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remember meeting U here in the good ol' days



스타워즈 관련 글을 쓰다가 생각해 봤는데, 내가 시트콤을 쓰게 되면 나같은 놈만 웃을 것같은데.. 왜냐면 내가 좋아하고 관심있어 하는 것들을 대게의 사람들은 관심없어 하는 것들이라서;;

나름 보통 사람들에게도 먹히는 유머감각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뒤돌아보면 그런 것같지도 않다. 내가 사람들을 어떻게 웃겼지?

내가 작가가 된다면, 내 유머 소재는 아마 대략 요런 것들일 거다..


상황1. 등장인물 중에 하나가 작곡가인데 본인 생각에 굉장한 곡을 썼다고 생각하고 데모 작업을 친구들에게 들려주며 흥분한다.

A : 야 이거 굉장히 신나는 곡 같지 않아?
B : 아니, 이건 프린스랑 마이클잭슨이 듀엣을 해도 망할 곡이야


상황2. 굉장히 평범한 남자가 자기 분수에 맞지 않는 여자를 사귀겠다고 난리를 피우자 친구가 하는 말

A : 우린 잘 해낼거야
B : 웃기는 소리 하지마, 너랑 걔는 유니클로 질샌더 콜라보레이션이라고, 그녀가 떠나면.. 넌 다시 그냥 유니클로일 뿐이야..

C : 아무렴 어때, 걘 아무나 막 만나더라.. 이 바닥에선 거의 H&M이라구. 너는 빅터앤롤프.. 아니 소니아리키엘이 되라.. 니트로 된 빤스 사다줄까?


상황3. 패션에 문외한인 친구가 옷가게에 갔다가 여자옷인 줄 모르고 점원에게 자켓을 입어보겠다고 하자 점원 왈

A : 저 보라색 자켓좀 입어볼 수 있을까요?
B : 손님, 저건 여자 자켓이에요.. 참고로 지난주에 프린스가 찜해갔는걸요.

C : 멍충아, 스티비원더가 봐도 여자옷인지 알겠다…


상황4. 뮤즈와 콜드플레이만 줄창 들으면서 흑인음악 듣는 친구를 막 갈구는 상황..

A : 야, 역시 록은 뮤즈가 짱이지. 흑인은 락을 못해
B : 지미헨드릭스는 그럼 선탠 열심히 해서 시커먼거냐?
A : 지미헨드릭스는 무슨, 닥쳐, 비틀즈 짱;;
B : 겨우 뮤즈랑 콜드플레이만 간신히 들으면서 비틀즈를 논하냐? 차라리 타운젠트에서 맞춤수트를 사입겠다고 하시지?


상황5. 자켓을 입어보려는데 높이 걸려있는 자켓을 집을 수가 없어서 점원에게 물어봄

A : 저기 위에 걸린 자켓좀 입어볼게요
B : 손님, 그 자켓에 손이 닿지 않으면 손님에게는 분명 클 거에요;;

C : 불쌍한 것, 너도 프린스처럼 힐을 신으면 손이 닿을텐데;;


상황6. 주인공이 오디션 프로그램에 마이클잭슨 곡을 부르겠다고 하면서 친구들 앞에서 불러줌

A : 자 어때, 이 정도면 꾀 잘부른 것같지 않아?
B : 그거 마이클잭슨 무덤앞에서 불러주면 안되겠니?
A : ???

C : 제길! 마이클잭슨 장례식에서 존메이어가 human nature를 연주할때 노래까지 했었어야해! 그때가 마이클을 다시 환생시킬 유일한 기회였다구! 물론 매우 화난 상태의 마이클이긴 했을테지만 말야!


상황7. 주인공이 면접을 보러가는데 어깨가 한창 남는 더블브레스트 정장을 입고 나와서 친구들에게 보여줌

A : 이거 사실 우리 아빠 정장인데 조금 구식이긴 하지만 괜찮은 것같지 않아?
B : 그래 괜찮다. 수트 상의에서는 마돈나 노래가, 하의에서는 신디로퍼 노래가 저절로 들리는 것 같다.

C : 너 헤어스타일은 듀란듀란 노래가 절로 들린다!


다 쓰고 보니까 내 시트콤은 2000년대를 사는 80년대 덕후들 얘기인 것같다. 7~80년대 짜응!

희봉

2012.03.06 18:18:12

시청률은 희봉닷컴 조회수 정도 나오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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