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remember meeting U here in the good ol' day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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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린스를 처음알게 된게 1995년쯤이니까 그로부터 10년이 흐르고 나서야 어학연수차 미국엘 갈 수 있었고, 정확히 한달 후인 2006년 1월말, 드디어 오매불망 꿈에 그리던 프린스 공연장에 들어갈 수 있게 되었다. 자정 공연이었지만 6시쯤 도달하여 6시간 동안 줄을 서고 기다리는 동안 정말 프린스라는 "생명체"가 내 눈앞에 나타난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았다.

"초심자의 행운"도 찾아왔다. 댄서가 나를 지목해 무대위에 올라가서 춤도 추고 프린스가 치다 버린 기타피크도 2개나 줏어올 수 있었다. 이때 무대위에서 프린스를 팔을 뻗으면 닿을 정도의 거리에서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좋은 것은 이내 지나가버리고 시간이 그 기억을 대부분 지워버린다. 4개월쯤 더 지나고 한국으로 돌아오기 한달 전 라스베가스에서 한번 더 프린스 공연을 보았다.

다신 보지 못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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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를 그만두고 뉴욕으로 도망쳤었던 2010년 10월…

마치 모든 것이 프린스의 공연을 보기 위해 짜여진 것처럼 3일만에 프린스가 뉴욕에 기자회견을 하러 왔고 12월말 뉴욕과 뉴저지에서의 공연 일정을 발표했다. 망설임없이 공연 4개를 모두 예매해버렸고, 3개월간의 뉴욕 생활은 결국 마지막 한달간의 프린스 공연으로 모두 수렴해버렸다.

결국 나는프린스의 공연을 보기 위해서 뉴욕에 간 사람이 되어버렸다.

귀국 전날 마지막 공연을 보면서 나는 앞으로 다시는 이런 장기간의 방황은 없을 예정(예상)이었으므로 프린스의 공연을 당분간 보는 것이 불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다만 그가 오래 살아주길 바라면서 귀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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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1월

여전히 내 인생은 좌충우돌과 충동러쉬의 연속이었다.

그때 프린스의 몽트뢰 재즈페스티발 공연 소식이 들려왔다. 그리고 난생 처음 "순전히" 프린스의 공연을 보러 가기 위한 여행계획을 세웠다. 성지순례를 하는 신도의 마음으로…

몽트뢰의 아름다운 자연 따윈 내게 아무것도 아니었다. 3번의 공연만 내게 중요할 뿐이었다.

공연을 (앞에서) 보기 위해 아침부터 공연장 앞에서 기다리며 유럽 각지에서 몰려든 프린스 팬들과의 "즐거운" 대화를 나눴다. 그들은 나를 진심으로 맞아주었다. 30시간 동안 날라온 동양의 작은 청년을 "다르게" 취급하지 않았다. 어느 한 티비 방송국은 이런 나를 인터뷰하여 뉴스에 내보내기도 했다. 두번째날 뉴스가 전파를 탔고 세번째날은 더 많은 사람들이 나를 반겨주었다.

이렇게 가끔씩, 일하다 지칠 때 프린스가 공연하는 곳을 하나씩 잡아서 여행을 하는 것으로 인생의 즐거움을 찾는 것도 재미있을 것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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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2월

프린스의 유럽투어 루머가 돌기 시작했다. 런던이나 빠리를 한번도 가보지 않은 탓에 이번엔 유럽엘 가서 프린스 공연을 보리라 다짐했다. 당초 나의 여행(?) 계획은 여름에 런던에서 프린스를 보는 것이었다.

그러다 갑자기 발표된 2월말 시드니 공연… 여름에 시간이 날지 안날지 모르는 불확실성이 싫어서 눈 딱 감고 예매하고는 4번의 공연을 더 보고 프린스 공연횟수를 13회로 늘려놓았다.

이번엔 밴드 멤버를 하나도 대동하지 않고 피아노 연주와 본인의 목소리만으로 장장 2시간에 가까운 공연을 하루에 (1시간 간격으로) 두번 선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공연은 무엇보다 프린스가 매우 활기차고 행복해보였으며 팬들도 곡이 끝날때마다 기립박수를 쳐주는 등 너무나 분위기가 좋았다. 57세인 프린스가 저렇게 꾀꼬리처럼 노래를 하는 것을 두눈으로 목격한 이상 그의 "불멸"은 더 이상 의심할 여지가 없어보였다.

한국으로 오는 비행기 안에서 이제 당분간 프린스 공연을 보기 위해 세계 일주를 하지 않아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 일에 매진하고 내 분야에서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이후에 언제든지 프린스의 공연을 보아도 늦지 않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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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렇게 모든 것이 끝나버렸다.

내 인생에서 프린스와 함께한 10년

인생은 참 알 수 없고, 좋은 것들은 언제나 영원히 지속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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