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remember meeting U here in the good ol' days



지난 줄거리

용산 전자상가에서 낮에는 불법 복제물을 시디에 구워 팔고, 밤에는 LP바에서 손님이 신청한 음악을 틀어주지 않는 DJ로 겨우겨우 생계를 간신히 꾸려가던 작고 마른 33세의 중년 박희봉은 2월 어느날 프린스가 스위스 몽트뢰에서 3일 연속 공연을 하게 된다는 소식을 듣게 되고…

스위스로의 여행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아침에는 조선일보를 배달하고, 점심에는 국정원에 들어가 국내 주요 사이트 (예: 네이버와 희봉닷컴)에 댓글을 달면서 바쁘게 살아간다. 이러던 와중, 친구가 돈을 빌려가고 갚지 않게 되자 돈을 모두 날리게 되고, 결국 클럽에서 EXO의 으르렁에 스트립댄스를 추며 돈을 마련한다.

그리고 마침내 7월 스위스행 비행기에 4척 기럭지 몸을 싣고, 한국에는 영원히 돌아오지 않겠다고 다짐을 하는데…

"I Hate Korea, Korea is Gay"

스위스 몽트뢰, 프린스 공연장 앞에서 만난 프랑스 (거구) 소녀와 사랑에 빠지게 되지만 아버지의 반대로 사랑을 이루지 못하고 상처받은 가슴을 부여잡은채 캐나다 포크 가수 레너드코헨의 공연을 보기 위해 베를린으로 향하게 된다. 그리고 공항에서 택시를 집어타고 호텔에 들어서는데…

공항에서 숙소인 클라식 호텔까지 택시비는 25유로밖에 나오지 않아 그는 맑은 콧물을 흘리고 뻐드렁니를 드러내며 크게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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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보다 호텔방이 깔끔해서 다소 놀랐다. 매우 만족스러웠다. 워낙 거지같은 유스호스텔에서 지내서 그랬던 것일까? 사실 몽트뢰에서 유스호스텔도 더럽지 않고 깔끔했는데 나의 심기를 불편하게 했던 것은 아무래도 나만의 공간이 없다는 점일 거다.

다행히 라커는 있었지만, 무언가를 하려고하면 (옷을 입거나, 샤워를 하거나… 양치를 하거나…) 내 침대와 라커와, 샤워실 사이를 분주하게 왔다갔다 해야했다. 물건을 꺼내고, 라커를 잠그고… 내 침대로 가져와서 정리하고 다시 라커로 가져가서 잠그고… 씻고 수건을 버리고… 다시 라커로 돌아오고…

내가 정말 성질 뻗쳐서 정말…

어쨌든 내가 비행기를 타고 한국을 떠난 이후로 처음으로 프라이빗한 공간을 가지게 된 것이다. 나는 무엇을 제일 먼저 했을까?

몽트뢰 재즈페스티발에서 건져온 기념품 들을 침대 위에 올려놓고 아빠미소를 지으며 흐믓해 했다.

나는 본래 유치한 사람이라 뭔가 유형적인 것이 남는 걸 되게 좋아한다. (물론 선물도 다 좋아한다.) 그래서 프린스 기념품 종류가 아주 많고, 그걸 모두 사버리겠다고 다짐했었었다. 하지만 아쉽게도 프린스 관련 아이템은 회색 티셔츠, 흰색 티셔츠, 흰색 나시티, 그리고 포스터가 전부였다. 물론 나는 이걸 모두 샀다.

특히, 포스터는 4장 샀다. 분실대비용, 분실대비용을 분실할 경우 대비용, 그리고 하나는 프린스 좋아하는 친구 줄꺼… 다행히 내 주위에 프린스 좋아하는 친구가 없으므로 계속 내가 보관하고 있기로 한다. 프린스 좋아하는 친구가 안생겼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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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아침

호텔 조식 부페를 든든히 챙겨먹고 몽트뢰재즈페스티발 로고가 크게 박힌 가방을 어깨에 메고 호텔을 나온 시각 11시…

오늘 하루 베를린 시내를 샅샅히 뒤져주리라! 골목 구석구석 베를린 민초의 삶을 모두 카메라에 담아 주겠어!

공연이 8시니까 나에겐 총 9시간이 있었으니 말이다.

그러나, 6시간 후 (현지시각 오후 5시) 나는 탈진상태의 몸을 이끌고 호텔방으로 다시 들어왔다.

