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remember meeting U here in the good ol' days



악당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적이 있다.

어차피 세상에 내가 세상을 구원할 수 없는 네오가 될 수 없다면 스미스 요원이라도 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었다. 사실 요즘 제일 꽂혀있는 악당은 배트맨 1편과 2편에 나오는 조커와 펭귄맨이다. (물론, 요즘 나오는 배트맨이 결코 아니다. 나는 팀버튼의 배트맨 시리즈를 훨씬 더 좋아한다.)

나는 아날로그적인 위트가 좋다.

조커가 배트맨과 교회 옥상에서 마주친 후 양복 주머니에서 안경을 꺼내쓰고는 "설마 안경낀 사람을 때리진 않겠지?"라고 말하거나, 죽기 직전 자신의 우산통(사실은 총 무더기)에서 랜덤으로 뽑아든 우산이 총이 아닌 장난감 우산임을 발견한 펭귄맨이 "하필 마지막으로 뽑은 우산이 장난감이라니.. 하지만 지금은 몸에 열이나서, 얼음물 한잔 마시고 널 죽여주마."라고 하면서 픽 쓰려저 죽는 장면이라던지..

나는 그러한 아날로그적이고 위트넘치는 악당이 되고 싶다. 그리고 약간의 교양도 있었으면 좋겠어. 조커가 미술관 겸 레스토랑에 쳐들어 가서 미술작품들을 망쳐놓으면서 퍼포밍 아트를 선보이는 것 처럼.. (사실 조커는 영화 내내 화가같은 느낌을 준다니까.. 결국 자기 얼굴도 그리고 나오는 거지..)

내가 악당이 된다면,

1. 롯데백화점에 쳐들어가서 브랜드와 물건을 모조리 섞어놓는다. (이것은 마치 원스어폰어타임인아메리카에서 신생아실에서 아기를 섞어놓는 것과 비슷..) 가령 유니클로는 에르메스랑 섞고, 버버리는 STCO랑, 폴스미스는 자라,망고와… 피아제나 까르티에 시계는 카시오 지-쇽이랑 섞는다. 그런데 좀만 눈썰미 있는 사람이면 브랜드별 특성을 금방 파악할테니까 금방 다시 원상복구 시키겠지;;

2. 슈퍼히어로와 싸우게 되는 상황이 벌어진다면 내 수트와 구두, 넥타이가 얼마나 정성껏 마련한 것인지 설명한 후 조금이라도 구겨지거나 얼룩이 질 경우 드라이크리닝 비용을 청구할 것이라고 협박한다.

3. 금요일밤 클럽에 쳐들어가서 음악을 우울한 것으로 바꾸어 춤출 생각이 전혀 들지 않게 한다. (선곡표 - 라디오헤드, 엘리엇스미스, 벨엔세바스챤, 노라존스 등등) 혹여 라디오헤드를 틀었을때 오징어춤을 추는 놈이 있다면 바로 총살...

4. 옷을 예쁘게, 신경쓰고 온 일반인은 절대 괴롭히지 않는다.

5. 좋아하는 아티스트 10명을 대라고 한 다음 리스트가 맘에 안들면 괴롭히거나 돈을 갈취한다. (내게 털리지 않으려면 적어도 프린스, 마이클잭슨, TTD, 샤데이, 맥스웰, 노라존스, 디안젤로 이름이 하나쯤 나와야...)

6. 훔친 돈을 매년 연말정산해서 국세청에 꼬박꼬박 세금을 낸다.

7. 국회의사당을 오뚜기3분카레 포장지 무늬로 덮어버린다. (이로써 나는 앤디워홀의 켐벨수프를 능가하게 되는 팝아티스트 악당..)

8. 클래식공연장에 가서 단원들을 협박하고는 스타워즈와 반지의제왕, 그리고 파리텍사스 OST를 연주하게 한다.

9. 방송국에 난입해서 모든 채널에서 제일 지루하고 고상한 영화 1편을 죽어라 계속 돌려준다. (예를 들어 프린스의 퍼플레인)

10. CD를 찍어내는 공장에 쳐들어가서 케이스와 시디 알맹이를 모두 바꿔버린다. (이건 1번이랑 비슷한 장난..)

희봉

2012.07.12 22:06:56

아 빨리 악당이 되고 싶어 죽겠어! 누구, 내 꼬붕할사람?! 선착순 30명만 받겠음..

희봉

2012.07.12 22:10:46

이런 악당엔 크리스토퍼놀란같은 감독보다는 팀버튼.. 하지만 팀버튼이 이걸 연출해줄리 없으니.. 누구한테 부탁을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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