을 하다가 결국 샀으리라..

나란 사람은 취향이니 사상이니 뭐니 하나도 변하는게 없이 일관적이다..

지난주 금요일에는 고등학교 동기 모임이 있어서, 모임에 나갔는데 정말 너무나 오랫만에 만난 친구들 (거의 10년이 훌쩍 지난)도 많았다. 사실 나는 나 말고 다른 사람에 관심을 별로 안가지는 스타일이라서 진짜로 친구들 중에 1~2명은 얼굴도 이름도 당췌 생각이 나질 않았다..

근데 그건 아마 친구들도 마찬가지였을거다.. 나는 거의 유령과 다름없는 존재였으니까.. 나의 고등학교 시절을 기억하는 친구들의 대부분은 내가 유독 프린스에 빠져있었다는 것... 이외에는 생각나는게 없을거다..

그런게 공교롭게도 내 아이폰 초기화면을 프린스 사진으로 해놓았는데, 친구들이 그걸 보자마자 마치 맛있는 먹이감 보듯이 달려들었다.

"너는 지금도 프린스 좋아하는구나!!!??"
"..."



3. 내가 여행을 못가는 이유...

나의 사고 패턴은 항상 일치한다.

1. 여행을 가볼까?
2. 으잌! 겨우 며칠 여행가는 돈이면.. 차라리 기타를 사겠다..
3. 기타는 무슨... 그냥 있는 기타나 열심히 치자..

그래서 나는 누가 억지로 끌고가기 전까진 절대로 단기에 많은 돈을 뿌리는 여행을 가진 못할 것같다. 아니 누가 끌고가기 전까지가 아니라, 누가 공짜로 끌고가기 전까지라고 바꿔야할 듯... 최근 약간의 공돈이 생길지도 모른다는 예상이 들어서 기타를 사겠다는 꿈을 또 꾸었다.

여자 가방으로 친다면 "루이비통 스피디 30"에 버금갈만한 펜더 스트라토캐스터 or 텔레케스터... 그냥 기타의 머리 부분에 Fender라고 흘림체로 써있는 이 부분만 봐도 막 흥분이 되는게 이게 명품 브랜드 좋아하는 이치랑 똑같을거라고 본다. (왜냐면 나는 싸구려 멕시코산을 살거기 때문..)



4. 보너스 잡생각

예전에 내가 좋아하던 영화 "포스오브네이쳐"를 보면 벤에플렉을 꼬시는(??) 산드라블럭이 이런 말을 한다. "결혼을 하는 건, 똑같은 옷을 평생 입는 것과 같아요" 아무렇지도 않은 3류 로맨틱코메디에서 나온 짧막한 이 대사는 거창하게 들릴지 모르겠으나 나의 결혼관에 매우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그런데... 이 세상에는 절대 질리지 않는 CLASSIC이라는게 존재한다는 것을 요즘에 조금 느낀다. 그것은 마치 남자의 수트와 갈색 구두, 기타로 치자면 펜더 스트라토케스터... 같은 것들이다.

그래서 난 결심했다.

수트(정확히는 네이비칼라의 투버튼)같은 여자를 만나겠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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