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remember meeting U here in the good ol' days



잡생각1. 그냥 나처럼 행동하기..

나처럼 행동하기 참 쉽지 않다. 무엇보다 "나다움"이 뭔지도 잘 모르겠고.. (그래서 소크라테스가 네 자신을 알라고 했나보다) 여러 사람들과 부닥치다 보면 나처럼 작은 인간은 언제나 결국 움추리게 되어있다. 

지난 주에 결혼을 앞둔 친구가 모임을 주최해서 나갔다가 거의 10년만에 만난 친구가 콧수염을 덥수룩하게 기른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콧수염을 덥수룩 하게 기르고 있었기에 당연히 백수겠거니 생각했는데 정부산하기관에 버젓이 다니고 있었다. 그래서 어떻게 보수적인 직장에 다니면서 콧수염을 그렇게 멋드러지게 기르고 다닐 수 있냐고 물어보자, 친구가 사람들이 물어볼때 괜히 어수룩하게 대답하지 말고 그냥 오히려 당당하게 말했더니, 사람들이 그냥 넘어갔다는거다.

안그래도 요즘 무언가 느끼는 바가 있을랑 말랑 했는데 그 얘기를 들으니까 그게 명확해졌다. 그건 바로 "지랄맞은 내 모습을 숨기지 말자"라는 거다. 괜히 지랄맞은 모습을 감추려니까 나도 스트레스 받고, 사람들도 나를 얕잡아 보는게 아닌가 싶다.

세게 나오면, 함부로 다루기 어려운 사람이 되면, 윗사람조차도 눈치를 보게 된다. 나도 약간 퉁명스러운 스텝은 내가 되려 눈치를 보게 될때가 있으니까..

한줄결론. 나 건들지마, 나 존트 지랄맞은 사람이니까.. 그리고 난 잃을 게 없다.

진짜결론. 프린스 처럼 머리 곱슬로 하고 아이라이너 그리고 다녀볼까...


잡생각2. 트라우마

나는 여러개의 트라우마로 뒤얽혀있는 사람인데, 가끔씩은 전혀 잊고 있거나, 혹은 극복했다고 믿었던 것들이 꿈 속에서 너무나 리얼하게 나타날때가 있다. 그럴때면 잠에서 깼을때 패배주의에 빠져들곤 한다. 

예전에는 날 버린 여자친구랑 재회하는 꿈을 꾸었는데 꿈속에서 너무 리얼해서 박장대소하고 내 볼을 꼬집기까지 했는데, 침대에서 눈을 뜨는 순간 병맛만화 엔딩에 주로 등장하는 "앗, 시발 쿰.." 이렇게 나도 모르게 외쳐버리고 말았다.

앗.. 제길.. 트라우마... 

폭발된 원자력발전소에서 나온 방사능 물질도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면 반감기가 있는데.. 내 트라우마의 반감기는 얼마 정도일까?


잡생각3. 맞춤셔츠

맨날 유니클로 싸구려 셔츠만 입다가 난생 처음으로 맞춤셔츠를 주문제작해봤다. 지인의 추천을 받아 앤드류&레슬리라는 요즘 핫하게 떠오르는 맞춤 셔츠집... 토요일 오전 한가한 시간 명동의 센터원 빌딩 지하에 위치한 그곳에 가서 이리저리 주절주절 나의 주문사항을 늘어놓았다.

맞춤옷 제작은 정말 솔직하다. 왜냐면 절대로 내가 알고 있는 그 이상으로 옷이 예쁘게 나올 수 없다. "알아서 예쁘게 해주세요"라는 말은 절대 성립할 수 없다. 내 새치혀가 곧 바느질이 된다.

그리고 내 새치혀가 상당히 농익인 멘트를 날리는 것을 발견하고는 한편으로는 대견했지만 한편으로는 씁슬했다. 이런저런 모든 디테일 하나하나 내가 다 신경쓸 수 있을 정도로 내가 옷에 관심이 많았었나.

그리고 일주일 정도 기다린 후 결과물이 와서 입어보니, 역시나 내가 "알았던 것"만큼 옷이 나왔다. 내가 신경썼던 부분들은 모두 내가 원하던 것처럼 나왔고, 내가 미쳐 신경쓰지 못한 부분들은 내 눈에 살짝 밟혔다. 물론 이것은 아주 마이너한 부분이라서 다음번에 주문할때 코멘트 하나만 추가하면 내가 꼭 맘에 들어하는 셔츠가 나올 것이다.

셔츠뿐만 아니고, 인생도 내가 아는 만큼, 내가 주문한 만큼만 나온다. 그 이상은 기대하지마..

세상에 공짜는 없다. 그리고 지식이 곧 힘이야..

희봉

2011.08.20 01:07:09

마이롸이팅에 보면 나는 거의 매순간 무언가를 깨닫고 느끼는데, 왜 달라지는게 없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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