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remember meeting U here in the good ol' days



1. When "Smooth Operator" Disappears…

맥스웰을 얘기하기 앞서 먼저 "샤데이"를 이야기하려고 한다.

소울, 재즈 그리고 보사노바의 결합, 그리고 부인할 수 없는 그녀의 고혹적인 "미모"를 앞세워 80년대를 주름잡던 그녀, "샤데이 아두"

"샤데이에 중독되면 답이 없다"라는 팝계의 우스갯소리가 있을 만큼 그녀의 음악은 자극적이지 않으나 언제고 찾아듣고 싶은.. (대게의 경우 찾아듣고 싶은 노래들의 경우 금방 질리기 마련이나 샤데이의 음악은 그렇지 않다는 게 매우 신기했다) 그리고 시대를 초월한 음악이었다.

아마, 스타벅스 로고에 나오는 사이렌, 뱃사공들을 노래로 홀려 죽음으로 몰아갔던 사이렌이 실존한다면 그것은 아마 샤데이일 것이다.

그리고, 그녀가 잠적한 듯 갑자기 사라져버렸던 90년대 중반.. 샤데이 밴드 출신인 Stuart Matthewman (섹소폰/기타)이 신인가수 맥스웰과 음반을 하나 내놓게 되는데..

추천곡 - Moon & The Sky, Smooth Operator, Pearls

2. Soul음악의 결핍

90년대에 이르러 팝음악 시장은 힙합의 거대한 물결아래 잠식당했고, 몇몇 프로듀서 위주의 대량생산화된 듯한 비슷비슷한 상업주의적 알앤비음악이 챠트를 성의없이 들락날락 거리던 시절…

거대한 결핍은 과거의 영광을 불러올 준비를 하고 있었다.

흑인음악에 있어서 르네상스는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이 6~70년대일 것이다(라고 나는 믿는다). 헤멩웨이,달리,피카소,핏츠제랄드 등이 파리에서 노닥거렸던 영화 "미드나잇 인 파리"처럼… 6~70년대 흑인음악사는 100년에 한번 나올까 말까한 천재(혹은 외계인)들을 배출했다.

제임스브라운, 조지클링턴, 슬라이스톤으로 갈아놓은 거친 훵크음악과
마빈게이, 스티비원더, 커티스메이필드 등이 다듬어놓은 소울음악

당시 그들이 선사했던 앨범 한장 한장은 오늘날 그 어떤 아티스트가 커리어전체를 통틀어 선사할 수 있는 실험정신과 진정성을 초월했다.

3. Neo Soul의 두 신성

거대한 결핍으로 Soul음악에 목말라있던 흑인음악씬에서 거의 동시에 2명의 신인 아티스트가 소울 역사에 길이남을 데뷰앨범을 들고 혜성처럼 나타났다.

디안젤로 Brown Sugar
맥스웰 Maxwell's Urban Hang Suite

그들 모두 음악적인 직접적인 씨앗은 마빈게이의 그것이었으며, 자양분은 프린스(소울의 명맥이 끊겼다고 생각되었던 80년대 유일하게 소울음악을 선사하며 네오소울의 시초라 불리고 있음)의 음악이었다.

이 두명은 16년이 흐른 지금까지 이 두장의 앨범으로 "네오소울의 선구자"라는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4. Maxwell's Urban Hang Suite

끈적한 와와기타와 함께 섹소폰 연주로 시작하는 인스트루멘탈 "The Urban Theme"를 뒤로한채 흘러나오는 노래의 제목은 "Welcome"

자… 이제 맥스웰의 음악세계에 오신 여러분을 환영합니다.

두툼한 베이스 리프, 끈끈한 훵키리듬기타 그리고 재지한 섹소폰 선율위로 물만난 물고기처럼 맥스웰의 보컬은 힘차고 자유롭게 헤엄친다.

앨범에 수록된 모든 곡이 상업주의 알앤비가수의 힛트곡모음집보다 훌륭하지만 그래도 앨범을 대표하는 한곡을 콕 찝어내자면 멜로디, 퇴폐성, 보컬 모든 것이 완벽하게 조화된 ...Til the Cops Come Knockin'일 것이다. 경찰이 와서 문을 두드릴때까지 방안에서 사랑을 나누자는 초강력퇴폐가사가 믿을수없이 중독적이고 감각적인 멜로디와 결합한 것이다.

그는 소울음악 과거로를 향한 향수를 대중들에게 진하게 자극하며 자신만의 음악을 각인시켰다.

1집 추천곡 - ...Til the Cops Come Knockin', Whenever Wherever Whatever, Suitelady (The Proposal Jam) 외 다수

5. Future Soul의 난해함, Embrya

과거 Soul의 완벽한 재현으로 Neo Soul이라는 새로운 영역을 개척한 맥스웰은 MTV Unplugged에 출연하여 자신의 매력을 완벽하게 발산하여 팬들과 평단의 호평을 받으며 2집에 대한 기대감을 한껏 부풀이고 있었다.

그리고 2년이 지난 98년도 그가 내놓은 앨범은 미래를 지향하는 듯 했다.

하지만 너무나 먼 미래를 지향한 탓일까. 사실 1집의 곡들도 상업주의 알앤비에 길들여진 대중들에게 낯설은 포맷이었으나 2집에서는 그 난해함이 더 해져 그다지 좋은 평을 받지 못한다.

