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remember meeting U here in the good ol' days



내가 음악 못지 않게 영화를 매우 좋아하지만, 태생이 영화 덕후보다는 음악덕후에 가까운 탓에 어떤 영화를 감상할 때 그 영화에 삽입된 음악에 매우 예민(?)한 경우가 있다.

좋은 사람은 반드시 좋은 음악을 알고 있을 거라는 믿음 처럼.. 아니 그 믿음보다는 319배는 더 강렬하게 좋은 영화는 반드시 좋은 음악과 함께 한다는 믿음이 있다. 영화는 종합예술이라고들 하니까..

따라서 가끔은 영화가 너무 좋아서 그 영화에 나오는 OST를 사랑하는 경우도 있고, 아니면 영화보다 그 음악에 홀려서 영화가 기억되는 경우도 있다. 생각이 있는 감독이라면 누구나 그 영화를 지배하는 음악을 어떤 정서 (어떤 분위기, 어떤 시대..)로 넣을지 고민하지 않을 수 없을 거다.

일례로 얼마전 재밌게 보았던 영화 조디악은 6~70년대 샌프란시스코를 배경으로 슬라이&패밀리스톤, 오하이오플레이어즈, 마빈게이의 음악을 넣었으며 88년이 배경인 도니다코는 영화 내내 80년대 뉴웨이브 음악에 대한 감수성이 넘쳐 흐른다.

그렇다면 내가 가장 사랑하는.. 음악이 있는 영화는 어떤 것이 있을까..

1. 파리, 텍사스

우선 이 영화 감독과 음악감독에 대한 배경지식이 조금 필요한데, 감독은 독일출신의 빔벤더스이고, 음악감독은 라이쿠더라는 슬라이드 기타의 일인자다. 사실 이 콤비를 제일 먼저 접한 것은 "부에나비스타소셜클럽"이라는 음악 다큐멘터리 영화를 통해서였는데, 물론 음악이 있는 영화 순위상 당연히 1위를 차지해야 옳으나 음악 다큐멘터리니까 순위에서 뺐다.

아직도 잠이 오지 않는 날이면 이 영화의 OST를 틀어놓고 잠을 청하곤 하는데, 라이쿠더의 슬라이드 기타 (손가락에 작은 병같은 것을 끼고 띠용~띠용하는 소리를 내면서 연주하는 것.. 자칫 하와이 해변음악같은 분위기를 줄때도 있음..)가 자아내는 황량한 사운드에 사막 한가운데 혼자 서있는 것같은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아직도 이 영화를 극장에서 혼자 (!! 상영관에서 거의 나 혼자!!) 보았을때 라이쿠더의 슬라이드기타 소리에 압도당하지 않았더라면 이 지루한 영화를 절대 끝까지 보지 못했을 것이다. 물론 이 영화는 마지막 10분 두 주인공 간의 독백(?)같은 대화로 인해 내 인생 영화 순위 1위를 거머쥔다.

영화: 별5개
음악: 별5개

보너스 - 빔벤더스/라이쿠더 조합으로 부에나비스타소셜클럽, 베를린천사의시 역시 너무나 만족스럽고, 밀리언달러호텔이라는 작품은 U2의 보노가 음악에 참여해서 너무나 아름다운 포크 음악이 흘러 넘침.. 빔벤더스 짜응!

2. 화양연화

이 영화는 주인공들의 "소심함"을 제외한 모든 것들이 모자람없이 "출렁거림"의 연속이다. 물론 주인공들의 절제된 대사의 공백을 대신 채워주는 음악 역시 그러하다.

단, 파리텍사스와 달리 음악만 별개로 떨어뜨려놓았을때 그 음악이 자생적으로 감동을 주는 지 여부는 모르겠다.

영화 - 별5개
음악 - 별3개반

3. 싱글맨

화려하지만 위태로운, 자살을 결심한 날을 맞이한 주인공을 잘 표현해주는 음악, 이 영화의 OST에 완전히 휩쌓여 정신을 못차린 적도 있었는데 이제는 괜찮다.