그 7시간 동안 무슨 일이 있었냐면

- 호텔역에서 무려 10분 거리인 지하철 역을 찾아 30분을 헤멤
- 지하철역에서 발권을 못해서 5분간 고민하다가 내 뒤로 100미터의 줄이 생긴 것에 당황하고는 손발이 떨리고 심장이 벌렁거림. 다행히 내 뒤에 있는 사람이 도와줘서 위기를 모면
- 그 지하철역에서 탈 수 있는 지하철편 총 4개가 겨우 6정거장 거리인 목적지를 모두 지나는 것으로 확인되었으나, 혹시 몰라서 3대를 그냥 보냄. 혹시 모르잖아 지하철 폭탄 테러범이 타고 있을지… 그리고 4번째 지하철에 왔을때 폭탄이 없음을 확인하고 열차칸으로 발을 내딛음 (매우 역사적인 순간임. 내가 독일 지하철을 타다니.. 물론 지하철 역이 우리로 치면 구로공단역처럼 지상에 있었으므로 지하철이라고 말할수는 없지만.. 나는 왜 이렇게 단어 하나가지고 주절주절하는거지.. 꼭 아스퍼거 환자처럼)
- 지하철역 이름을 당췌 인식할 수 없었던 탓에 (영어가 아니면 모두 아라비아어처럼 보인다) 6정거장째를 놓치지 않기 위해 최첨단 GPG기법과 수학기술을 접목해서 목적지에서 무사히 내림 (아이폰의 위치정보와 손가락접기 신공)
- 지하철역에서 내려서 선글라스 착용 (간지지수 30% 상승, 현지화 5% 감소)
- 의류매장 COS 발견, 세일 중임을 발견하고 매장 앞에서 1시간 혼절
- 일어나보니, 내 양손에 쇼핑백이 가득 채워져 있음을 발견
- 배가 고파서, COS매장 바로 앞에 있는 까페테리아에서 브런치를 먹음
- 다시 COS매장으로 입장, 몇개 더 사고 탈출
- 어반아웃핏터매장 발견.. 다시 혼절… 다행히 COS매장에서 있는 돈 없는 돈 다 써서 아무것도 구매 못함 (어차피 어반아웃핏터는 나랑 상성이 극악인 편집매장이니까..)
- 알렉산더플라츠 (우리로 치면 명동? 대학로?)광장으로 걸어나와서 30분 동안 그늘에 앉아서 거지 코스프레.. 그러나 수금은 제로...
- 이래선 안되겠다 싶어서 구겐하임 뮤지엄으로 향하기 위해서 지하철을 탐 (지하철역을 못찾아서 30분 헤멤, 거의 명동에서 명동역 못찾은 꼴)
- 지하철역으로 3~4정거장을 더 가서 지하철역에서 구겐하임 뮤지엄으로 걸어가는 내내 후회를 함 (그냥 그 자리에 있을걸…)
- 구겐하임뮤지엄에서 기념품가게에서 커피 한잔 마시고, 기념품 구입 (엽서 10장)
- 그리고 방전된 몸을 충전하기 위해 미련없이 호텔로 컴백
- 이미 방전된 체력으로 호텔로 컴백하는 사이에 3차례 혼절, 2차례 발작, 1차례 헛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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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두줄로 줄이면

COS매장에 가서 정신없이 쇼핑
구겐하임 뮤지엄에 가서 커피 한잔과 엽서 10장 구입

원래 내 원대한 꿈은 "베를린천사의시"를 다시 찬찬히 본 다음 거기에 나오는 장소 (특히 전승기념탑)를 하나하나씩 다 가보려고 했는데… 망할 귀차니즘과 더운 날씨.. 그리고 나의 저질 체력…

뭐 어차피 공연을 보러 온거니까…

이 모든 것들은 일종의 "덤"이라고 치부해버리면 아무렇지도 않은걸?

"덤"은 "덤"일 뿐이니까…

그리고 베를린에 온 목적인, 레너드코헨 공연이 끝나면 시내로 나가서 클럽이나 바를 돌아다닐 계획이니까…

아직 나이겐 Night Life가 남았다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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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레너드코헨 공연장에서도 기념품을 잔뜩 사는 바람에 기념품 가지고 이동하는 동안에 체력 재방전…

그래서 집에 와서 얌전히 발 닦고 잤다.

역시 나는 서울에서 하던 짓 고대로 스위스에서도 하고, 베를린에서도 하는 것이다. 근데 나는 서울에서도 하는 짓이 별로 없었으므로, 스위스나 베를리에서도 아무 짓 하지 않는 것이고…

참 일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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