고백하자면 맥스웰의 광팬이라 자처하는 나조차 2집을 제대로 들은 적이 몇번 없는 것같다. 한번을 연달아 다 듣기에 귀가 급피곤해지는건, 어쩔수 없는거니까..

추천곡 - Know These Things: Shouldn't You, I'm You: You Are Me And We Are You (Pt. Me & You)

그나저나 이 앨범은 앨범제목부터 그렇고 노래제목들까지 죄다 난해.. 제목들은 왤케 긴거냐..

6. 현재로의 귀환 "NOW"

과거와 미래로의 급격한 전개로 팬들을 혼한스럽게 했던 맥스웰 그가 드디어 정-반-합의 변증법처럼 마무리지은 Now를 2집이 발매된지 3년만에 출시한다.

이로써 1집은 과거, 2집은 미래.. 그리고 3집이 현재를 다룸으로써 맥스웰 음악의 트릴로지가 완성된다.

3집 NOW는 과거 1집에서 보여줬던 네오소울의 정수를 다시 한번 팬들에게 선사한 수작으로 빌보드챠트 1위를 거머쥐으며 맥스웰을 알앤비 최고의 보컬리스트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1년 앞서 2집 Voodoo를 발매하고 대대적인 성공을 거둔 네오소울의 라이벌 디안젤로와 함께 그들은 향후 흑인음악 10년을 선도할 우량주가 된다.)

첫싱글커트되어 네오소울 제왕의 귀환을 알렸던 Get To Know Ya를 비롯, 강력한 멜로디 라인을 장착한 다수의 명곡들이 맥스웰의 가성과 함께 버물어져 흑인음악 팬들의 귀를 호강시켰으며, 98년 MTV 언플러그드에서 리메이크하여 호평받았던 영국산 마녀 Kate Bush의 힛트곡 This Woman's Work을 자신만의 감각으로 리메이크하여 수록하였다.

추천곡 - Get To Know Ya, For Lovers Only, Silently, Symptom Unknown, This Woman's Work

7. 8년의 기다림끝에…

어디서 무엇을 하고 살았을지 모를 기나긴 잠적

네오소울계는 변변찮은 후계자 하나 남기지 못하고 있었고, 디안젤로마져 술과 마약에 빠져 좀처럼 헤어나올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8년의 시간이 흐르고…

그가 오랫만에 대중들 앞에 돌아왔을때 그는 자신의 트레이드마크였던 아프로 헤어를 짧게 자르고, 단정한 수트를 갖춰입은 채 멋진 중년의 모습으로 다가왔다. 수트입은 모습으로 등장한 맥스웰은 흡사 기나긴 잠적끝에 귀족으로 귀환한 히스클리프(폭풍의언덕 남자주인공)처럼 영광스러웠다.

Real Music에 대한 대중의 기나긴 갈망을 채워준 그의 4집 BLACKsummers'night은 빌보드챠트 1위를 너끈히 거머쥐었다.

포문을 연 곡은 자극적이지 않지만 청자의 귀를 사로잡는 멜로디에, 맥스웰 특유의 팔세토와 진성보컬의 아슬아슬한 경계를 넘나드는 소울 명곡 Pretty Wings였다. 유뷰브에서 이 노래로 검색해보면 흑형들이 커버한 동영상을 수백개도 넘게 볼 수 있는데 그만큼 이 노래가 부르기 힘든 곡이라는 반증이 아닐까 싶다. (아니면 이 노래를 부르면 노래 잘 부르는 것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고 생각했던지..)

그리고 아이티(어머니의 고향) 대지진 피해자들을 위한 수익금을 마련하고자 홍보한 두번째 싱글 Fistful Of Tears은 감미로운 팔세토 멜로디를 과감히 버린 곡으로 그의 진성이 얼마나 깊은 호소력을 가지고 있는지 보여준다. 이 곡의 인스트루멘탈 반주가 Prince의 The Beautiful Ones를 닮았다는 사실 또한 내게 있어 이 곡에 대한 특별함을 더해주었다.

8. 마치며

"맥스웰"이라는 짧고 비현실적인 이름이 주는 강렬함은 그가 선사하는 독자적인 음악적 스타일과 어우러져 신비로움과 유니크함을 선사해준다. 따라서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맥스웰을 아느냐" 혹은 "맥스웰을 좋아하느냐"라는 질문은 한 가수 또는 특정한 곡을 좋아하느냐라는 질문 이상의 것을 내포한다.

설사 흑인음악을 좋아한다는 거대한 공통분모를 가진 사람들끼리라도 맥스웰에 대한 입장은 거대한 경계선을 그어버릴 수도 있고, 흑인음악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을 "맥스웰"이라는 이름으로 엮어버릴 수 있도 있는 것이다. (맥스웰의 음악이 샤데이처럼 재즈나 보사노바의 경계까지 포함하기 때문이다)

제 아무리 그의 음악에 대해서 가타부타해봐야 소용이 없다. 그의 음악은 강력한 멜로디와 범접할 수 없는 보컬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그의 노래 몇개만 들어보면 그의 가치를 인정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최고의 소울 보컬리스트가 한국에 온다니… 정말 꿈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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