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remember meeting U here in the good ol' days



1. 뉴욕의 망령

정확히 2년전인 2010년 10월 9일

몸과 마음붙일 곳 하나 없다고 생각한 나는 무작정 아무것도 준비하지 않은채 뉴욕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내가 왜 뉴욕을 택했는지 잘 기억나지 않는다. 다만, 그 어느 것도 내 삶을 이끌어줄 동력이 되지 못하고, 그 누구도 날 지탱해줄수 없다고 느끼자 나는 나를 세상에서 가장 시끄럽고 분주한 도시에 내맡겨보기로 한 것 같다.

하지만 서울도 충분히 바쁘고 혼잡한 도시가 아닌가… 이 도시에서 나는 내가 홀로 서있다는 것이 도저히 참을 수 없었으므로, 더 큰 도시에 나가 무언가를 가지고 오면 이곳에서의 나의 괴(외)로움에 대한 위안을 받을거라고 생각했다.

치기어린 아이와도 같은 심정으로 나는 서울을 등지고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뉴욕에 다녀온 후 나는 분명히 내가 달라졌다고 느꼈다. 아니 그래야만 했다. 3개월간 회사를 그만두고 적지 않은 돈을 쓰면서 유유자적했던 나의 추억은 그러지 못하는 여타의 다른사람들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특별해야만 했다.

뉴욕의 망령은 그렇게 나를 사로잡았다.

지난 2년간 나는 뉴욕에서 무엇이라도 얻어온양 행세했지만 사실 그 모든 것은 매우 작은 허상뿐이었다. 본질의 나는 세월이 흘러도 크게 변하지 않았다. 뉴욕의 빌딩이나 가게, 지명 몇개를 더 안다해도 그것은 나와 아무런 상관이 없다.

첼시호텔에서 레너드코헨의 헌판을 본다해도, 나는 담배한개피 헌사할 수 없는 이방인일 뿐인 것이다.

2. 뉴욕이 내게 준것

고통이 찾아오는 것은 일순간이지만, 그 고통은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서서히 사라진다.

90일 남짓 체류를 끝내고 집에 오는 비행기 안에서 내가 그토록 사랑하던 영화 "싱글맨"을 다시 보았을때 나는 그 영화를 처음으로 나 자신을 투영시키지 않고 볼 수 있었다.

따라서 나는 내가 힘들 괴롭고 힘들때마다 뉴욕 체류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딱히 내가 무얼 하거나 누굴 만나서가 아닌, 그 체류기간 동안 치유되었던 나의 마음을 찾으려는 심정으로..

나를 이해하려들지 않는 사람들로만 가득차있는 것처럼 보이는 이 곳 서울에서 다신 하지 못할 3개월 뉴욕 체류는 그렇기에 나에게 특별했다.

어쩌면 뉴욕이 내게 준 것이 아니라 뉴욕에 내가 두고온 것일지도...

희봉

2012.10.12 03:49:39

SO FUCKING SPECIAL.. I Am... Not 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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