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remember meeting U here in the good ol' days



레니 크라비츠, 당신은 왜 이제야 오셨나요

1부. 허접대기 TTD에 견주어 당신을 욕보인 것을 용서하소서

시끄러운 락공연에 염증을 느낀 나머지, 다시는 콘서트에 가지 않겠노라고 다짐했던 내가 일찌기 10년 전부터 나의 어여쁜 중생들에게 줄 곳 해왔던 말이 있었으니…

"내가 콘서트에 가지는 않겠으나, 다만 다음 세 아티스트가 온다면 반드시 가겠노라.. 적어두거라.. 그것은 바로 프린스, 맥스웰 그리고 레니크라비츠 이니라.. 혹여 이 셋중 하나가 내한한다면 내가 도를 닦기 위해 칩거하고 있으며 용으로 승천하기 일보직전이라 하더라도 나에게 통보하여야 하느니라…"

그리고 레니, 당신은 오지 않았고 나는 어느새 프린스의 후계자로 Terence Trent D'arby를 점찍고 당신을 욕보이기 시작하였나이다.

"레니는 너무 락이야~ TTD가 짱이지!"

하지만 이번 콘서트를 통해 온몸에 전율과 같은 신내림을 받고 느끼고 말았습니다. 감히 내가 TTD를 당신에게 비교하였었다니!

그놈은 이미 아무도 모르는 무명가수 신세가 되지 않았겠습니까! 전국방방곡곡 수천 신도를 거느린 당신과 어찌 비교나 할 수 있겠었겠습니까?!


2부. 그를 저주하라…

인간이 하늘에 닿기 위해 경망스럽게 바벨탑을 쌓았던 것처럼 나 또한 당신을 만나기 위해 길을 나섰습니다. 하지만 어찌 그 길이 순탄치만을 바랬던 것일까요..

여의도에서 차를 몰기 시작한 나는 무언가에 주술에 홀린 듯 올림픽 도로조차 진입하지 못하고 여의도 주변을 1시간째 맴돌며 그대 곁으로 1미터도 나아가지 못했습니다. 결국 한시간 반이나 꼼짝없이 차안에서 그대의 음악을 들으며 초조하기만 하였습니다.

그대는 왜 그랬나이까!

8시가 가까운 시각… 아직도 공연장에는 수백석의 빈공간이 있었으나 나는 알고 있습니다. 나처럼 수십명의 사람들이 주술에 빠져 집근처를 헤어나오지 못했던 것이고, 수백명의 사람들은 잠실실내체육관에 걸린 그대의 섺스(!!)한 대형 세숫대야를 보자마자 혼절 후 응급실로 실려갔다는 사실을요…

선택받은 자만이 그대의 공연을 보기위해 무사히 공연장 안까지 입성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그리고 조명이 어두워지고, 쿵쾅쿵쾅거리는 소리가 나기 시작하였으나, 조명이 켜지기 전까지 이것이 드러머의 연주인지 아니면 당신을 영접하기 직전 내 붙같은 마음인지 나는 차마 알수가 없었습니다.

그리고 당신이 등장…

(그 장면을 상상하다가 30분간 혼절..)

최신곡 Come On Get It, 당신의 부랄친구 성자 슬래쉬와 함께 만들었던 Always On the Run, 그리고 Guess Who커버곡인 미국뇬을 불러재끼고, 그대의 최고 힛트곡 "끝나기전까지끝나지않았네"를 불러재끼자 신도들이 서서히 일어나 흰자를 내보이여 몸을 흐느적대고 방언을 일삼기 시작하였습니다.

비록 불경하게 10년을 살아왔음에도 그대의 영함을 10분만에 온몸으로 체득한후, 무안단물을 원샷한 기분으로 입에 거품을 물고 VIP석 복도를 좌우 60헤르쯔의 속도로 뒹굴고 있는데 뒤에서 어떤 사악한 자가 "저기 앉아서 보면 안됩니까?"라는 천일공노할 발언을 퍼부었습니다.

