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remember meeting U here in the good ol' days



얼마전 박근혜가 티비에 나와서 1인 토론했다는 소문을 들었는데, 그때 집에 있긴 했지만 맹렬하게 야근을 하고 있던 터라 티비에 신경쓸 틈이 없었다. 어차피 안봐도 블루레이니까…

기왕하려면 이정도 재미는 보여줘야지..

이른바 박희봉 1인 백분쇼!


<시작>

유니클로 회색 수트에 짙은 네이비 질샌더 넥타이, 중간에 은색 타이바로 곱게 고정하고 자주색 양말에 갈색 로퍼를 신은채로 짧고 얇은 수트 간지를 드러내며 박희봉 입장..

기타 히어로 컨트를러를 어깨에 메고 있다가 프린스의 퍼플레인 후렴구가 울려퍼지자 기타 솔로를 연주하는 척 손가락을 연신 놀려댄다. 그러자 매수한 것이 너무나도 분명해 보이는 청중들이 뜨개질을 잠시 멈추고 벌떡 일어나 퍼플레인 떼창으로 환호성…

"퍼플레인~ 퍼플레인~~ 우후후후~~ 우후후후~"

50000함이 가득한 얼굴에 뻐드렁니 드러나는 환한 미소를 지으며 자리에 착석


<토론 시작>

패널1: 본인의 종교를 말씀해주시겠습니까?

희봉: 저는 무신론자 입니다.

패널1: 그런데 레너드코헨의 할렐루야만 나오면 광신도처럼 바닥을 뒹굴고, 이내 폴짝폴짝 뛰어다니다가 방언을 한다는 것이 사실입니까?

희봉: ….

사회자: 네, 첫 질문은 아주 소프트했네요, 다음 패널이 아주 강력한 검증을 준비했다고 하던데요..

패널2: 지난 2004년 경찰서에 출두한적이 있죠?

희봉: 아,네…

패널2: 어떤 이유에서였죠?

희봉: 아, 그게;;;

패널2: 음란물 배포 맞죠?

희봉: 네, 아니 그게 아니고… 그건 고발인 이름이 "이희봉"이었다구요, "이희봉"이 "박희봉"을 고발했다는 것 자체가 이 사건이 얼마나 코디이였는지 바로 알수 있지 않습니까?

패널2: 됐구요, 암튼 음란물 배포 혐의로 경찰서에 불려간 것이 사실이군요?

희봉: 사회자님, 이거 악의적인 사실 왜곡인데요…! 희봉닷컴 my writing게시판에 경찰서로 검색하면 바로 나오는 데…. ㅜㅜ

사회자: 나중에 따로 알아보기로 하고 다음 질문으로 넘어가보죠…

패널3: 가수 중에 어떤 가수를 제일 좋아하죠?

희봉: 아, 레너드코헨이랑 맥스웰이랑, 샤데이랑..

패널3: 왜 거짓말을 하죠?

희봉: 아 프린스요? 좋아하는게 아니라 숭배하는 건데요?

패널3: 2010년 10월부터 12월까지 뉴욕에 가셨었죠?

희봉: 네…

패널3: 그때 그곳에서 프린스 공연을 네번 보고 오신 걸로 아는데, 혹시 프린스 때문에 회사 그만두고 뉴욕으로 날라가신 건가요?

희봉: 아니오..

패널3: 뉴욕에 10월 9일자로 가셨고 불과 3일 후에 프린스가 뉴욕에서 기자회견을 하면서 전미 투어를 발표하고, 보통은 서부부터 투어를 하는데 이번엔 뉴욕부터 투어를 시작했죠? 그리고 희봉님 귀국일 12월 30일에 맞춰서 그 전날 29일에 메디슨스퀘어 가든에서 공연을 잡으셨구요… 뭔가 이상하지 않습니까?

희봉: 아니, 그건 오해입니다.

패널3: 이 모든게 우연이란 말이오?

희봉: 네! 정말 완벽한 우연인데… 저한테는 그런 우연이 잘 일어나요…

패널3: 관둡시다.. 사회자 양반 난 그만두겠소..


사회자: 네, 그럼 다른 패널에게 마이크를 넘겨볼까요?


패널4: 듣기론 한번 시작한 걸 제대로 못 끝내는 것으로 유명하던데요..?

희봉: 네? 제가 뭘요..

패널4: 과학고 다니다가 자퇴했죠?

희봉: 네.. 그건 비교내신 때문에, 사정이..

패널4: 대학교는 토목공학과로 입학했다가 결국 CPA로 눈을 돌렸죠?

희봉: 네… 그건 제가 건설현장에서 근무하는게 너무 저랑 안맞아서..

패널4: 회사 몇번 옮겼죠?

희봉: 아, 첨에 삼일 들어갔다가, 안진으로 다시 재입사했다가… 한번 삼일 갔다가.. 다시 안진으로 돌아왔… (부글부글…)

패널4: 거봐요, 당신은 배신의 아이콘..

희봉: (유인촌 말투로) 찍지마! XX!! 내가 성질이 뻗쳐서! 내가 뭘 한번 시작하면 끝을 못내? 내가 이런 대우 받으면서 100분동안 토론해야겠어? 집에 가서 프린스 DVD 볼거야!!

박희봉 짧은 다리를 연신 움직이며 스튜디오 퇴장… 엔딩크레딧이 올라가면서 레너드코헨의 할렐루야가 흘러나오자, 누군가 방언을 읊어대는 소리가 멀리서 들려온다

<끝…>

희봉

2012.12.01 02:12:01

이 정도 스크립트로는 5분도 못 채울 듯.. 하지만 적어도 전파낭비는 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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