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remember meeting U here in the good ol' days



난 배낭여행이란걸 한번도 가보질 못했다.

외국은 두어군데 정도 나갔다 온 것 같다. 하지만 그건 여행이 아니었다. 장기체류였지. 샌프란에서 6개월, 뉴욕에서 3개월..

하지만 졸지에 이번엔 정말 여행이라는 걸 가야하는 처지에 놓였다. 이게 다 프린스랑 레너드코헨 덕분(?)인데… 난 한번도 스케쥴이 정해진 여행을 해본적이 없어. 나는 본래 게으른 사람이라 일정에 맞춰서 딱딱 움직이는 걸 엄청 싫어한단 말야.

그리고.. 여행이라니.. (x 100)

내 삶의 안식처인 내 집을 멀리 두고 떠나는 것, 씻지 않으면 절대로 올라가지 않는 내가 아끼는 싸구려 침대와 싼 가격에 구입해서 비싼 가격에 수선한 내 모든 유니클로 수트, 그리고 아이허브에서 구입한 정체를 알수 없는 수많은 영양제와 폴라초이스 BHA를 멀리한채로 여행을 떠나야 한다고?

난 얼마나 걱정이 많은 사람인데..

버스나 지하철에 타는 순간 내리는 걸 걱정한다고…
혹여나 사람이 많이 타서 내가 내려야할 정류장에 내리지 못하면 어쩌나 하고 말야..

여행지에서 납치라도 당하는 그런 거대한 걸 걱정하는게 절대 아냐..

컨택트 렌즈를 잃어버리면 어떡해? 안경도 같이? 그럼 난 시력 -12의 맹인인데?
거기에서 치통이라도 발병한다면?
사람이 아무도 없는 곳에서 바위에 팔이라도 낀다면? 127시간 안에 내 팔을 절단하고 나와야 하는건가?
설마 그곳에서 와이파이가 안된다면? 그래서 내가 희봉닷컴에 들어올 수 없다면? 막 스팸글로 도배되고 있는데 내가 처리를 못한다면??
예정된 기차와 예약한 호텔이 제대로 처리되지 않아 그곳에서 노숙을 해야 한다면?
음식이 맞지 않아 하루종일 설사에 시달리는데 화장실을 찾을 수 없다면?
현지인이 영어를 못 알아듣는 다면?
지하철을 탔는데 반대로 탄다면?
신용카드 마그네틱이 손상되서 모든 결제수단이 막혀버린다면? (솔직히 이것을 대비하기 위해 신용카드를 두장 준비하긴 했다)
프린스 공연 티켓을 분실한다면? (솔직히 이것도 대비하기 위해 프린스를 3장씩 해두고 각각 다른 주머니에 보관할 예정임…)

Sade가 King Of Sorrow라면 나는 근심걱정의 왕이 되겠군..

희봉

2013.04.10 01:23:33

신경쇠약&강박증으로 점철된 수트쟁이.. 나를 표현하는 정확한 어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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