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remember meeting U here in the good ol' day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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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안쓴지 오래됐다. 정확히는 일기, 아니 잡생각... 가끔씩 이건 꼭 써야겠다라고 떠오르는 것들이 있는데 머리 속에 선명하게 기억했다고 자부했지만 지금 머리 속에서 사라져버렸다. 결국 지친 하루를 다 끝내고, 몸과 정신이 모두 방전된 상태에서 키보드위의 손가락이 움직이는 대로 글을 끄적이게 될 것이다.

이것은 의식의 흐름보다 더 고차원적인 손가락의 흐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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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운동을 시작하기로 했다.

그 발단은 최근 들어 부쩍 무기력해져버렸다는 내 글에 누군가 방명록에 꼭 운동을 하라는 글을 남겼는데, 사실 난 누구의 충고도 듣지 않지만 이번건 뭔가 절박해보였다. 나를 진심으로 걱정해주는 것 처럼 느껴졌다. (사실 내가 나를 진심으로 걱정해주고 있다)

그래서, 결국 거금 5만원을 주민센터 헬스클럽에 당장 갖다바쳤다. 고로 11월은 "작은 운동"을 시작하는 역사적이고 전설적인 달이 될 것이다. 후대에 아마 이글을 기억하게 될거야. 육체파 박희봉의 시작이 된 이 사건을!

그나저나, 나는 어찌나 팔랑귀인지; 영화나 음악은 추천받아도 죽어도 안보거나 안듣는데, 다른건 누군가 말 한마디만 해주면 그 떡밥을 물고 알아서 이렇게 질질 끌려간다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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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청계천 앞 장교빌딩으로 2달 짜리 용역을 나가게 되었다. 덕분에 지긋지긋한 여의도에서 벗어나 명동에서 두달을 생활해야 한다. IFC에 정기 주차비를 낸 것이 조금 아깝긴 하지만, 다행히 여기에서도 정기 주차권을 받은 덕분에 명동으로도 내 옥색붕붕이와 함께 락앤롤 질주를 할 수 있게 되었다.

나는 내가 어른이 되는 척도 중 하나를 "네비게이션을 보지 않고 얼마큼 서울시내 도로를 움직일 수 있느냐"로 삼고 있는데, 오늘 처음으로 용산에서 청계천까지 네비를 켜지 않고 달렸다. 물론 차선을 한번 변경할 때마다 사선의 경계를 넘나들어야만 했고, 겨우 10키로 남짓한 거리를 빙글빙글 돌아 한시간 정도 걸린 것은 그닥 유쾌한 일은 아니지만...

넥타이 매듭 메는 방식을 하나 알고 있고, 용산에서 청계천까지 혼자 운전해서 갈수 있는 정도, 난 겨우 이 정도만 겨우 익힌체 34살을 향해 달려간다.

아직 썩 그렇게 많이 남들보다 뒤쳐진 건 아닌 것 같다.

희봉

2013.10.29 23:09:51

[공지]

희봉닷컴에선 이제 느낌표(!)를 쓸수가 없다.

스팸글을 막기 위한 고육지책인데 관리자 계정에 들어가서 스팸 문구를 지정할 수가 있다. 이미 스팸글들에 많이 쓰이는 단어나 특수문자들을 많이 차단시켜놓았는데, 요즘 스팸글들이 너무 출몰하여 차단 문구를 급속도로 등록하고 있다.

결국 느낌표를 추가하기에 이르렀는데, 효과가 꽤 좋다. 느낌표를 쓰려다가 필터에 걸려서 등록을 못하는 스팸글들이 많은 듯..

근데 딱 한가지 큰 문제는, 스팸글이 아닌 정상적인 사람들조차 댓글에 느낌표를 달 수 없다는 것...

어차피 정말 뭔가 크게 감명받아서 방명록이나 댓글에 느낌표를 달 정도의 글은 애초에 존재하지 않으니까. 여기서 내가 쓴 글에 감명받는 사람은 나 혼자 뿐이야

희봉

2013.10.29 23:15:38

지난 일요일에 파주 아울렛 가서 자켓을 하나 사온게 있어서 수선집에 갔는데 수선집 아줌마가 옷을 보고 막 이쁘다면서 한마디 덧붙이셨다 "아이고 이뻐라, 희봉씨 이제 유니클로 그만 사고 이렇게 이쁜 옷 사세요~~"

희봉

2013.10.29 23:39:27

언제 어른이 되냐고? 강변북로에서 깜빡이 한번으로 88을 탈수 있으면 그게 어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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