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remember meeting U here in the good ol' days



한동안 글을 쓰지 않았는데, 쓸 이야기는 매우 많았다. 어느걸 먼저 쓸까 고민하다가 시간을 놓쳐버렸고.. 외할아버지 장례식부터, 최근의 매니저 연수까지… 사무실에 온전히 출근해서 6시에 곱게 퇴근한 날이 며칠 없는 것같다.

내 스스로에 대한 생각을 잘 하지 못했던 것은 아닌데, 적어두거나 글을 쓰지 않으니 그냥 날아갈 뿐이다. 내 할일관리 어플인 Things에는 To Write라는 카테고리가 들어있는데 그 안에는 글쓸 아이디어가 있을 때마다 간략한 주제를 적어두곤 했다. 지금 이 리스트에는 4~5가지 아이디어가 있으나 지금 봐선 전혀 글을 쓰고 싶은 주제가 아니다.

생각났을때 바로 썼어야 했어…

결국 미루고 미루다가 토요일 새벽2시에 무언가라도 써야겠다라는 사명감에 휩싸여서 노트북을 열고말았는데, 아무래도 쓸데없는 이야기만 늘어놓을 것같다. 언젠가부터 내 글이 위트와 핵심주제 없이 글만 장황해지기 시작하는데..

이건.. 내가 작가가 되라는 징조인가? (작가 디스하는거 절대 아님)



매니저가 되었다.

회계사가 된지는 만 7년, 그리고 회계법인에 다닌지는 만 5년… 드디어 스탶(2년)과 시니어(3년)을 거쳐 매니저가 되었다. 매니저라는 직함을 달자마자 내가 지금 하고 있는 것을 모두 단절시키는 것도 아니고, 하던 일을 그냥 쭈욱 하는 것인데 직함이 주는 묘한 기분이라는게 있다. (물론 승진했는데 쿨하게 아무렇지도 않다거나 그런건 아니다. 내가 감투를 얼마나 좋아하는데! 최고의 감투는 "희봉닷컴 주인장 박희봉")

제주도에서 매니저 연수를 가서 여러가지 교육을 받았는데, 주로 발표나 대인관계 개선 등을 주제로 한 교육이었다. 자신이 얼마나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다른 사람이 나의 견해와 정반대의 이야기를 개진해도 중간에 말을 끊지 않고 참아내고, 뭐 그런 종류의 EQ연습…

나는 내가 매우 낮은 EQ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그 누구보다 잘 알고있는데, 그걸 또 수치화시켜서 점수를 매겨보니까 참담했다. 기준점수가 18점인데 내가 체크한 분야는 거의 9~10점을 왔다갔다 했다. 나는 셀프콘트롤도 잘 안되고, 남의 말을 귀기울여 듣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자신감까지 없다. (그러다보니 주로 중요한 일을 회피하거나 덮어두려는 성향이 있다고) 그런데 신기한건 모티베이션(남을 인커리지하는 능력)은 조금 높게 나왔는데..

한줄로 줄여보면 "나는 일 잘한다고 생각안하고, 다른 사람을 치켜세우면서 동기부여를 한다?"

흠… 이거 매니저의 덕목아닌가?

잘됐다, 스탶들을 아주 조곤조곤 괴롭히는 악덕매니저가 되어야지.. 출장갈때도 내 차타고 줄창 프린스 음악만 틀어주고…

"일 악랄하게 시키고, 이상한 음악듣는 매니저, 박희봉 회계사…"

I Like It...




추신. 노라존스가 내한공연을 한다. 11월 17일… 잠실실내체육관에서… 내가 올해 가장 기대했던 공연이라 너무 설렌다. 즉각 VIP석을 예매해버렸다. 아무래도 안되겠다. 노라존스한테 청혼을 해야겠어.. 공연장에 수트입고 꽃다발 들고 찾아가야겠다.

LP를 들고 사인을 받는척 하면서 혼인서약서를 들이밀고 거기에 사인을 받아야지..

천잰데?

희봉

2012.09.16 02:26:27

엄마가 외국인 며느리 반대 안했으면 좋겠다

희봉

2012.09.16 02:26:37

거기에 가수라니.. 그리고 연상이야..

희봉

2012.09.16 02:26:53

내가 아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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