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remember meeting U here in the good ol' days



1. The Word

오늘 누군가 내게 독설을 한마디 해달라고 요청하길래 깜짝 놀랐다. 가끔은 내 자신이 나를 제일 모르는 것같다. 생각해보니 나는 고슴도치 처럼 나는 모든 사물, 현상, 사람들에게 가시를 곧두세우고 있(었)다. 다만 회계법인에 들어오고 난 후 거의 만 4년간 노예근성이 이끼와 녹처럼 나의 칼날을 녹슬게 했지만 나의 본 모습은 언제나 독사와 같았다.

이 험난한 세상 아무것도 모르고, 아무것도 준비하지 않은 연약한 사람에게 있어서 이 세상의 질서를 부정하고, 세상 사람 살아가는 것들을 경멸하는 것이 나의 방어기제였다. 그리고 나는 이것 저것 사람들이 관심두지 않는 것에 빠져있(었)다. 영 쓸모없다고 믿어지는 그런 것들..

그리고 나는 여전히 준비되지 않았고, 할 줄 아는 것이 없으며… 이제는 그 독설마져 맘대로 펼 수 없는 노예가 되어가고 있다. 한때 이 노예시장에서 가장 잘 팔리는 노예가 되고자 했으나, 이 것마저 내 뜻대로 되지 않았고 금팔찌를 하고 있는 노예를 보며 맘껏 조롱하고 있다.

2. Get to Know Ya…

나를 가장 잘 아는, 아니 나를 사랑해줬던 사람들은 그런 나를 어여삐 여겨주었다. 그들에게 늦었지만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결국 그들을 모두 괴롭히고 거의 남아있지 않다.

그래서 나는 이제 내 주위에 남아있는 모든 사람을 소중하게 여기도록 강요당해버렸다. 가족, 직장동료, 학교친구들, 그리고 심지어 인터넷 친구들까지도 말이다.

내가 고약한 스쿠루지 영감이나, 모리아티 교수 (셜록홈즈의 라이벌)처럼 되지 않으려면 어떻게든 이 가시돋힌 돌문을 열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조금씩 힘들게 열어놓아도 뒤돌아 보면 결국 굳게 닫혀있어도 말이다.

3. I'm Just Joking…

약간 방향을 살짝 돌려서 그럴싸한 변명을 해보자면, 난 단지 유머러스한 사람이 되고 싶었을 뿐이었다. 그리고 순발력, 직관련, 통찰력, 그리고 유머 이 모든 것들이 언어라는 그릇에 가장 효과적으로 농축된건 독설이었다.

유머는 남자의 자신감이랬지. 하지만 자신감없는 남자역시 유머로 자신의 자신감을 위장한다. 일종의 보호색처럼…

그런데 이제 그걸 요청하는 사람까지 생기다니.. 참 오래살고 볼일이다. (이나중 탁구부 1권에 마에노가 100미터 달리기하다가 바지에 똥을 싸고, 그 모습에 반해서 여자가 고백을 하는데 마치 그런 것과 같은..)

4. 독설 On Demand

기왕 이것도 소질이라면 소질이니까.. 내가 가장 잘 하는게 이것이고 시대가 이걸 바란다면 그것이 맞겠지. 그러니까 나로부터 독설을 맞고 싶으신 분은 자신의 딱하고 엿같은 처지를 처량하고 가감없이 말해주면 그게 걸맞는 "맞춤형 독설"을 해줄 수 있다.

나는 정치/사회/문화(특히 음악)/역사/잡학에 박식하니 당신에 어디서 어느 일을 하던, 어떤 걸 좋아하는 덕후이든 간에 맞춰줄수 있어.

“일단 시작은 건당 500원으로 시작하겠습니다.” 이 존댓말은 내가 당신에게 하는 마지막 공손의 표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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