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remember meeting U here in the good ol' days



때는 지난 수요일

비가 정말 억수처럼 쏟아지던 날.. 아침에 일어나서 회사에 갔다니 배가 정말 아팠다. 평소 소화가 잘 안되는 탓에 설사같은 것을 자주하던 나이기에, 이번에도 그냥 속이 많이 안좋은 거겠지 싶었다..

아.. 여자들은 한달에 한번식 이런 기분으로 어떻게 살까? 라는 생각까지 하면서..

1단계:

그랬는데도 너무 배가 아파서 점심 먹기전 약국에 들렀다. 약을 지어오고.... 한 봉지 입에 털어넣었는데 30분~1시간이 지나도 차도가 없었다.. 온몸이 식은땀으로 물들고..

2단계:

그래서 결국 점심시간에 집으로 향했다. 집 앞에 있는 동네 병원에 갔다가 조금 휴식을 취하고 회사로 다시 와야겠다고 생각... 동네 병원에서 장염 비슷한 판정(?)을 받고 주사도 맞고 약을 타왔는데, 그 고통이 전혀 가시질 않았다.. 보통 배아파서 약사먹거나 주사맞으면 30분이면 금방 사라지는데;;

3단계:

방 안에서 한 두어시간을 끙끙대다가 결국 119를 불렀다.. 구급차는 5분안에 달려왔다... 오 대한민국 만세! 이명박 가카 만세! 그랬는데 정작 우리 동네에 와서는 집을 못찾아 나보고 직접 걸어나오라고햇다 -_-;; 뭐 걸어나올 정도는 됐으니까 핸드폰, 지갑, 열쇠 챙겨서 걸어나갔다.. 앰뷸런스를 보고 손을 흔들어 “환자 여깄어요~”라고 사인도 보내고;;

지난번 결석으로 앰뷸런스를 불렀을때는 용산 중앙대병원을 가드만, 이번엔 여의도 성모병원 응급실로 날 데려다줬다. (그래도 뭔가 유명한 대학온 것같아서 뿌듯했음. -_-;;)

침대에 누웠는데, 어떤 여의사가 와서 내 배를 쿡쿡 눌러보더니 어디가 아프냐고 물어봤다.. 사실 정신이 혼미할 정도로 아파서 어딜 찔러도 아팠다. 그냥 등을 찌르면 내 이마를 찌르건 나는 똑같이 아팠다고 대답했을거다 -_-.. 아니 아무데도 안찌르고 아프냐고 했어도 아프다고 울었을거다..

그리곤 매우 냉담한 얼굴로.. (이 표정을 설명할 수 있는 길은 팀버튼 감독의 화성침공을 보면, 외계인이 여자로 변장해서 백악관에 침투하는 씬이 있는데 거기에 나오는 여자 얼굴 표정)

“언제부터 아프셨어요?”
“오전 11시쯤 부터요..”
“아픈걸 10점 만점이라고 하면 그때는 몇점이고 지금은 몇점정도로 아파요?”

으잉? 나는 이 여의사가 나를 가지고 몰래카메라를 찍는게 아닐까 하고 의심까지 했다.. 10점만점에 몇점이냐니?? 으앜! 그런게 어딨어!! 근데 그 여의사 표정이 매우 진지했다는거다.. 왜 그런걸 자기한테 제대로 표현못하느냐 라는 그런 벙찐 표정..

아....

정말 배아픈 것도 서러운데 내가 지금 배아픈 정도를 10점 만점으로 표현해야 한다니.. “위대한 배아픔” 서바이벌쇼에 나와서 점수 받는 것도 아니고;;;

결국 진통제까지 들지 않자, CT를 찍어보기로 했고 찍자마자 바로 급성맹장염 진단을 받을 수 있었다..

그리고 그날 저녁 바로 수술...

난생 두번째로 전신마취를 했다. (고등학교때 다한증 수술을 하느라 한번했고.. 이번에 한번..) 전신마취를 하는건 어떤 기분이다라고 딱히 표현할 길이 없다.. 그냥 굉장히 밝고 추운 수술실에 들어가서 의사 목소리를 몇개 줏어듣다가 정신을 잃고 다시 눈을 뜨면 내가 발가벗고 잇다는거..!!

앗!

나 맹장수술을 핑계로 UFO에 납치된거 아닌가?! 외계인 납치됐을때 증언이랑 비슷하다!! 내가 어렸을적에 보던 엑스파일이랑도 비슷하고..

맹장수술 이야기 Pt.1. 끗...


추신1. 전신마취 하면 머리 나빠진다는데.. 나 진짜 머리 나빠졌으면 어떡하지? 프린스 1집부터 30집까지 전곡 다 떠올려봤는데 다 생각난다.. 으힛! 아직 죽지는 않았군... (근데 법인세법은 하나도 기억안나 ㅠㅠ)

추신2. 오늘 문득.. 내가 뉴욕에 있었을때 이렇게 배가 아팠더라면 어땠을까 생각해봤다.. 아마 말도 안통하고 돈도 없고... 맨하탄 한복판에서 배가 터져버렷을거야.. (배터진 개구리 이야기 처럼..) ㅠㅠ 천만다행!!

추신3. 딴지일보에 내 프린스 특집기사가 떴다.. 다들 감상하시고 점수 5점씩 쏴달라능..

희봉

2011.07.03 01:02:43

맹장수술한 사람들은 지구가 멸망해서 탈출할때 우주선 못탄다는 얘기가 있던데!!! 이런 얘길 왜 의사는 설명하지 않은거지?!!!
List of Articles
공지 [기록] 인간 박희봉에 대한 짤막한 소개... [1] 희봉 2013-08-07 43776
공지 [목록] 갖고 싶은 것들 [20] 희봉 2015-06-26 36367
공지 [링크] 몇몇 장문의 일기 들.. 희봉 2014-01-28 28485
1011 내가 책을 읽지 않는 이유랄까.. [2] 희봉 2011-08-08 1807
1010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까칠한 이유 [1] 희봉 2011-08-06 1950
1009 히봉닷컴에 우울한 얘기 쓰지 말라고 해서.. [2] 희봉 2011-08-01 1964
1008 최근 트위터에서 본 명언(?) 희봉 2011-07-29 2039
1007 잃어버린(?) 나를 찾아서... 희봉 2011-07-22 1898
1006 불면증의 원인... [2] 희봉 2011-07-20 1891
1005 연극성 인격장애, 기타 얘기 추가... [2] 희봉 2011-07-17 1927
1004 헤어컷, 거짓말, 맨프롬어스.. 그리고 디테일... 마구 잡담... 희봉 2011-07-16 2421
1003 7월 12일.. 희봉 2011-07-12 1996
» 맹장수술 받은 이야기 pt.1 [1] 희봉 2011-07-03 2068
1001 6월 29일.. 오늘의 일기... [1] 희봉 2011-06-29 1985
1000 eternal sunshine of spotless mind... 희봉 2011-06-15 2015
999 "우연"이 많은 인생... [2] 희봉 2011-05-23 2219
998 5월 23일... 새벽 2시 잡담.. 희봉 2011-05-23 2352
997 무제... 2011.05.02 새벽 12시 반 희봉 2011-05-02 21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