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remember meeting U here in the good ol' days



이번 곽노현 사태를 보면서 상당히 많은 중도보수-진보계열의 시민들이 이른바 "진영논리" 덕분에 (때문에?) 일단 곽노현을 지지하는 것을 보고, 진중권 교수가 엄천난 독설을 해대고 있다. 사람들은 이를 가르켜 "진중권은 자기편", "나랑 같은 편일때만 좋은 사람"이라는 등의 비아냥을 하고 있다.

하지만 이게 사실 엄청난 거다. 나도 어느덧 나의 독설 게이지가 현저히 떨어졌다. 나이가 들고, 사람들을 많이 만나다보니 인간관계를 관리해야할 필요성이 높아졌고, 그렇다면 항상 좋은 소리만 해대야 한다.

아마 이것이 내가 다수의 사람들과 섞여있을 때 말을 하지 않는 이유일수도.. (그리고 그럴 수록 더더욱 이 곳에서 소통없는 아우성을 질러대고 있는 이유일지도..)

가령 내가 딴지일보를 쓰던 10여년 전만해도 훵키뮤직을 좋아한다고 했을 때, 누군가 내게 "그럼 자미로콰이랑 레드핫칠리페퍼스 좋아하세요?"라고 말하면 곧 바로 독설을 날려주곤 햇다. 그때까지만 해도 백인음악은 거의 기피하던 시절이었고, 70년대 주옥같은 훵크 뮤직을 제쳐두고 이른바 백인들로 인해, 백인들을 위해 예쁘게 포장되어진 그런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마치 일부 흑인팬들이 락앤롤을 엘비스프레슬리가 훔쳐갔다고 주장하는 것 처럼..

그런데 지금은 누가 그렇게 물었을 때 그냥 씨익 웃으면서.. "자미로콰이랑 레드핫 정말 좋죠.. 저도 어떤, 어떤 곡은 매우 좋아합니다"라고 말해버린다. 그리고 그렇게 말하다보니 어느새 내 자신도 자미로콰이와 레드핫의 광팬이 아니었나 싶을 정도다.

사실 뒤틀린 사고방식에서 나오는 시니컬함/독설/유머.. 이런 것들이 나를 구성하는 것들이었는데.. 이것들에서 멀어지다 보니 내 자신에서 멀어지고 있었던 거다.

그래서 나를 다시 찾겠어.. 오늘부터 독설 막 할거다.

희봉

2011.09.11 01:14:03

일단 내 자신에게 먼저 하자 "너는 명절에 방구석에 처박혀서 원숭이 나오는 영화나 보고 앉아있고, 참 한심하다. 결혼은 언제할래?"

희봉

2011.09.11 01:14:22

아.. 이건 독설이라기보다는 잔소리였어.. 잔소리가 필요한 나이로군...

희봉

2011.09.11 01:25:03

항상 느끼는 거지만 생각가는데로 의식의 흐름대로 글을 쓰다보니 계속 병맛이야. 버지니아울프는 안그런데;;;

희봉

2011.09.13 00:44:37

일전에 누군가 시계태엽오렌지라는 영화를 보내준 적이 있었는데 오늘 영화 한창 재밌게 보다가 제일 궁금한 순간에서 화면이 끊겨버렸다. 100% 다운로드하지 않은 상태였던듯.. 제길.. 궁금해죽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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