어찌 당신의 공연을 보면서 그런 소리를 할 수 있단 말입니까!

레니, 그대여.. 그대가 정녕 그를 벌해주지 않으시겠습니까!!


3부. 종교박해와도 같았던 그 긴 시간이 끝나고...

그대를 앞에두고서도 나는 일어날 수가 없었습니다. 내가 만약 30년을 안증뱅이로 살았다하더라도 지하철1호선 종착역의 기적처럼 그대의 음악에 벌떡거리며 일어나 콩댄스를 출 수 있었음에도, 나는 일어날 수 없었습니다.

레니, 그대여.. 그대를 추종하는 수백명의 사람들을 공연에 오지 못하도록 하였으면서 왜 그런 작자를 들이셨나이까!

나에게 이런 시련을 주심은 혹여 나를 크게 쓰려하심입니까! (아니면 키가 크나요? 그거라도 좋습니다)

하지만 Stand를 연주하면서 그대가 크게 외쳤습니다.

"모두 일어날지어다!"

나는 두눈 가득 박연폭포와 같은 눈물로 유니클로 수트에 흠뻑 적시며 벌떡 일어났습니다. 그리고 외쳤습니다! "내 다신 앉지 않으리!"

Rock & Roll is Dead, Rock Star City Life, Where R We Going?, Fly Away, Are U Gonna Go My Way로 이어지는 쉴새 없는 락앤롤… 어쩌면 그렇게 신나게.. 더 신나게.. 그리고 더더 신나게.. 더더더 신나게 나아갈 수 있단 말입니까!

레니여! 그리고 그대는 이토록 주옥같은 명곡들을 만드셧나이까!

모르는 곡들이라면 그냥 넘어가면 될 것을.. 가사 한줄한줄 모두 내 뇌리에 고3 컨닝페이퍼 적어놓은 듯이 박혀있어 따라부르지 않을 수 없도록 말입니다. 그대는 어찌 힛트하지 않은 곡이 없단 말입니까!

아! 레니여…

오, 레니여…


4부. 부활하시다

그리고 무대의 조명이 꺼지고 그대가 사라졌으나, 우리는 모두 알고 있었습니다. 그대가 부활하실 것이라는 것을… 비록 그것이 실내체육관에서 꼬들김밥 1줄과 물만으로 허기를 달래며 2박3일을 기다려야 한들..

우리는 알고 있었습니다.

"그분은 아직 가시지 않으셧어"
"그분은 부뢀하실거야"
"그분의 식스팩을 만지면 록의 신이 된데"

그리고 그대는 돌아오셨나이다.

퍼플레인의 인트로가 연상되는 편곡으로 다시 태어난 Again과 그대가 이 땅에 재림하실때 남기셨던 Let Love Rule을 선사하시며 그대는 무대위로 몸소 올라오셨습니다.

수천 신도가 그대의 발걸음 한발자욱에 숨을 죽이며 그대의 가르침을 목놓아 외쳤습니다

"렛~ 럽~ 룰" (이 노래 후렴구를 따라 부르다보면 L발음과 R발음 연습도 되고 좋습디다)

오 레니여, 그대는 우리의 마음속에 그렇게 사랑을 심어주고 자유의 땅, 이태원으로 향하셨나이다. 그대는 말하셨습니다. 다음번 우리가 만나는 날이 너무 오래 걸리지 않도록 하자구요..

네 그렇습니다.

그대는 또 다시 오실 것입니다. 그때 그대가 다시 오신다면, 저는 제일 먼저 그대를 영접하러 나가겠나이다.

오 레니여! 오.. 레니여…

할렐루야…

아멘…

무스타파!

희봉

2012.04.16 01:13:56

비록 맞춤범이 틀린 곳이 몇몇 보이긴 하나 시적허용으로 PASS...

희봉

2012.04.16 13:53:00

레니공연에서 느꼈던 영적 충만함을 종교에 귀의한다면 매주 일요일 오전마다 느낄수 있는 것인가?! 교회엘 다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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