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remember meeting U here in the good ol' day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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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줄거리는 아래와 같습니다 (이거 요즘에 제안서 작업 한창 했더니, 문구가 제안서 문구처럼 변하고 있다. 큰일이네…)

Day 1 - 취리히 공항에 도착, 다시 취리히에서 몽트뢰까지 기차로 3시간만에 도착, 첫날 공연장 탐방을 하기 위해 레만호숫가를 거닐며 고독을 맛보다가 프레디머큐리(그룹 퀸의 보컬이자 에이즈로 사망하기 직전에 몽트뢰에서 요양함) 동상보면서 맥도날드 약탈 (물론 돈 내고…), 그리고 공연장에 가서 프린스 티셔츠 2장이랑 포스터 3장 구입

Day 2 - 드디어 대망의 프린스 3일 연속 공연의 첫날… 아침 9시에 공연장에 도착, 현지 티비와 인터뷰도 하고, 프린스 팬들과 재미난 얘기를 나누다가 12시간만에 공연 시작, 숙소에 들어와서 떡실신

Day 3 - 공연 두번째날, 첫번째날의 반복
Day 4 - 공연 세번째날, 첫번째날의 반복 (2)

Day 5 - 몽트뢰에서의 마지막날이자 베를린에서의 첫날, 비행기 타고 베를린으로 날아간거 말고는 딱히 한거 없음.

Day 6 - 베를린에서의 두번째날, COS매장에서 쇼핑하고 재산 탕진, 체력 탈진하고 숙소로 돌아와 재력/체력 충전 한다음 레너드코헨 공연 봤음. 공연끝나고 얌전히 숙소로 돌아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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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다녀온지 어언 3달이 되어가고 있는데, 이러다가 내년에 몽트뢰 갈 때까지 여행기를 쓰는게 아닌가 싶기도 하고… 어차피 삼국지 처럼 사실 70%에 거짓말 20%, 과장 10% 수준으로 지어쓰고 있으니…

불과 지난 달까지만 해도, 내년에 몽트뢰 재즈페스티발을 다시 한번 가겠다고 결심했었는데, 시간이 점점 흐르니 내년에 프린스 안나오면 뭐하러 가나하고 생각이 든다. 나는 이렇게 변덕이 죽 끓듯이 심한 탓에 뭔가 구속력(이를 테면 동반자가 있어서 약속을 한다던지, 표를 미리 끊어놨다던지…) 이 있는 것에 얽매이지 않으면 뭔가 하려고 하다가 중도에 계획을 엎어버리기 일쑤다.

원래는 신혼 여행도 몽트뢰로 가겠다고까지 생각했었는데;

물론 신혼여행을 가게된다면 정오까지 유유자적하다가 신부 손을 잡고 공연장에 줄스러 가자고 하겠지.

"공연 시작 8시간 밖에 안남았어, 서두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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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날 숙소에서 조식을 배불리 먹고, 11시에 짐을 싸들고 밖으로 향했다. 숙소를 나오자마자 택시가 한대 기다리고 있었는데 나는 주저없이 택시를 향해 손을 흔들었고, 택시에 비루한 내 몸뚱이와 내 캐리어를 실었다.

택시 기사에게 테겔공항으로 향하자고 말했다, 기사는 내게 탑승 터미날을 검색해준다고 하면서 몇시 비행기냐고 물어봤었는데 7시 비행기라고 대답하자, 비행기 시간이 이렇게 많이 남았는데 왜 공항에 가냐고 반문했다.

무슨 소리야, 이 답답한 택시 기사 양반아, 비행기 시간이 8시간밖에 안남았는데 서둘러야지…

내가 공항에 도착한 시각은 오전 11시 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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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은 나도 베를린을 더 둘러보고 싶었다.

땡, 이것은 거짓말…

진실은, 이제 더이상 어딜 둘러보고 싶은 마음은 눈꼽만치도 없었다. 무엇보다 이제 더이상 숙소에 보관할 수 없는 짐 때문에; 그렇다고 이 무거운 배낭을 메고, 내 인력으로는 움직이지 않을 것처럼 단단해 보이는 캐리어를 질질 끌면서 시내를 활보한다는 건 감히 상상할 수 조차 없는 일…

그렇다고 짐을 누군가 (가령 호텔)에게 맡긴다거나, 역의 락커에 보관하는건 더더욱 내 성미에 맞지 않는 것이다. 그렇게 아무도 넘보거나 탐내지 않을 것들로 가득 채운 내 배낭과 캐리어를 지키고자 나는 신체이동의 자유가 제한된 상태로 공항으로 가고자 마음 먹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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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에서 8시간 동안, 내가 한 짓이라곤

까페에서 샌드위치와 커피를 마시면서 전날 본 레너드코헨 공연 감상기 작성
기념품 가게를 들락날락 하면서 아무것도 사지 않기
다시 까페로 들어가 커피 한잔을 마시면서 시간 허비하기
회사 이메일 확인하면서 괴로워하기
화장실 들락날락 거리면서 리스테린으로 입 헹구기
핫도그와 콜라 사먹으면서 배 채우기
회사 이메일 확인하기
편의점에 가서 아무것도 사지 않기

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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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혐오 동호회같은게 있다면 나한테 상을 줘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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