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remember meeting U here in the good ol' days



시애틀 재즈 지역방송인 JAZZ24에서 흘러나오는 사라본의 음악... 싸구려 편의점 병맥주 한잔. 냄새나는 쥐포 한장... 그냥 끄적거림..

1. 영화 "맨프롬어스"

최근에 이토록 집중해서 영화를 본게 얼마만일까? 흡사 "12명의 성난 사람들"를 연상시키는, 마치 연극과도 같은 제한된 공간안에서의 인물들의 갈등과 대화.. 석시시대(?)부터 1만4천년을 살았다고 주장하는 한 남자와 그를 심문하는 사람들의 (각 학문을 대표하는 석학들로 묘사되나 주인공의 논리를 반박할 수 없다) 대화로만 구성되어있다. 그래도 2시간 가까운 러닝타임이 정말 눈깜짝할 새 사라진다. 역시 아이디어와 상상력이 영화든 소설이든 중요한거다. 마치 목소리가 멋지다면 그깟 음정따윈 조금 틀려도 되는 것처럼...

한줄결론: 이 영화 꼭 보라.. 정말 재밌다능..


2. 파리, 텍사스를 다시보다..

서태지, 이지아 사건이 터졌을 때, 많은 사람들이 이미 망가져버린 그들의 이혼사에 관심을 가졌지만, 나는 이 둘이 남들 몰래 만나 아무도 모르는 곳에서 살아가던 그 시절이 얼마나 아름다웠을까 생각했다. 로맨스 영화에서 주인공들이 행복하게 살아가는 하이라이트 5분 같은 세월을 그들은 아무런 걱정없이 3년 가량 산 셈이니까...

그리고 빔벤더스의 영화 파리, 텍사스를 다시 보았다. 영화속의 한 남자(빅터)와 한 여자 역시 그런 행복을 꿈꾸었다. 처음 그들이 함께했을때, 모든 것이 모험이었다. 그리고 그들이 질투와 증오로 인해 헤어지고 난후, 여자는 세상 모든 남자의 목소리로부터 빅터의 목소리를 듣게 된다. (여자는 일종의 전화방 비슷한 곳에서 일을 하면서 돈을 번다)

영화와는 달리, 그들 사이에는 어떤 매개체(예를 들면 아이)도 없는 것으로 보이며, 영원히 피터팬(혹은 왕자)로 살아가고자 하는 서태지에게 이지아는 이미 공주가 아닌, 자신이 창조한 "여왕"을 바라볼 수 밖에 없을 것같다.

한줄결론: 여자는 영원히 철부지로 살 수 없다.


3. 기타를 다시 잡다

거의 장식용으로만 놀고있던 기타를 다시 잡았다. 그렇다고 해서 뭔가 대단한 곡을 지정해서 카피하거나 한다는 건 아니다. 사실 이 모든 것의 시작은 언제나 해마다 도지는 "펜더 기타"에 대한 순수한 욕정으로부터 비롯되었다.

여자 백으로 치자면, 루이비통 스피디나 샤넬 2.55... 남자 옷으로 치자면 네이비정장이나 더블브레스트 정장과도 같은... 클래식한 멋이 흘러넘치는 "펜더 스트라토캐스터"와 "펜더 텔레캐스터" 21살이 되던 해에 펜더 스트라토캐스터 오리지널을 사고싶다는 욕망에 엄마 몰래 과외를 3개 돌리던 적이 있었다. (점심을 빵으로 때워가면서.. 물론 과외가 하나 짤리는 바람에 100만원 남짓 하는 돈을 그냥 엄마에게 헌납하고 꿈을 접은 이후로 기타를 새로 산적은 없다)

다시금 발병이 나서, 지난주에 정말 심각하게 결제 직전까지 갔으나... "아.. 이 기타를 산들 내가 무얼 하리.. 제대로 연주하는 것도 없으면서..."라는 생각에 구매를 포기하기에 이르렀다.. 그리곤 "있는 기타라도 제대로 활용해보자"라는 생각에 내 기타를 다시금 엠프에 물려놓고 이것저것 연주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내 왼손가락들이 다시 굳은살로 무장하기 시작했고, 군은살을 철길삼아 쓱싹쓱싹 기타줄을 움직이자 재미가 다시금 들리기 시작했다.

한줄결론: 언젠가는 꼭 살거다.. 펜더 스트라토캐스터.. 아님 텔레캐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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