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remember meeting U here in the good ol' days



1. 명절 블루스

싱글남에게 명절은 그리 나쁘지 않다. 연휴가 주어진다는 점. 그리고 의무적으로 찾아가야하는 곳이 없다는 점.. 그래서 영화나 보면서 유유자적 지내고 있었는데, 엄마가 외조부를 뵈러 가자고 해서 성남엘 갔다. 청문회(라고 쓰고 비극이라 읽는다)는 그때부터 시작되었다.

- 연봉이 지금 한 1억은 되니? (회계사 4년차 연봉 절대 1억 안된다. 그 반토막이면 몰라..)
- 너는 왜 살이 안찌니? 결혼은 언제 할거니?
- 앉아서 일하는게 무슨 체력이 소모가 되니? 등등..

단순히 악의적인 의도가 없는 질문조차 칼이 되서 꽂힐 수도 있다는 경험을 올해 처음 느꼈다. 나도 이제 늙어가나보다.

혹시나 가카께서 대통령직을 걸고 명절폐지안을 주민투표로 시행하신다면 기꺼이 투표하러 갈 의향이 있다.

2. 스탠리큐브릭

이번 명절에 나름 거둔 수확이랄까... 우연찮게 스탠리큐브릭 감독의 영화를 두편 접했다. "2001 스페이스 오딧세이"와 "시계태엽오렌지".. 보통 어떤 감독의 한 작품이 맘에 들어서 다른 작품을 보게 되면 대게는 그 작품들이 크게 다르지 않은데, 스페이스오딧세이와 시계태엽오렌지는 달라도 너무나 다르다. 한 부모 밑에서 하나는 스타워즈덕후가 태어나고 하나는 엽기살인마가 태어났다고 해야할까.

우선 스페이스오딧세이(장르는 SF)에 대해서 얘기해보자면 일단 사실적인 특수효과, 지리한(Real-time속도로..) 장면전개, 그리고 난해한 스토리... 줄거리를 이곳에 말해줘도 소용없을 듯할 정도로 난해하다. 궁금한 사람은 꼭 보길.. 그냥 화면과 음악만 들어도 남는 장사라고 본다. 이 특수효과 팀이 했을 노가다가 안봐도 블루레이다. 조그마한 노트북 화면으로도 영화 후반부 일명 "스타게이트"신은 매우 황홀하고 충격적이었으며, 엔딩씬에서의 Star Child가 지구를 바라보는 모습은 매우 무섭고 생경했다. 극장에서 봤으면 정말 그 화면에 압도되서 바지에 오줌이라도 지렸을 듯..

2001:스페이스오딧세이 3줄 요약

1. 은하에서온 영양갱 (비석처럼 생긴 검고 강한 자기장을 띈 물체인데 내가 볼땐 그냥 거대 영양갱)이 유인원이 살고있는 어느 곳에 와서 꽂히고, 유인원이 그걸 만지자 진화의 첫걸음 (도구의 사용)을 내딛는다.
2. 수만년이 흘러 지구인이 달에서 인위적으로 파뭍은 매우 자기장이 큰 물체 (위에서 말한 또다른 영양갱)을 발견하고는 이것을 발굴하는데 이게 목성으로 인도하게 되어, 지구인들이 우주선을 타고 목성으로 날라감
3. 목성으로 날라가는 도중 우주선을 제어하는 컴퓨터가 반란을 일으키나 극뽁(!)하고 목성근처에서 영양갱이 헬게이트, 아니 Stargate를 열어채지고 주인공은 뽕맞은 경험과 함께 Starchild도 다시 거듭난다. (유인원이 인간으로 진화했듯이, 인간이 또 다른 차원으로 진화한다는 뜻인듯?)

다 쓰고 나니 3줄이 아니네..

암튼 내 평점 : 별4개

반면 시계태엽오렌지는 매우 박찬욱 감독 영화가 연상된다. (이거는 마치 프린스 음악을 들으면서 아웃캐스트가 연상된다고 말하는 것처럼 선후관계에 있어서 정반대지만..)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올드보이랑 친절한 금자씨.. 내 생각에 박찬욱 감독이 스탠리큐브릭의 영향을 매우 많이 받았을 것같은데 영화 전문가가 아니라서 콕 찝어서 말 못하겠네. 아 답답해. 영화를 보고난후 엔딩크레딧이 올라갈때 흘러나오는 "Singing in the Rain"을 들으며 가슴속이 매우 거북함을 느꼈는데, 이 노래가 주인공이 엽기 범죄를 저지를때 흥얼거린 노래기 때문이다.

시계태엽오렌지는 스토리를 얘기하면 거의 스포일러수준이니 다들 직접보시라

제 점수는요.. : 별3개 반

희봉

2011.09.17 00:10:36

스탠리큐브릭같은 감독의 영화에 내가 별점을 주다니 웃기군 홍낄길.. 내가 이영화에 주는 별점이라기 보다는 내가 이 영화를 이해한 정도겟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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