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remember meeting U here in the good ol' days



나와 내 주위에 벌어지고 있는 모든 것에 대한 가정, 전제, 편견을 제거하고 순수한 이성(?)으로 현재 나의 상태를 파악하고자 한다. 비록 내가 어떤 미친 과학자가 조종하는 통속의 뇌인지, 매트릭스 속에 빠져있는 우매한 돼지인지는 증명할 수 없으나, 아래의 질문에 대답하고자 했다.


1. 나는 현재 행복한가

여기에서 나는 약간의 애매모호함을 뒤로하고 무언가 단언하여 결론짓고 이야기를 끄집어내려 하기 때문에, 비록 그 정도는 알수 없으나, "나는 현재 행복하지 않다"라고 말해야 한다.

주절주절.. 누가봐도 논란의 여지가 없는.. 현재의 내 상태를 인정하는 데도 나는 이렇게 비겁한 변명이 필요하다. 어쨌든..


2. 행복하지 않은 것을 어떻게 알 수 있으며, 그 이유는 무엇인가?

언젠가부터 몸이 아파오기 시작했다. 몸의 병이 마음이 병으로 옮아간 것인지, 아니면 그 반대인지 동시진행형인지 알 수 없다. 어쨋든 나의 작은 몸뚱아리가 매우 피곤하고 나약해져버렸다는 것은 자명하다. 건강검진을 하더라도 잘 나오지 않을 것이다. 한의원의 한의사는 내 진맥을 짚어보고는 매우 허약한 상태라고 했다. 보약을 2재나 연속으로 지어먹었지만, 그닥 나아질 가망이 보이지 않는다.

보약을 2재나 지어먹었는데 몸이 여전히 아프냐.. 라는 핀잔을 듣기 싫어서 지금은 그냥 괜찮은 척 한다. 친구든 가족이든...


3. 그렇다면 나는 언제 행복한가?

모르겠다. 내가 과연 언제 행복했었는지.. 몇몇 단편적인 순간들이 생각나긴 한다. 하지만 그 행복한 순간들의 대부분은 박희봉, 나란 인간을 다른 사람의 기대를 충족시켜주었을때 였던 것같다.

아버지, 어머니, 선생님, 친구들... 직장 상사, 그리고 클라이언트...

그 모습들은 대게, 공부하고, 시험에 합격하고, 일하며 인정받는 그런 나의 모습이었다. 칭찬은 코끼리도 춤추게 한다고 했던가?

나는 언제나 춤추는 코끼리였다.

불행하게도 다른 사람의 기대를 충족시키며 인정받는 나의 모습 이외에 내가 진정으로 행복을 느꼈던 순간은 별로 없었다. 내가 진정으로 세상과 connect되어있다고 느끼며 안도감을 느꼈던 적이 있었던가. 그런 까닭에 나는 항상 남들에게 인정받으며 나 자신에게 우쭐한 모습을 잃지 말아야 하는 책임감에 휩쌓였다.

나와 내 주위의 기대를 만족시켜야 하는 일... 그것이 내 숙명의 굴레였다

그런 삶이 싫어서 일탈을 하고, 먼 곳에 떠났을때 혼자였으나 자유로운 심정을 느낄수 있었다. 불행하게도 그 순간들은 매우 희귀했으며, 나는 현재의 행복보다는 과거의 그런 몇가지 단편들을 기억하면서 퇴보한다.


4. 내 욕망의 주체는 나인가?

내가 다른 사람의 기대속에서 주어진 행복을 강요받으며 살아왔다면 앞으로 나는 어떻게 행복을 추구하면서 살아야 하나.. 나의 행복추구권은 어떻게 보장받을 것인가?

내 행복을 추구하는 욕망의 주체는 과연 내가 될 수 있을까? 나이 31살에 여기저기 거미줄처럼 얽혀있는 사회라는 바다 한가운데 표류하고 있는 내가 길을 찾을 수 있을까?

내가 내 욕망의 주인이 되지 않은데, 이 매트릭스를 깰 수 있을까..

Open Your Eyes...


5. 최소한 나는 어떤 인간인지라도 알아야 하지 않을까..

공부하는 머리는 좋으나 사회성은 부족하며, 참을성이 없고 변덕이 심하다. 좋아하는 일에 꽂히면 그 일에 매진하나 그렇지 않을 경우 매우 귀찮아 하며 태업을 하기 일쑤다. 자기 자신외에 타인에게 관심이 없으며 그런 경우 무섭도록 무신경해진다. 좋아하는 것은 모든 잡다한 지식과 음악, 영화이며, 무신론자 이면서 매우 정치적이다. 글쓰는 것과 이빨 까는 것(특히 말장난)을 좋아하며 남의 말을 들었을때 그것을 곧잘 믿는다. 신경과민이며 스트레스를 잘 받고 체력이 쇠약하다.

화려한 삶을 꿈꾸기도 하나, 대체로 매우 정적이며 얌전하고, 섬세하다.


6. So What R U Gonna Do?

ㄱ. 3개월간의 시간을 준다.
ㄴ. 그 시간은 내가 언제 행복했는지 연구하는데 쓰인다.
ㄷ. 그리고 떠난다.


Goodbye Yellow Brick Road...



추신. 행복은 유예하거나 저축하거나 할 수 없다고 했다. 불확실한 미래의 행복을 위해 지금을 희생하는 건 너무 어리석어.. 아니.. 미래의 행복도 아니다.. 미래에 불행해질까봐 전전긍긍하며 현재에 매몰되어있는 것일 뿐이지..

Poor Heebong... Poor Myself... Poor Me...

희봉

2011.11.20 00:44:19

사실 고백하자면 이 글은 최근 한두달 사이 나의 생각에 김어준의 토크가 기름을 부은 격이라 할 수 있다. 김어준, 이 사람.. 사람을 선동하는데 매우 뛰어난 능력을 가진 사람이라서.. (좋게 말하면 사람의 감성이 움직이는 메카니즘을 동물적인 감각으로 잘 아는 듯) 이 사람의 새치혀에 휘둘리지 않으려고 부단히 노력하고 있었는데.. 오늘은 어쩔 수 없다..

희봉

2011.11.20 00:44:45

오늘 2번이나 본 김어준의 그 문제의 토크는.. fashion게시판에 올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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