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remember meeting U here in the good ol' days



최근 내가 여기에 글을 잘 쓰지 않은 이유는…

어떡게든 여유시간이 나면 컴퓨터를 붙잡기보다는 기타를 잡았기 때문일 것이다. 요 한두달 새 기타 연습량이 아마 내가 이제껏 기타를 소유(연주라고 하기에는 좀 뻘쭘한..)한 지난 10년간의 연습량과 맞먹는 것같다. 2002년 입대전 마지막으로 밴드 공연을 하고 그 이후로는 거의 기타를 치지 않았으니까;;

항상 기타를 잡는 것보다는 우선적인 것이 있었다.

하지만 그냥 이런저런 일들을 다 집어치우고 요즘엔 집에 들어오자마자 기타를 잡는다. 현대인에게 요구되는 가장 큰 덕목은 "스트레스를 어떻게 푸느냐"라고 하지 않는가;;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사는 것이 근본적으로 불가능하기에…

누구는 술을 마시고, 누군가는 운동을 한다. 하지만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기타를 잡는 것이야 말로 얼마나 매력적이면서 경제적인 행위인가!

술 몇번 마실 돈이면 저렴한 어쿠스틱 기타를 살 수 있지 않은가..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도 당장 기타를 하나 장만해라.. 무조건.. 아니면 주위에 기타를 놀리는 사람에게 빌려달라고 하라. 그 기타는 곧 당신 것이 될 것이다. 우리나라에 얼마나 많은 기타들이 버림받은 채 누워있을까…

"I'm your guitar man.. only if u want…"

사실 6~7년전에 낙원상가에서 8만원에 구입한 싸구려 기타가 조금 아쉬워 얼마전에 35만원이라는 거금을 들여 어쿠스틱 기타를 한대 더 장만했다. 그리고 이제 싸구려 기타는 내 차 뒷좌석에 누워있다. 기타가 뉘여있는 옥색 라세티! 섹시하지 않은지!?

언제 어디서든지 이제 난 기타를 칠 수 있다.

음악을 연주한다는 것은 음악을 단지 듣는 것과는 엄청나게 다른 차원의 만족감을 안겨준다. 내가 시시하다고 그냥 넘겨버렸던 노래들이 연주를 하게됨으로써 얼마나 좋은 곡들인지 다시금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음악을 연주하려면 그 곡을 면밀히 분석하고 구성을 암기해야 하는데 이것은 흡사 여행을 가기전 그 도시에 대한 사전답사를 하는 것과도 비슷하다. 여행을 떠나기전에 벌써 그 도시와 사랑에 빠져버린 것처럼… 내가 연주하는 음악과 깊은 교감을 갖게 된다.

"i love u baby, but not like i love my guitar…"

지난 한두달간 맹연습으로, 지금 내 왼손가락은 모두 딱딱하게 굳어있어 키보드의 감각조차 느낄 수 없는 상태가 되었다. 이제 기타의 쇠줄을 깊히 눌러도 통증을 느끼지 못하지만 지난 몇달간 그 고통의 반복을 체험했다.

무언가를 사랑하려면 인내가 필요한 것이다. 귀차니즘과 고통을 이겨내지 못하면 다가갈 수 없다는 것…

내가 최근 연습한 곡들..

Rolling Stone - Angie
어쿠스틱 버전이 아주 감미로와서 연주하기 시작

Beck - Everybody's Gotta Learn Sometimes
내가 원래 좋아하는 곡이라서..

Lenny Kravitz - Always on the Run
레니크라비츠 공연보고 필 받아서 연습…

John Mayer - Belief
누군가의 Request로 연습.. 아마 제일 시간을 많이 잡아먹은 듯 ㅋㅋㅋ

Damien Rice - The Blower's Daughter
데미안라이스 별로 안좋아했는데 이 곡을 연습하면서 맘에 들기 시작 ㅋㅋ

Damien Rice - Cannonball
요청곡이라서 연습...

Damien Rice - Delicate
데미안라이스가 좋아서 또 연주할거 없나 찾아다 연습.. 곡이 좋음

Prince - Guitar
프린스 곡중에서 그나마 그냥 쉽게 갈길수 있는 곡...

Michael Buble - Home
노래가 좋아서 연습.. 이라기 보다는 그냥 코드만 찰랑찰랑..

Rachael Yamagata - Ode To
노래가 좋아서 그냥 아르페지오만 연습..

Leonard Cohen - Famous Blue Raincoat
내가 가장 심혈을 기울인 연습곡.. 이제 이 곡을 연주하면서 노래도 가능… 이걸로 다음번 수퍼스타K 나가볼까 생각 중; 레너드 코헨 좋아할 만한 심사위원이 누가 있을까?

Doors - People Are Strange
예전부터 좋아하던 곡이라서 맹연습..

Lenny Kravitz - I'll Be Waiting
레니 콘서트 쯔음에 필 받아서 어쿠스틱 버전 연습

Lenny Kravitz - Push
상동

Jeff Buckley - Hallelujah
역시나 내가 너무나 좋아하는 레너드코헨의 명곡.. 의외로 아르페지오가 반복이라서 맹연습..

Robin Thicke - Cry No More
그냥 통기타 선율이 예뻐서 연습..

Ronin Thicke - Teach U A Lesson
감미로운 선율이 처음부터 끝까지 반복… 근데 리프가 상당히 맛내기 힘들다능..

Musiq - Half Crazy
인트로 기타 리프가 너무 예뻐서 연습.. 하지만 결과는 그닥;;

Musiq - Just Friends
찰진 리프가 처음부터 끝까지 반복이라 연습.. 역시나 어려움..


추신2. 프린스 노래는 너무 어려워서 감히 따라할수 없다.. 시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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