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remember meeting U here in the good ol' days



얼마전 아버지 시계줄을 교체하러 명동 에비뉴엘 몽블랑 매장으로 찾아갔을 때 일이다. 어떤 중년의 남성이 매장 직원을 붙들고 쓸데 없는 이야기를 장황하게 늘어놓기 시작했다. 이야기의 요지는 이거다.

"IWC, 피아제 이런 시계들 너무 비싸다. 원가가 얼마나 되는지 모르겠지만, 아마 마진율이 엄청날거다. 마진율을 공개해서 법으로 규제해야 한다"

매장 직원은 하릴없이 그 중년남성의 말에 맞장구를 쳐줄수밖에 없는 노릇이었다. 천민자본주의공화국 대한민국에서는 손님이 왕 아니더냐? 더군다나 럭셔리 매장에서 손님 하나가 난동이라도 피우는 경우 그 손해는 고스란히 매장이 당하게 되어있기 때문에;;

이 중년 남성이 럭셔리 시계에 무슨 원한이 이렇게 일장연설을 늘어놓는지 모르겠으나, 어쨌든 그러한 풍경을 지켜보면서 내가 다짐했던 것은.. 나는 절대로 장사를 하면 안되겠다는 것이다.

장사를 하면 필연적으로 낯선이들을 상대해야 하는데, 나는 기본적으로 날 귀찮게 하는 사람들이 싫다. 아니 그냥 사람들이 싫은건가? 말도 안되는 소리를 내 면전에서 늘어놓은 꼴을 도저히 참을 수 없을 것 같다. 게다가 나는 내 취향(기준)에 남을 재단하는 짓을 서슴치 않으므로 매우 불친절한 사장이 될 것이 뻔하다.

내가 장사를 하게 된다면 필시 레코드점 사장 정도가 딱인 것같은데;

10대의 어린 여자 손님이 와서 빅뱅을 찾는다면..
"야, 너 빅뱅듣지 말고 내 말들어, 마룬파이브랑 레드제플린 전집 다 듣고나서 빅뱅을 들을 자신있는지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보렴?!"

20대의 대학생이 와서 톡식을 찾는다면..
"야, 톡식먼저 듣지 말고 그냥 이글스의 호텔캘리포니아 원곡을 100번 듣고 생각해봐! 오빠 말 믿어!"

30대의 직장인이 박진영을 찾는다면..
"당신, 박진영 듣지 말고 프린스랑 마이클잭슨이랑 반반씩 들어!"

40대의 중년 남성이 최백호를 찾는다면
"형님, 레너드코헨이랑 조니미첼 들으세영!"

사족. 레코드점 사장이 아니라면, 까페나 Bar를 운영할 지도 모르겠다. 그러면 아마 하루 12시간 영업시간 중 10시간은 프린스 음악을 틀고, 2시간은 맥스웰, 디안젤로, 레너드코헨, 엘리엇스미스 같은 음악을 틀테지. 그리고 손님이 음악에 대해서 어쩌구 저쩌구 토 달면 바로 레드카드! 아마 이렇게 영업하면 서초경찰서에서 단속해서 영업정지해버릴 것같기도 하다.

사족2. 내가 나이가 들어 매장직원을 붙들고 일장연설을 늘어놓는 꼰대가 되지 말란 법도 없다. 가령 아방가르드 패션 매장에 들어가서는 옷을 만지작거리며 "이런 옷들을 50만원이나 주고 산다는게 도저히 이해가 되질 않아요, 천값은 아마 만원도 안할텐데…" 혹은 레코드점에 가서 "요즘 이런 음악이 인기있다는게 말이 되나요? 음악이란 자고로 보컬, 기타, 베이스, 드럼이 있어야죠.. 어떻게 이렇게 기계로 만들어낸 사운드에 랩쪼가리를 읊어댄게 음악일수가 있냐구요! 도대체 뮤지션들은 다 어디갔답니까?!"

사족3. 매장엔 너 잘난체 하러 가는데가 아니라고! 그냥 지갑을 열고 돈이나 쓰고 나오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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