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remember meeting U here in the good ol' days



#Endlessly_Playing 빌에반스-왈츠포데비

1. 프린스 뉴욕 공연 재감상...

마약장수는 본인이 마약을 해선 안되는데, 나는 훌륭한 마약장사가 되긴 그른 것같다. 누군가 프린스를 좋아하는 사람에게 프린스 관련 CD나 DVD따위를 구워주려고 하면, 나도 모르게 빠져버린다. 금요일 저녁부터 토요일 낮까지 뉴욕 공연 3개를 연달아 봐 버렸다. 어느새 공연을 본지도 5개월이 지나버린 탓인지 많이 생소했다.. 아니면 공연 당시 내가 너무 정신이 없이 감상했을 수도 있지.. 도대체 프린스 공연을 몇번쯤 봐야 정말 쿨하게 볼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2. 음악... 그리고 또 음악..

페이스북은 나의 모든 신상정보를 원한다. 그래서 페이스북의 내 정보 페이지에 내 모든 것을 거짓없이 적어주었다.. 종교관은 무신론자... 정치는 리버럴... 좋아하는 가수는 프린스, 조니미첼, 데이빗보위, 퀸, 미카.. 등등... 그리고 언어..?

랭귀지란에 난 음악이라고 적으려고 했는데, 페이스북에서 팅겼다.. 고집스럽게 두세번 더 시도해봤으나, 내가 농협 컴퓨터를 마비시킨 악성코드도 아니고, 페이스북을 어찌 이기랴.. 그래서 나의 언어란은 비워져있다. 언젠가 그 칸에 자유롭게 쓸수 있게 된다면 그때 "음악"이라고 적어놓으리라..

음악으로 교감할 수 있다는 것은 두사람으로 하여금 커다란 행운이다. 왜냐면 누구나 좋아하는 음악이 있기 마련이고... 좋아하는 음악을 공유할 수 있다는 것.. 마음속 나의 감성 깊은 곳을 울리는 공명의 주파수가 일치한다는 것...

특별한 장소, 사람... 이 모든 것들이 나는 음악과 연계되어 기억된다. 그리고 음악이 흘러나오면 봉인된 나의 기억들이 흘러나온다. 이미 시간이 많이 흘러 감흥이 없어져버릴 그런 것들조차, 음악이 주는 감성에 기대어 기억된다. 그래서 항상 살아있다.. 다행이도.. 어쩌면 불행하게도...

어젠 음악얘기로 장장 3시간에 걸쳐 수다를 떨었는데, 내가 하고싶은 얘기, 알고있는 얘기, 재밌는 얘기의 3%도 하지 못한 것같은 아쉬움이 들었다. 뭐랄까 내가 알고있는 것을.. 그냥 머리 뚜껑을 열어서 탈탈 털어서 보여주고 싶을 지경이었다..

배울것이 있거나 공감할 것이 있는 사람들과의 대화는 언제나 즐겁다.

3. 토이스토리 3편

EBS의 선택은 언제나 옳다. 토이스토리 1편을 본지 어언 10년쯤 되었으려나.. 그 영화속 장난담 주인인 앤디 역시 대학생이 되어 이제 더이상 장난감을 가지고 놀지 않고... 장난감들은 버려진다.

all good things, they say, never last....

결국 카우보이 인형은 주인과 함께 대학 기숙사로 가서 영원히 박제된 인형으로 남는 것보다 새로운 주인을 택하기로 한다. 그런데 그 장면에서 좀 오묘한 감정이 일어나는 것이, 마치 다 큰 자식을 대견하게 떠나보내는 아버지를 보는 것같은 처연함같은 것이다. 앤디가 마지막으로 우디를 떠나보낼때 표정없이 멍한 듯한 빈 얼굴에서 컴퓨터 CG와 인형이라는 조합에서 담아낼 수 없는 그런 감정같은게 밀려 올라왔다. 왜냐면 우리를 항상 떠나보내시는 그분도 언제나 담담한 얼굴로 감정을 드러내시지 않으니까;;

4. 그리고 내 방향에 대해서..

사람들이 나를 매우 특이한 존재로 보는 것을 나 자신도 인정한다. 하지만 사실 이것이 나의 족쇄가 되어가고 있다. 나는 언제가부터 방향을 잃었다.

1. 어떤 사람은 내가 성공에 대한 욕심이 별로 없는 사람이라고 말한다. (조금은 사실이다)
2. 어떤 사람은 내가 결국 회계사일을 때려치우고, 전혀 새로운 업종으로 진출할 것같다고 예상한다 (아주 많이 틀린 생각이다. 내 인생은 조금씩 거칠게 달려왔으나 고지식한 사회가 요구하는 것들은 거의 다 충족하면서 걸어오고 있다.)
3. 어떤 사람(매우 극히 일부)은 내가 매우 다방면에서 다재다능하다고 생각한다. (매우 다방면에 오지랖이 뻗친건 사실이나, 제대로 한것이 아무것도 없다. 따라서 난 이 3번 사항이 제일 부담스럽다)
4. 어떤 이는 내가 결단력이 강하다고 생각한다 (아니다. 나는 매우 우유부단한 상태로 있다가 갑자기 생각없이 선택하고 실행해버리는 스타일이다. 작년 나의 퇴사와 뉴욕행은 아무런 준비없이 결정되고 실행된 것이다)

가진것없고, 아는것없는 사람에게 각기 다른 사람들이 나에 대해 각기 다른 기대와 예상을 한다. 나조차 혼란 스러울 정도로..

5. 문화원 강사를 하게 된다면?

정말 멍청하고 어이없는 아이디어지만 내가 문화원의 강좌를 하나 개설하게 된다면 다음과 같지 않을까..

1. 무용 - 프린스처럼 다리 찢기
2. 음악 - 레너드코헨과 조니미첼로 떠나보는 포크여행
3. 패션 - 톰브라운처럼 입어보아요 (준비물: 가위)
4. 변신 - 자신의 얼굴에 맞는 안경 고르기 (남대문시장 현장실습)
5. 영화 - 영상물(A Single Man) 감상 및 토론
6. 종교 - 데이빗보위처럼 양성외계인 내지는 메시아가 되어보기 (준비물: 눈썹을 밀 면도칼)
7. 여행 - 뉴욕에서 공중 화장실 찾기 안내
8. 음식 - 홍대 카레탐방, 이태원 브런치 탐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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