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remember meeting U here in the good ol' days



내 자취방은 2층인데, 계속 비가 내리니 습기를 감당하지 못하고 작은 방 (주로 빨래를 널어두는 신성한 곳)에 조그마한 곰팡이가 슬었다. 그리고 아마 윗집 (주인집)에서 물이 새는지 천장에도 곰팡이 비슷한 것들로 시커멓게 얼룩이 졌다.

그걸 보고 있노라니, 문득 이사가 가고 싶어졌다. 물론 이것은 방아쇠를 당긴 것일 뿐이고... 사실은 그냥 내 자취방에서 그냥 이사가고 싶은 생각을 계속 하고 있긴 했다. 여기로 이사온 것은 나의 사랑스러운 이명박 가카께서 포스트모더니즘 정치인 정동영 (존재하되 존재하지 않는 자)을 가뱝게 이긴 그날이니 이제 3~4개월 정도 더 지나면 만 4년이 되는 거다.

그래서 주말에 서울의 아파트와 오피스텔의 시세를 검색해 보았다. 4년간 내가 산속에서 살다 온 것일까? 도저히 내가 감당할 수 없는 서울 전셋값..

오늘 친구에게 하소연을 하니, 친구가 나보고 현실감각없는 놈이라고 막 다그쳤다. 사실 난 어제나 오늘 처럼 주식이 대폭 하락하여 대공항에 빠져있을 때, 혼자 쿨한 사람이긴 하다. 전혀 재테크를 하지 않으니, 돈 잃을 걱정도 없고.. 돈을 따먹는 재미도 없다. 남들만큼 재테크에 능숙하지 못해서 기분 좋은 날은 오늘 처럼 다들 피보는 날이다. (물론 이런 날은 정말 일년에 한두번 있을가 말까다..)

오늘 회사를 일찍 끝내고 집에 와서, 집근처의 부동산을 좀 돌아다녔는데.. 나는 사실 원룸이랑 오피스텔이랑 뭐가 다른지도 모르고.. 몇평이다 말해주면 그게 얼마나 큰지도 잘 감을 못 잡는다. 복덩방 아저씨가 나에게 어느 정도 평수를 원하냐고 물어보자.. 내가 대답을 못하니까.. 아저씨가 나보고 "짐이 많아요?"라고 물었다.

그리고 나도 모르게 이렇게 말이 튀어나올 뻔 했다..

"짐 겁나 많아여.. 내가 가진게 뭐가 있냐면 프린스 시디 수백장, 디비디 백여장, 기타 2대, 각종 뮤지션 포스터, 프린스 티셔츠, 넥타이 20개, 시계 3개, 뿔테안경 4개, 가죽구두 6개, 아이패드, 아이팟... 폴스미스 가방 2개, 연애편지 모음 한박스, 그리고 친구가 빌려준 읽지 않은 책 몇권..."

혼자 속으로 나의 전재산이라 할 수 있는 이런 물건들을 상상하고 있는데, 아저씨가 물어보는 것은 "김치냉장고, 옷장, 침대, 책상" 따위였다.

흠.. 그렇게 따지면 나는 가진게 하나도 없는 사람이다.

희봉

2011.08.09 22:41:33

나는 내가 나름 전문직에 나쁘지 않는 직장엘 다닌다고 생각하는데, 집을 구하러 다녀보면 내가 얼마나 하층민인지 절실히 느끼게 된다. 이 사회가 조금 이상하고, 나는 많이 이상한 것 같다.. "조금 이상한 나라의 많이 이상한 희봉이...?"

희봉

2011.08.09 22:41:56

누가 나 그냥 사육해줫음 좋겠다..

희봉

2011.08.16 22:55:50

주식 다시 올랐다.. 나는 하나도 기쁘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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