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remember meeting U here in the good ol' day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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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달에 스위스를 다녀온 이후에 그렇다할 프로젝트가 없어서 두어달 놀고있다가 요 근래에 갑자기 급 바빴었는데, 사람이 놀면 놀수록 더 놀고 싶어지고, 이게 관성이 되서 일을 조금만 해도 스트레스를 엄청나게 입는 것 같다.

더군다가 연차가 올라갈 수록 권한과 책임의 범위가 막 넓어지니 팀장님이 나한테 요구하는 수준도 올라가고, 내가 어느 정도 판단을 하고 결정을 내려야 하는 상황도 빈번해진다는 것을 느끼고 있다.

슈퍼히어로 영화를 보면 항상 등장하는 것이 힘에는 책임감에 따른다는 교훈인데, 내가 이런 역활을 잘 수행해낼 수 있을까 항상 의문이 든다.

가뜩이나 회사에서 돌아다니다가 머리숱이 급격히 없어진 동료를 보면서 안타깝게 생각했었는데, 만일 내가 스트레스로 탈모가 시작이라도 된다면 나는 미련없이 회사 때려치울거다.

입생로랑이 말했어, 자기는 탈모가 세상에서 제일 두렵다고

1.

어제 아주 오랫만에 음감실엘 갔다. 청담동에 있는 LP바였는데… 사실 홍대에 자주 가던 음감실이 두어개 정도 있긴 했는데, 최근엔 거의 이태원에서 활동하다보니…

들어가는 순간에 내가 제일 좋아하는 재즈 스탠다드인 Autumn Leaves가 흘러나왔다. 그리고 내가 신청하지도 않았는데 조니미첼의 A Case Of You를 라이브로 한번 틀어주고, 다이애나 크롤 버전으로도 한번 틀어줬다. 거기에 내가 엘비스코스텔로의 Almost Blue와 레너드코헨의 Famous Blue Raincoat를 신청해서 들을 수 있었으니 어제 2~3시간 남짓한 잠깐 사이에 내 인생의 명곡 Top 5를 모두 들은 셈이다. (나머지 한개는 안알랴줌)

어쨌든 앞으로 이 Bar를 자주 이용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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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보면, 디지털 시대 (정확히는 클라우드의 시대)의 음악 감상은 참 허무하다. 아무리 별표를 찍고, 좋아요를 눌러도 그것은 절대로 내 것이 되지 못한다. 다른 사람이 쉽게 추천한 음악은 쉽게 잊혀지며, 내가 추천한 음악은 아무도 관심갖지 않는다. 가령 이런 상상을 한다. 친구에게 가수 이름과 노래 제목을 적어서 이 노래를 꼭 들어보게… 라고 한다음 비둘기 편지를 날려 보낸다면 그 친구가 그 노래를 대수롭지 않게 생각할 수 있을까?

(하긴 디지털 시대에 허무하지 않은 것이 무엇이 있겠냐마는… 아이패드로 잡지 구독이 된다고 해서 나는 열광하고 GQ US를 일년 구독했지만 결국 돈만 신나게 낭비하고 몇페이지 보지 않은게 기억난다. 디지털은 요물이다! FUCK DIGITAL! 희봉닷컴도 빨리 아날로그 버전으로 만들어야 하는데.. 예를 들면 출판을 한다던지…)

그래서 나는 다시 LP를 모으고, 턴테이블 위에 올려 놓는다.

어렸을 적 노래 하나 때문에 시디를 구입하고, 그 시디를 스테레오 위에 올려놓고 앨범이 다 플레이될 때 까지 눈과 귀를 집중시켰던 그때를 생각하며…

희봉

2013.10.05 01:31:17

별표찍고 좋아요 누른 음악들 다 듣고나면 40세 쯤 될 것 같아...

희봉

2013.10.05 01:31:53

막상 내 손으로 40세라는 단어를 타이핑할때 느낌이 이상하다... 아직은 멀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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