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remember meeting U here in the good ol' days



Leonard Cohen 공연감상기

1

너무나 아름다운 몽트뢰에서 Prince의 공연을 세번 본 후, 나는 베를린 항공에 내 몸을 실었다. 2006년 2번, 2010년 4번… 그리고 이번에 3번을 보았으니 나의 프린스 공연은 총 9회가 되었고 머지않아 10회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그러나 레너드코헨의 공연은 이번이 처음이고, 어쩌면 마지막이 될 것 같다. 이미 80살이 다되어가는 그이기에… 레너드코헨에 비하면 프린스는 매우 젊은 편이라는 생각마져 들 정도였다. 프린스가 레너드코헨의 나이까지 투어를 계속한다면 아마도 20~30번쯤의 공연을 보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

2

콘서트장에서 나는 대게 술을 마시려고 하지 않는다. 화장실을 다녀오느라 시간을 허비하기 싫어서 인데, 이날은 왠지 술을 마셔야할 것 같았다. 공연이 시작되도 4~5곡 정도를 들은 다음 술을 사기 위해 밖으로 나와 벡스를 한잔 사서 다시 들어갔다.

레너드 코헨의 음악은 기본적으로 "시"에서 출발한다. 거기 위에 아름다운 멜로디가 얹어지면서 노래가 만들어지는데, 레너드코헨의 노래를 멜로디가 좋아서 듣다가 나중에 가사를 찾아보고서 더 맘에 드는 경우가 많았다.

레너드코헨과 나의 만남은 2010년 가을, 아틀란타의 스타벅스 매장에서 시작되었다. 친구와 수다를 떨고 있는 도중 다소 뽕짝스럽고 캬바레스러운 노래가 흘러나왔는데, 그 멜로디에 완전히 빠져들어서 아이패드에 있는 노래찾기 앱으로 이 노래의 제목과 아티스트를 알아내었다.

Leonard Cohen의 Dance Me To The End Of Love

공연은 이 노래와 함께 시작되었다.

"오, 이 사랑의 끝까지 날 춤춰주오…"

3

레너드코헨이 이날 불렀던 노래 하나 하나와 그 가사를 다시 곱씹으려 했지만, 길게 쓴 글을 미련없이 지워버렸다. 어차피 일부를 발췌해선 그 감동이 살아나질 않으니…

나는 최근 그의 공연 클립을 수도 없이 봤을 뿐만 아니라, 그의 공연 Set List는 몇년째 거의 전혀 바뀌지 않아서 어떤 곡을 어떻게 부를 것이라는 것을 모두 예상하고 있었다.

하지만 사실 내가 그토록 먼 길을 달려간 것은 그 모든 예측가능함에도 불구하고 그의 실제 목소리가 울려퍼지는 것을 듣고 싶었기 때문이다. 마치 교회 신자들이 교회에 가서 설교를 듣듯… (무신론자임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의 노래에서 아멘, 할렐루야 같은 문구가 나오는 부분을 좋아했다.) 그의 목소리를 직접 듣는 것은 내게 설명할 수 없는 커다란 의미가 있었다.

4

공연은 매우 유쾌하게 진행되었다. 대다수의 관객은 장년층이었고, 레너드코헨은 입장 후 관중석 상단에 앉아있는 관객들에게 "늙은 나이에 그토록 높은 곳까지 올라가시느라 수고가 많으셨소"라는 농담을 던졌다.

코헨이 열창 할때마다 환호와 박수로 응답했고, 레너드코헨은 입장할때와 퇴장할때 춤을 추듯이 들썩거리면서 움직였다. 뜻하지 않은 관객의 떼창에는 커다란 함박 미소를 짓기도 했다. 나 역시 술을 한잔 해서 그런지 흥이 더욱 났다. 박수를 치고 후렴구를 따라부르고 했는데 다음날 손에 피멍이 조금 든 걸로 봐서는 어지간히 즐겼나보다.

그리고 앵콜로 이내 Famous Blue Raincoat가 흘러나왔다.

5

내가 레너드코헨을 프린스 못지 않게 좋아하게 만들게 되고, 나를 베를린까지 날아가게 했던 바로 그 노래… 밤부엉이처럼 지혜롭게 늙은 그의 나지막한 목소리에서 흘러나오는 이 이야기는 수백번을 들어도 전혀 지겨워 지지 않았다.

자신의 아내를 버린 남자에게 편지 형식으로 쓰여진 이 노래의 마지막 이 한문장에서 나는 수십년 동안의 (또는 수천 가지의) 이야기를 압축적으로 보게된다.

"Yes, and thanks, for the trouble you took from her eyes
I thought it was there for good so I never tried."

"그래, 고맙네. 자네는 그녀의 눈에 있던 그 불안함을 거두어주어서
나는 그것이 영원히 있을거라 생각했네, 그래서 시도조차 하지 않았지"

나는 4분 30초 동안 그가 들려주는 그 이야기에 또 다시 완전히 매료되어 버렸다. 이 곡은 Joni Mitchell의 A Case Of You와 함께 내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운 노래로 손꼽을 것이고, 나의 고지식하고 보수적인 취향상 앞으로도 수십년간 변하지 않을 것이다.

6

“Poetry is just the evidence of life. If your life is burning well, poetry is just the ash.” ― Leonard Cohen

레너드코헨이 그토록 아름다운 시와 소설을 쓸수 있었던 것은 수많은 외로운 밤을 지냈기 때문이라고 했다. 나는 공연장에서 젊은 사람을 눈을 씻고 찾아봐도 거의 없었으며, 부모님을 모시고 온 청년들이 몇명 보일 뿐이었다.

가끔씩은 자신이 좋아하는 아티스트의 공연장에 들어가보아야 어떤 사람들이 이런 음악을 듣는지 느낄 수 있으며, 그것이 가끔은 나와 어울리지 않는다라는 것을 깨닫기도 한다.

내가 만일 레너드코헨이었다면 어땠을까. 젊은 사람이 자신의 공연을 찾아와 자신의 노랫말과 시가 너무나 좋다고 한다면, 나는 내 시를 읽거나 가사를 보는 대신 젊음을 즐기라고 조언해줄 것 같다.

아니면 차라리 기도를 하던지…

“I have often prayed for you
like this // Let me have her” ― Leonard Coh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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