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remember meeting U here in the good ol' days



2009년 겨울, 몸과 마음이 너무나 지쳐있었을 그 무렵 노라존스, 그녀의 앨범 The Fall을 처음 접했다. 그리고 그 앨범의 거의 모든 곡에 푹 빠져있었던 나는 그녀를 위한 일종의 헌사를 하고 싶었다. 결국 그것은 이렇게 글로써 보답하는 것이지만, 어떤 형식으로 어떤 내용을 담아 그녀의 아픔을 내가 감히 가타부타할 수 있을지 확신이 서지 않았다.

그리고 2년 반이 지난 지금 그녀가 또다른 앨범을 가지고 돌아오자, 이제는 그것을 더 이상 유예시킬 수 없다는 일종의 책무가 지워진 듯 했다. 왜냐면 적어도 내가 느끼기에 그녀가 매우 힘들어보였기 때문이다.

내가 잘 알지도 못하는 Jazz 아티스트의 음악에 대한 일종의 개인적인 리뷰(감상) 잘 될런지 모르겠다.

"당신이 날 만져주는 것처럼, 내가 나를 만져줄 수 있다면 당신이 필요하지 않을지도 몰라…" from "I Woundn't Need You"

The Fall 앨범 이전의 그녀는 그자체로 충분히 매력적인 아티스트였다. 비록 너무 어린 나이에 성숙한 음악을 들려주는 듯한 느낌을 받다보니, 노래 이상의 감동을 느끼기엔 조금 부족하다고 느낄 수도 있다. (감히 이런 생각을 한다는게 불경하지만, 정말 그렇다는건 어쩔수 없잖아.. Don't Know Why를 들으면 그녀가 천상의 목소리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누구도 부인할 수 없지만 말이다)

그런데 그녀가 갑자기 어떤 사랑을 하고, 어떤 이별을 한 것일까?

"당신이 날 망쳐버렸어, 하지만 난 그게 좋았어. 난 지금 완전 엉망진창이야.. 혹시 날 어떻게 할건가요? 난 완전히 당신 손에 있어.." from You've Ruined Me Now

그녀는 긴머리를 싹둑 잘라버렸다. 앨범커버엔, 하얀 드레스를 입고 검은 중절모를 쓴채 알쏭달쏭한 미소를 지은 채 다소곳히 앉아있다. 그리고 정면을 응시한다. 마치 누군가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는 것처럼 말이다. (그전의 앨범들에서 그녀는 정면을 응시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 모습이 너무나 아름다웠으므로 (노라존스가 예쁘다고 생각했던 적이 없었는데, 이 무렵부터 노라존스가 여인으로써 아름답다고 느껴지기 시작했다) 그녀가 작은 복수에 성공했다고 생각했다.

이제 재즈라고 할수도 없을 만큼 요상하게 변해버린 선율에 그녀는 대담하게 그녀의 이야기를 풀어낸다. 자신의 이야기를.. 그리고 그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너가 나한테 한 못된 짓을 알고있지. 그러니까 너때메 죽진 않을거야.. 너네 엄마에게 전해주렴.. 아들을 아주 잘 키웠다고 말야.. 너무 느리게 말야. 너무 느리게…" from "Tell Your Mama"

이 노래는 그 당시 내가 누군가에게 들려주고 싶었던 노래였으나, 어느샌가 나를 향한 노래가 되어있다.

The Fall 이 앨범은 몸과 마음이 지쳐있을때 제일 먼저 찾게되는 앨범 1순위가 되었다 (그외에는 파리텍사스 OST, 브렛엔더슨 1집 등등)

그리고 지금 이 순간, 그녀가 행복하지 않은 상태로 다시금 돌아왔을때, 그것이 또 다른 아름답고 상처받은 걸작으로 꽃피운 것을 보자, 반갑기도 했지만 그녀가 이제 측은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미리엄, 아주 예쁜 이름이구나, 하지만 내가 널 울게만들거야. 그리고 네 이름을 다시 불러줄게.." from "Miriam"

그녀는 이제 더 이상 매혹적으로 아름답지 않다. 살도 많이 찐듯 하고.. 앨범커버는 사진이 아닌 그림으로 바뀌어 있다. 한쪽 눈을 가린채 짧은 곱슬머리로 얼굴의 반 이상을 가리고 있다.

"그녀는 22살이야, 그리고 그녀는 널 아주 좋아해.. 이게 날 얼마나 비참하게 만드는지 넌 죽어도 모를거야.. 넌 그래서 행복하니?" from "She's 22"

전작인 The Fall과는 달리 이제 그녀의 남자를 뺏어간 여자에 대한 원망, 저주까지 들어있으니 이제 그녀는 이 사랑게임에서 더 이상 잃을 것조차 없어 보인다. 작은 희망이라도 가지고 있지 않을 정도로 자포자기 했다거나…

속단이지만, 그녀가 이 앨범을 매우 손쉽게 (혹은 매우 빨리) 만들었을 것같은 느낌이 들었다. 모든 노래들이 매우 단순하고 직설적으로 쓰여있으며 분위기 또한 매우 유사하게 얽혀있다. 가사 역시 하나를 이야기하는 듯 하고.. 그녀의 가장 위태한 감정을 한순간에 쏟아부어 단숨에 완성해버린 것처럼 이 앨범을 듣고 있으면 그 감정이 가득 채워진 술잔처럼 아슬아슬하게 찰랑거린다.

Cafe에서 절대로 실패하지 않는 Playlist용 아티스트였던 Norah Jones 그녀가 이제 cofee가 아닌, 술 한잔을 마시며 들어야 할 아티스트로 바뀌어 버린 것이다. 듣기 좋은 음악을 만드는 뮤지션에서 그녀의 아픔을 청자에게 고스란히 전달해줄 수 있는 아티스트로의 변신… 또다른 Joni Mitchell을 기대한다면 그것은 너무 섯부른 것일까?

"그리고 밤인데 너무나 선명해
구름 한점 나타나지 않을것 같고…
달조차 어디간거지..
나무가 모두 이상하게 생겼어..

그리고, 내 뺨에 전해지는 당신의 입김의 따뜻함을 느끼면서..
이게 꿈이 아니었으면 좋으련만.."

from "All A Dream"

희봉

2012.05.28 01:44:36

한줄요약 - 이것저것 다 필요없고 노라존스 들으라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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