그리고 Soul고전들이 다수 포진되어 있는 점도 상당한 플러스 요인. 영화에서 조지(콜린퍼스)와 줄리앤무어가 정신을 잃고 스탭을 밟게 만든 부커티의 그린어니언, 얼마전에 타계한 재즈싱어 에타제임스의 "Stormy Weather", Jo Stafford의 "Blue Moon" 역시 필청 트렉!

영화 - 별4개 (2010년엔 별5개)
음악 - 별4개

4. 폭풍의 언덕

이 영화는 앞의 사례와 조금 다름. 영화는 30년대쯤에 나온 고전이고, 내가 이 영화때문에 좋아하는 곡은 이 영화의 원작 (에밀리브론테)에 감명을 받아 영국 아티스트 Kate Bush가 만든 귀신같은 곡 Wuthering Heights… 그런데 이 영화를 보기 전까지 이 노래가 이 영화를 모티브로 만들었었다는 것을 몰랐었는데 알고 나니 이 노래가 19배 정도는 더 처절하고 비참하게 들림

참고로 Kate Bush를 처음 알게된 것은 Maxwell의 언플러그드 명곡 This Woman's Work의 원작자라는 사실때문에 접하게 되었다가 빠져버린 케이스.. 희한한게 프린스도 케이트부쉬에 낚여서 그녀의 앨범 "레드슈"에 "Why Should I Love You"라는 곡에 참여하기도 했음..

5. 라스베가스를 떠나며

병들고 지친 몸을 정리(마감?)하러 라스베가스로 떠난 알콜중독자 니콜라스케이지와 창녀 엘리자베스슈의 상처받은 이들의 사랑을 다룬 영화, 스팅이 참여한 이 영화의 OST가 왠만한 힛트한 팝앨범 이상의 퀄리티를 자랑한다.

우선 스팅의 Angel Eyes, It's a Lonesome Ol' Town, My One & Only Love와 Don Henley의 Come Rain Or Come Shine이 필청트렉

영화 - 별3개
음악 - 별4개

6. 브이포벤데타

워쇼스키형제가 만든 정치영화, 브이포벤데타.. 내가 샌프란시스코에서 홈리스로 노숙하던 시절 본 영화인데 신기하게도 히어링도 하나도 안된 상태에서 자막없이 봤음에도 불구하고 영화의 내용이 이해가 됬다는 점이 신기함.

암튼 여기에서 주인공 브이가 주크박스에서 틀어주던 그 음악.. 매혹적인 외모와 달리 허스키한 목소리가 매력적인 줄리런던의 "Cry Me a River".. 자신을 사랑하지 않았던 남자가 자신에게 돌아왔을 때 "이제 당신이 펑펑 울 차례야~"라고 냉정하게 내뱉는 진정한 차도녀의 매력!

Cry Me A River라는 동명의 노래제목으로 저스틴팀벌레이크 노래도 좋아했는데 이 노래를 접한 이후로 저스틴의 노래를 들을때마다 이 노래랑 비교가 되서.. 참 거시기하다능..

영화 - 별3개 (요즘 한국의 정치상황같으면 별5개..)
음악 - 별3개

7. 그외 작품들

Beck - Everybody's Gotta Learn Sometimes (이터널선샤인)
Gary Jules - Mad World (도니다코)
Prince - Partyman (팀버틴의 배트맨1편 1989년작)
Glen Hansard - Falling Slowly (원스)
폴매카트니 - 바닐라스카이 (바닐라스카이)
요한 스트라우스 2세의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 강" (2001 스페이스오딧세이)
봄날은간다 OST (봄날은간다)
블루스브라더스 OST (블루스브라더스)
As Time Goes By (카사블랑카)
Riders on the Storm (도어즈)

그리고 음악이 좋았었던 영화가 또 뭐가 있을까? 누가 내게 추천 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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